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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헌 칼럼>농약중독증

동물의 중독성질병 발생현황과 특성

농약중독증(Pesticides Poisoning)
  

농약이 농업생산성 향상에 지대한 기여를 하고 있다는 점에는 이론이 없지만 동시에 인축의 건강을 위협하는 위해요소로 작용하는 것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특히 최근에 들어 동물의 농약중독증 발생보고는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에 있어 각별한 관심과 주의가 필요하다.   


농약의 종류 및 중독증 특성 
  

농약은 농림작물 및 그 수확물을 보호하기 위하여 사용되는 물질이며 일반적으로 살충제, 살균제, 살서제 등을 포함한다. 화학구조에 따라  유기인계, 유기염소계, 카바마이트계 및 기타로 분류할 수 있으나 국내동물의 중독사례는 주로 유기인계 및 유기염소계에 기인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가. 유기인계 농약
 
 (작용특성) 인화합물의 지방족유도체로 속효성이며 살충력은 강한 반면에 유기염소계에 비하여 잔류성이 낮아 널리 사용된다.
  
(종    류) 파라티온, 폴리돌, 페스톡스, 메타시스톡스, 디이아지논, 테프, 말라티온, EPN 등이 대표적인 유기인계 농약으로 거론된다.
  
(독성기전) 신경전달물질인 아세틸콜린을 분해하는 콜린에스테라아제와 결합하여 그 작용을 저해함으로써 아세틸콜린의 축적을 가져와 콜린의 작용을 받는 신경을 과도하게 자극하여 중독증을 발현하게 된다.
  
(임상증상 및 부검소견) 부교감신경에 특히 강한 자극으로 연축, 경련, 저체온증, 연축, 호흡곤란을 보이며 심각한 경우에는 호흡근육 마비에 의한 질식사로 이어진다. 대개 특징적인 부검소견은 발견할 수 없으나 점액 과다분비, 폐수종, 장관내 수양성물질 저류 등이 관찰된다. 
 
 (치    료) 콜린에스테라아제의 활성기를 자유롭게 해주는 팜(PAM) 또는 항콜린 효능이 있는 아트로핀(atropin)을 사용하면 효과가 있다. 증상이 가벼울 경우에는 대증요법으로 루콘산칼슘 및 비타민제 등을 투여하기도 한다.  
 
 
나. 유기염소계 농약
  
(작용특성) 염소기를 함유하는 농약으로 과거에는 살충제 및 제초제로써 널리 사용되었으나 환경 중에 매우 오랫동안 잔류하며 체내 축적 작용이 있어 최근에는 사용이 제한적이다.
  
(종  류) DDT, BHC, DDE, Dieldrin, Endosulfan, Dieldrin, Endrin, Heptachlor, Chloronep 등이 있으나 DDT, BHC와 같은 맹독성농약은 현재 사용이 금지되어 있다.

 

(독성기전) 유기염소계 농약은 신경세포막 에너지대사에 관여하는 ATPpase 활성을 저해함으로써 신경독으로 작용한다. 특히 DDT는  Na+이 세포막으로 유입되는 것을 증가시키고 K+가 바깥으로 나가는 것을 감소시킴으로서 세포 내가 더욱 양성의 전류를 띄게 하므로서 다음 활동전위를 유도하기 위한 최소자극 한계치를 감소시켜 계속적인 분극상태로 되게 만들기 때문에 몸 전체의 근육이 지속적으로 떨리게 만든다.
 
(임상증상 및 부검소견) 일반적으로 신경근육의 자극 또는 억제의 형태로 증상이 발현된다. 초기에는 동물이 불안해하며 점점 과민적이고 광폭해지며 안면과 목 근육의 연축이 나타나고 안검, 상부근육 그리고 최종적으로 하부근육의 경련이 연속적으로 일어난다. 때로는 강직성 발작이 나타나며 죽을 때까지 연속적으로 혹은 간헐적으로 지속된다. 과다분비, 폐수종, 장관내 수양성물질 저류 등이 관찰된다. 부검소견은  심내외막의 점상출혈, 폐충혈, 출혈 및 수종이 보이지만 비특이적이다.
  
(치    료) 동물에서 유기염소계 농약의 중독은 발병기전이 명확치 않으므로 대증요법에 의존한다. 명백한 경련성발작 또는 신경근육성 과활동은 chloral hydrate를 투여하거나 barbiturate로 가볍게 마취하여 증상을 멈추게 할 수 있으며 여러 가지 정온제들도 과격한 신경근육 운동을 성공적으로 조절할 수 있다. 피부에 노출되었을 경우에는 물과 비누로 빠르게 깨끗이 닦아주어 피부에 의한 흡수를 최대한 억제한다.  경구로 노출되었을 경우에는 염류사하제, 활성탄을 먹이거나 빠르게 위세척을 한다. 또한 펜토바비탈은 Dieldrin의 대사를 증가시켜 우유중 함량을 감소시키게 하며, 미네랄 오일의 투여는 유기염소계 농약이 분변으로 배출되게 만들어준다. 이밖에도 활성탄은 농약의 흡수를 감소시키고 Cholestyramine 음전하를 띄는 유기염소계 농약과 결합하여 제거하는데 유익하며 요오드화 카제인은 유지방의 생산을 증가시켜 흡수된 농약을 우유로 배출시킨다.


국내발생 상황 
 

 전술한 바와 같이 농약중독증은 국내에서 보고된 중독사례중 발생빈도가 압도적으로 높다. 발생사례를 축종별로 살펴보면 야생조류를 포함한 조류가 가장 많고 개, 소 등이 뒤를 따르고 있으며 주로 동절기인12월에서 다음해 2월까지 중독사례가 빈번하게 발생하는 것으로 보여진다. 이는 겨울철새가 우리나라에서 월동하면서 농약에 오염된 농작물들에 빈번하게 노출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대개 가축에서는 유기인계 및 유기염소계 농약중독증이 주류를 이루고 있으며 모노크로토포스, 포스파미돈이 가장 흔한 원인으로 생각된다. 특히 법적으로 국내사용이 금지된 농약(메소밀, 엔도설판 등)의 경우도 실제로는 농가에서 사용되고 있고 이로 인한 중독사례도 보고되고 있어 진단시에 주의하여야 한다.  


최근 발생사례 분석 
 

2012년 12월 11일부터 2일간 이천소재 D농장에서 한우 40두 중 안검·안면 경련, 횡와 및 기립불능을 주증으로 모두 12두가 폐사하였는데 주목할 만한 부검소견은 없었으나 사료이외에 배추, 쌀겨 등을 급여하였다는 점이 역학상 특이한 사항으로 확인되었다. 이에따라 농약 등 주요 독성 물질에 대한 분석이 실시되었고 위 내용물에서 유기염소계 농약인 엔도설판이 다량(44.3ppm) 확인되었다.

 


동사례의 발병경로는 명확하게 밝혀지지는 않았으나 폐사당시에 김장후 남은 배추를 세척하지 않은 상태로 다량 급여하였다는 점, 폐사는 배추를 급여한 개체에 국한되었다는 점, 배추급여 중지이후에는 추가 폐사체가 없었다는 점 등은 중독증의 원인을 추론해 볼 수 있는 중요한 실마리로 생각된다.


엔도설판은 소에 있어서 8g의 섭취량만으로도 심각한 중독 증세를 보이고 15시간 안에 폐사를 유발할 수 있는 독성이 매우 강한 농약으로 지난해 9월부터 국내사용이 금지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