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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음식노조 출범 한 달째...

“이 정도로 심각할 줄은 몰랐다”

많은 노동자들이 당연히 받아야 할 권리도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

해결사는 못되지만 눈과 귀가 되고 인도자 되겠다

남양주시에 사는 정문호, 김선일, 정균완씨는 지난 12월 15일 오픈을 앞두고 있는 횟집 사장의 요구로 12월 1일부터 꼬박 출근을 시작했다.

정식오픈은 아직 안한 상태였지만 일손이 모자라 10시 퇴근에 자정이 넘어서까지 일한 적도 한두 번이 아니다.

하지만 한달이 지난 현재, 사장은 아직 한달이 되지 않았으니 돈을 줄 수 없다며 세 사람의 임금을 미뤘다.

1일부터 15일까지는 정식 출근이 될 수 없다는 게 사장의 입장이었다.

세 사람이 받아야 할 한달치 임금은 모두 6백40만원, 한달치 임금을 계속 요구하자 사장은 새로운 직원들을 뽑고는 “알아서들 해라 나는 모른다” 라며 배짱을 부리고 있다.

상대도 안해주는 사장 때문에 억울할 뿐만 아니라 자존심까지 상한다.

어떻게 하면 정당한 임금을 받을 수 있을까, 정당한 권리를 대우 받을 수 있을까.

지난 12월 3일 출범한지 한 달이 갓 지난 전국음식노조협회 사무실에는 이런 문제를 의논하기 위해 찾아오는 사람들의 발길이 잦다.

무단해고, 산재, 임금착취 등 본인도 음식업종의 노동자이면서도 한달전까지만 해도 문제가 이 정도로 심각할 줄은 몰랐다는 게 주성주 수석부위원장의 말이다.

또 다른 사례로 한 음식점에서 4년 6개월 동안 주방 실장으로 일해오던 이씨는 사장으로부터 일방적인 해고통보를 받았다.

이씨는 곧 음식노조에게 억울함을 호소했고 퇴직금과 해고유예기간을 지키지 않은 것에 대한 사례금 총 1천8백만원을 정당하게 요구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주 부위원장은 “음식업 서비스계통에 있는 노동자들이 이런 쪽으로 지식이 많이 부족한 게 사실이다”라며 “음식노조가 문제를 모두 해결할 수는 없지만 같이 의논해 권리를 찾을 수 있다”라고 전했다.

전국음식노조 출범 한달째...

음식노조는 ‘식당아줌마노조’라는 비하적인 단어로 표현되기도, 시기상조다 라는 평을 받기도하며 출범을 곱지 않은 시선으로 바라보는 일부와, 노동자들 모두에게 의미있는 시작이다라는 기대에 찬 일부의 엇갈린 시선 속에서 바쁜 한 달을 지냈다.

결과보고를 요구하기에는 아직 이른 시간이지만 출범 당시 가졌던 기대치는 훨씬 넘는다고 노조측은 전했다.

인터넷 홈페이지와 언론, 입소문이 빠르게 번져 한달새 정식노조원이 150명으로 늘어났다. 전화문의와 직접 사무실을 찾는 이들도 하루가 다르게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이에 노조측은 한식, 양식, 일식 등의 분과를 설립해 더욱 조직적이고 구체적으로 조직을 편성할 것을 계획했다. 또 빠른 시일내에 일산과 인천 분당 등에도 지방지구가 설립될 예정이다.

하지만 모든 일이 마냥 기대했던 과정대로만 술술 진행되었던 것만은 아니었다.

일정치 않은 휴일과 늦은 퇴근시간 때문에 조합원들을 한자리에 결집시키는 일이 거의 불가능해서 한 가지 일을 추진하는데에도 많은 시간과 수고가 들었다.

또 업주와 노동자 사이에 문제가 발생하면 노동자들은 노동청에 신고를 하는데 노동부에서도 15일의 합의 기간을 준다.

그리고 그 합의기간동안 근로감독관이 업주와 노동자들을 오가며 문제해결과 합의점을 찾게 된다.

하지만 사건을 맡은 근로감독관이 업주입장을 우선시 한다는 게 문제라는 것이 노조측 의견이다.

실제로 이전 근로감독관을 지냈던 정씨는 노동자와 업주간에 문제가 발생하면 업주가 근로감독관을 찾아서 술 한잔 건내고 근로감독관은 업주가 원하는 방향으로 노동자들에게 합의를 제안하기 마련이라고 밝혔다.

그러면 으레 노동자들은 ‘그렇구나’라며 불리한 자리에 서서 합의를 하게된다는 것이다.

음식노조가 생기기 전까지는 음식업계 노동자들은 노동청이 유일한 상담원이었기 때문에 그곳에서 하자는 그대로 따르다가 정당한 합의를 하지 못하는 일이 일쑤였다.

지금 노동청에 가보면 상담을 요청하기 위해 줄을 서 있는 노동자들은 대다수가 음식업종 노동자들이다.

장경모 사무처장은 “노동자들 입장에 서서 그들에게 의지가 되고 바른 상담자가 되고 싶다”며 “막중한 책임감을 느낀다”라고 전했다.

조합원들은 어려운 상황에도 불구하고 한달새 이만한 성과들을 이룬 것은 두배의 의미가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내심 흐뭇한 표정이 역력하다.

현재, 처음에는 냉랭한 반응을 보였던 중앙음식협회와도 협력관계 증진을 위한 교섭 중에 있다.

특히 무료구직 시스템 체결은 업주와 노동자들 사이에 바른 매개체가 될 수 있을 것으로도 기대, 노조측은 업계와 관련한 협회와 단체의 활발한 교류를 통해 활동폭을 더욱 넓히겠다는 의지를 함께 전했다.

홈페이지 www.krcwu.or.kr
전화 02-2236-2999

구인영 기자/her@fe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