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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민 덕분에 큰 농심, 서민 괴롭혀”

불황에 라면값 최고 9.1% 인상 횡포

(주)농심(대표이사 李相潤)이 12월 22일자로 자사 라면류 제품 가격을 평균6.5%, 최고 9.1%까지 인상해 소비자들로부터 빈축을 사고 있다.

제품별로는 신라면이 520원에서 550원으로 5.7%, 짜파게티가 600원에서 650원으로 8.3%, 사발면은 550원에서 600원으로 9.1%, 큰사발면이 750원에서 800원으로 6.6% 인상됐다.

농심의 이번 라면값 인상은 지난해 10월에 평균 8.9%나 인상한 이후 1년 2개월만이다.

농심은 지난해 10월에도 2001년 8.7%의 인상 이후 1년 5개월만에 가격을 올렸었다.

농심측은 이번 가격인상에 대해 “원가부담 가중과 판촉비, 물류비 증가 때문”이라면서 “가격인상폭을 최소화하기 위해 생면, 냉동면, 감자면 등은 인상품목에서 제외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농심의 이번 라면값 인상에 대해 일부에서는 “불황기에 라면시장이 성장세를 보이자 그 틈을 이용해 이득을 챙기려는 것이 아니냐”는 비판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같은 지적은 올해 라면시장이 6%의 신장세를 보인데다가, 특히 컵라면 쪽에서 두드러진 신장세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대표적인 컵라면인 사발면의 인상폭이 9.1%나 된다는 점에서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이에 대해 서울 개봉동에 사는 주부 황모씨(48)는 “농심이 대기업으로 성장한 것은 서민들이 농심라면을 많이 사줬기 때문이 아니냐”면서 “지금같은 불황기에 라면값을 큰 폭으로 올리는 건 서민 덕분에 큰 기업이 서민을 괴롭히는 꼴로 일종의 배신행위”라고 꼬집었다.

회사측이 “가격인상폭을 최소화하기 위해 생면, 냉동면, 감자면 등은 인상품목에서 제외했다”고 밝힌 것에 대해서도 이들 제품은 전체 라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5%도 채 안되는 점을 감안하면 ‘눈가리고 아옹’하는 식의 여론 호도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농심은 현재 72%의 시장점유율로 사실상 라면시장을 독식하고 있는 상황이며 제품군별로는 봉지면과 용기면(컵라면)이 7대 3의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그러나 이 회사 최호민 홍보과장은 “앞으로는 용기면의 매출비중이 크게 높아질 걸로 예상된다”다고 밝혀 이번 가격인상 조치가 회사측에서 밝힌 ‘원가부담 가중’ 측면도 있겠지만 불황기에 매출비중이 높은 제품의 가격 인상을 통해 이득을 챙기려는 마케팅전략 차원에서 비롯됐음을 간접 시인했다.

서민들의 힘으로 성장한 대기업이 서민들의 기초식품인 라면값 인상으로 ‘불황성수기’를 만들어 얼마나 기대효과를 거둘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또한 시장 선두업체인 농심의 가격인상이 오뚜기, 삼양, 한국야쿠르트의 라면값 인상으로 이어질지도 관심을 끌고 있다.

구인영 기자/her@fe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