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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담뱃값 인상 서민이 봉인가?...부자 감세 서민증세

전혜숙 지구촌보건복지 공동대표(18대국회의원)

담배 냄새를 가장 싫어하던 아들이 군대 가서 담배를 배웠다.


이유인즉 그 시절 부대원 전원에게 무상 지급해 주는데다 안 피우면 왕따 당하는 느낌이어서 라고 했다. 집에서는 혼날까봐 몰래 피우는데 아직도 담배를 끊지 못하고 있다.


정부는 담뱃세가 오르면 현재 44% 수준인 성인 남자 흡연율을 8%포인트 낮출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국민건강을 위해 금연하도록 담뱃세 올린다는 정부가 그 때 군대에서 흡연을 부추겼던 것은 세금 내는 국민을 더 많이 만들기 위한 군사작전이었나?


국민건강을 생각해서 금연 캠페인 인양 담뱃값 인상을 한다고 하는데 참으로 속이 빤히 들여다보이는 꼼수가 아닐 수 없다.


정부가 담뱃값 인상과 지방세 인상을 잇달아 발표한 배경이 궁금하다.


박 대통령이 제시한 ‘증세 없는 복지’ 기조가 지킬 수 없는 선거 공약이었음을 실토하는 것 아닌가? 복지 수준은 미흡한데도 지방정부의 재정 상태가 ‘복지 디폴트’를 선언할 만큼 나빠지고 있고, 중앙정부의 재정적자 규모 역시 불어나고 있기 때문에 증세가 필요하다고 솔직히 고백해야 하는 것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의 절반 수준에 그치는 우리나라의 복지지출 수준을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증세를 통한 재원 확보는 피해 갈 수 없는 흐름이다.


그러므로 세금은 많이 번 사람이 많이 내어야 무리가 없고 경제가 살아난다.


2012년 말 현재 우리나라는 소득 상위 10% 인구가 전체 소득의 44.87%를 차지해, 조사 대상 19개 국가 중 소득집중도 2위로 소득 불평등이 심각한 나라다.(프랑스 파리경제대학 세계 상위 소득 DATA) 국내총생산(GDP) 대비 소득세 비중이 OECD 평균인 8.5%, 우리나라는 절반도 안 되는 3.8%로 소득세 수준이 낮다.


복지 재원 확보를 위해선 우리나라 총 국세 수입에서 비중이 40%가 넘는 소득세, 재산세, 상속세, 법인세를 중심으로 한 직접세 증세를 해야 한다.


하위 90%가 전체소득의 55%를 차지하는 양극화가 심한 나라에서 서민의 주머니를 털어 나라 곳간을 채우려는 발상은 국민의 공분을 살 수 밖에 없다.


평생 담뱃값이 얼마인지도 모르고 담배 냄새를 맡으면 차안에서 멀미 하는 나 같은 사람도 이런 식의 담뱃세 인상은 서민털이 ‘꼼수 증세’라는 생각에서 반대다.


정부가 발표한 증세 대상 세목인 담뱃세와 주민세, 자동차세가 모두 ‘간접세’라는 점이다. 소득세나 법인세는 개인의 소득이나 기업의 이익 수준에 따라 더 높은 세율이므로 고소득층·대기업일수록 부담이 더 커진다. 하지만 간접세는 해당 품목을 산 소비자에게 일률적인 세율이 적용되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저소득층이 더 큰 부담을 안게 된다. 따라서 조세의 가장 큰 기능인 ‘소득 재분배’를 제대로 수행하기 위해서는 직접세(소득세, 재산세. 상속세,법인세) 중심의 증세가 더 효과적이다.


기획재정부는 지난 12일 부처 홈페이지에 법안 하나를 입법예고했다. ‘상속세 및 증여세·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으로 설립된 지 30년이 넘는 중소·중견기업의 오너가 자녀에게 가업을 상속할 때면 1000억원까지는 세금을 한 푼도 안 내도 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한 달 전 정부는 세법개정안에서 이미 감세 보따리를 풍성하게 풀었다. 가업상속공제 대상 기업을 기존 연매출 3000억원에서 5000억원으로 대폭 확대시켰다 조건을 대폭 완화해준 지 한 달도 채 안돼 또다시 가업상속공제를 완화시킨 것이다.


대기업·부자 세금은 놔둔 채 서민 부담만 키워서야 되겠는가?


게다가 카지노 매출액의 10%를 세금으로 매기는 레저세 신설 등도 부처 간 협의과정에서 빠졌고, 관광호텔·대형병원의 취득세와 재산세 등을 줄여주는 지방세 감면 비율을 축소하겠다는 계획을 이번 개편안에 함께 담았다.


세수 증대 효과는 카지노 레저세 신설은 연간 1200억원, 지방세 감면 비율 축소의 경우 1조(안행부가 제시한 목표)~3조원(올해 시효가 끝나는 감면액 기준)으로 주민세·담뱃값 등(5000억원)에 비해 훨씬 크다.


세금이 똑같이 올라도 부자와 서민 간에 부담을 느끼는 정도는 엄청난 차이다.


정부가 소득세나 재산세, 법인세, 상속세 등 대기업과 부자들에 대한 세금 증대 등 근본적인 조세체계 개편은 외면한 채 서민들의 부담만 늘리는 식으로 꼼수를 부린다는 점은 비판받을 만한 대목이다.


2006년 노무현 정부때 박근혜 당시 한나라당 대표는 노 대통령과 만나 “소주와 담배는 서민층이 애용하는 것 아닌가. 국민이 절망하고 있다”고 했다. 또 2004년 담뱃값 인상을 위한 법 표결 때 박 대통령과 최경환 당시 한나라당 의원은 반대 표시로 기권했다.


담뱃세 인상은 명백한 증세다. 서민층에 부담을 전가하기 때문에 공평과세 원칙에도 어긋난다. 무엇보다 서민증세에 앞서 부유층·대기업의 잘못된 과세 시스템을 손질하는 게 우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