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드투데이 = 황인선기자] 우리나라 농산물의 40% 가량을 유통하는 가락시장 경매를 독점한 도매시장 법인의 경매수수료 등의 문제가 국정감사의 도마 위에 올랐다. 여야는 독점적 횡재 이익에 대한 개혁이 필요하다는데 한 목소리를 냈다.
더불어민주당 문대림 의원은 2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증인으로 출석한 이원석 태평양개발 대표이사(중앙청과 사장)에게 "중앙청과의 최근 5년간 영업이익률 20% 전후로 거의 고정돼 있다"며 "중앙청과의 높은 영업이익률은 정부가 보장하는 독과점 구조에 안착해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경영 능력이 아니라 국가의 보호 속에서 거두는 이익이기 때문에 결코 지나친 고마진을 남겨서는 안 된다"며 "가락동 공영도매시장의 설립 목적은 '농산물이 원활한 유통을 통해 농업인의 경제, 사회적 권익을 안정적으로 보호하는 것' 이 점을 고려할 때 중앙청과는 농업 생산과 유통구조 현대화에 재투자를 많이 해야 되는데 부족했던 것 같다"고 지적했다.
이어 "지난 5년간 중앙청과가 벌어들인 순이익보다 모기업인 태평양 개발이 배당 형태로 지급한 돈이 더 많다"며 "특히 지난해에는 당기순이익이 2배 이상이 태평양 개발로 흘러 들어갔다. 농업 농촌을 위한 재투자, 서비스 향상을 위한 재투자 대신 태평양 개발이라는 건설사로 들어갔다"고 질책하고 "중앙청과는 가락동 시장에 설치된 태평양 개발의 현금 인출기다 이런 얘기가 있다"고 비난했다.
중앙청과는 서영배 회장이 소유한 태평양개발 자회사다. 대아청과는 호반프라퍼티와 호반건설이 주인이고, 동화청과는 신라교역, 서울청과는 고려제강이 주인이다. 이들은 이익이 발생하면 배당을 통해 현금을 챙겨간다. 때문에 농산물 도매상이 '부호들의 현금창고'라고 불린다.
문 의원은 약 2년 전 태평양개발 소유주가 싱가포르 소재 법인으로 바뀐 점을 들며 "결국 중앙청과에서 태평양 개발로 받은 배당이 싱가포르로 흘러 들어가는 구조가 된 것"이라며 "2년 간 20억이 배당됐는데 국부가 해외로 유출되고 있고 그런 통로로 태평양 개발이 활용되고 있다는 지적을 하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이어 "서영배 회장의 해외 자산은 이미 불투명하기로 정평이 나 있다. 실제로 지난 9월 서 회장은 해외금융자산을 축소 신고한 죄로 2심 재판부에서 벌금 20억을 선고받은 바가 있다"며 "싱가포르 법인으로 흘러간 배당금이 도대체 어디에 쓰이는지 대단히 의문스럽다"고 덧붙였다.
그는 "중앙청과는 과도한 배당 성향을 정상적으로 축소하고, 생산자인 농민에 대한 지원을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이원석 태평양개발 대표이사는 "농산물 유통의 재투자에 최선을 다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답했다.
야당 간사인 이원택 의원은 증인으로 출석한 권장희 농수산물도매시장법인연합회 가락지회장에게 "도매법인이 가락시장에서 정부에서 주는 독과점적 지위를 갖고 이익을 보고 있고 그것을 모 법인에 배당을 하고 있는데 농민과 농업에 다시 재투자돼서 환원될 수 있는 구조로 스스로 자율적인 개선안을 마련해달라"고 했다.
국민의힘 이만희 의원도 "가락시장 농수산물 토지, 건물, 공판장은 모두 국비와 지방자치단체 국가 소유다. 도매법인이 별도로 투자한 게 전혀 없으면서 20%의 이익을 올리고 있다"며 "대부분의 이익은 농산물 가격 변동에 관계없이 일률적으로 부과하는 거래금액의 일정 비율 경매 수수료에서 나온다. 뭐한다고 7%씩 일률적으로 가져간다"고 지적했다.
이어 "도매법인에 독과점적인 지위를 이용한 땅 짚고 헤엄치기 식의 사업구조, 여기서 발생한 대부분의 이익들이 농업이 아니라 농업 관계가 전혀 관계없는 모기업으로 전달되는 구조가 반드시 바뀌어야 한다"며 "전국에 공영공판장에 있는 도매법인의 일반적인 현상"이라고 했다.
어기구 농해수위원장은 송미령 농식품부 장관에게 "농림식품부가 앞장서서 도매시장의 독과점 구조를 개혁하고 유통수수료를 낮추기 위한 법과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