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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수 칼럼> 친환경농산물, 무농약농산물 아니다

6.4 서울시장 선거에서 핫이슈로 등장했던 학교급식용 친환경농산물의 농약검출 분쟁이 여야 어느 한쪽의 선거승리로써 끝낼 문제는 아닌 것으로 보인다.


‘친환경농산물이란 농업과 환경을 조화시켜 농약이나 화학비료 등 화학투입재의 사용을 최대한 줄여 환경보존과 농산물 안전성을 동시에 추구하는 농산물이다’라고 정의하고 있지만 국민들은 친환경농산물을 무 농약 농산물로 받아들이고 있다. 


서울시 친환경유통센터에 의뢰한 많은 농산물에서 농약이 검출된 것을 보면 친환경농산물도 재배과정에 농약을 사용한 것으로 추정되며 무농약 농산물이라는 말은 맞지 않아 보인다. 서울시 당국자들도 아이들에게 농약을 치지 않은 농산물을 식재료로 사용하여 급식한다는 취지의 친환경농산물 용어를 선택하고 친환경유통센터를 설치 운영하였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농림식품부이든 서울시든 친환경농산물을 국민 앞에 자주 거론하는 것은 농약에 대한 지나친 혐오감과 무지의 소치에서 발단된 문제임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그렇다면 서울시 학교급식에만 무 농약 농산물 식자재를 사용해야 하고 일반 가정이나 직장 그리고 다른 시도 학교급식 식재료는 농약을 사용한 식재료를 사용해도 괜찮다는 말인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 국민 누구든지 농약이 검출되는 농산물을 먹어서는 안 되며 정부는 농약이나 미생물 등으로부터 농산물의 안전을 지켜야 할 책무가 있다. 


사람이 아프면 병원에 가고 의약품을 복용하듯이 농산물도 해충이나 바이러스 등으로부터 생육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농약을 사용하지 않을 수 없다. 농산물의 종류에 따른 농약이 다르고 농약사용기준이 정해져 있으며 농약의 반감기를 고려하여 출하 전 일정 기간은 농약사용을 금지하고 있다. 농약은 사용기준을 올바르게 지키면 농산물은 농약으로부터 안전하다.  


가정이나 직장이나 학교의 급식에 사용되는 모든 식재료는 당연히 농약으로부터 안전해야 한다. 이를 위해 농림식품부를 비롯한 여러 정부기관이 농산물의 농약관리 등 안전을 관리하고 있고 과학적 관리방식으로 농산물안전관리기준(GAP)에 의한 재배를 하고 있다. 벼농사의 경우에는 우렁이나 오리농법으로 친환경재배를 통해 생산되기도 하나 모든 농산물을 유기농법으로 재배한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서울시 친환경유통센터에 의뢰하는 친환경농산물은 농약을 살포하지 않은 농산물이라고 하지만 농장에 가보면 농약을 치지 않고 농산물을 재배하기란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를 쉽게 알 수 있다. 농산물 재배과정에 해충을 일일이 손으로 잡아 없앤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할 뿐만 아니라 인근 농장에 농약을 살포할 경우 날아오는 해충의 방제를 위해서는 농약을 칠 수밖에 없어 무 농약 농산물에 대한 기대는 환상에 불과함을 금방 알 수 있다.   


따라서 정부는 농산물의 과학적 관리방식인 GAP제도로 생산하여 농약으로부터 안전할 수 있도록 근원적인 조치를 취해야 하고 출하된 농산물에 농약이 검출되지 않도록 사전관리를 철저히 하는데 중점을 둬야 한다. 


금번 세월호의 교훈에서 보았듯이 농산물의 경우에도 국민들이 불안할 정도로 농산물에서 계속 농약이 검출된다면 관련정부기관을 해체하고 담당 공무원에게 불이익을 부과할 수 있을 것이다.


지자체장이나 교육감이 선거를 통해 선출되었다고 해서 또는 여야 정당이 다르다고 해서 중앙정부의 정책방향과 상반되거나 관련 정책을 중앙정부와 상의 없이 추진하는 것은 나라를 혼란에 빠뜨리는 일이 아닐 수 없다. 이번 농약 관련 농산물검사만 해도 그렇다. 


서울시는 농약이 검출된 농산물에 대한 정보를 ‘농산물품질관리원’에 보고조차 하지 않았고 부적합 농산물에 대한 자료도 상호 공유하지 않는 등 중앙과 일선행정이 제각각 집행되고 있음을 여실히 드러내고 있다. 


비록 선거 중에 알려진 사안이라 하더라도 시·도행정이 중앙정부와 정책방향이 다르거나 주요사항을 보고하지 않은 일에 대해서는 감사원이 재차 감사를 통하여 바로 잡아야 할 것이다. 감사결과 사실로 드러날 경우에는 다른 지자체나 교육청에서 동일사례가 반복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라도 해당기관에 대해서는 일벌백계의 문책이 따라야 할 것이다.


한 지역에서만 친환경농산물이 무 농약 농산물인 것처럼 관련센터를 설치 운영할 것이 아니라 중앙정부에서 과학적으로 검증된 GAP제도로 생산된 농산물이 안전한 농산물로 제공되는 제도가 전국적으로 시행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박근혜정부는 부정불량식품을 우리 사회가 척결해야 할 4대악의 하나로 선정하여 모든 행정력을 동원하여 식품안전을 지키려 노력하고 있다. 이러한 때에 몇몇 지자체나 교육청이 중앙정부의 정책과는 달리 실익이 없고 인기위주의 독자적인 식품안전시책을 추진한다면 모두 재검토해서 바로잡는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