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드투데이 = 황인선기자] 농어촌상생협력기금(이하 ‘상생기금’) 국정감사가 사실상 '앙꼬 없는 찐빵'으로 전락했다. 대기업의 저조한 상생기금 실적과 관련한 국회 국정감사장에 대기업 증인 출석이 철회됐기 때문이다.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는 지난 9월 24일 전체회의를 열고 ‘2019년도 국정감사 증인 등 출석요구의 건’을 의결, 상생기금에 참여하지 않은 윤부근 삼성전자 부회장, 장인화 포스코 사장, 최선목 한화그룹 사장, 홍순기 GS 사장, 이갑수 이마트 사장 등 대기업 5곳의 관계자들을 18일 열리는 종합감사에 증인으로 채택했다.
당초 바른미래당 정운천 의원은 기업 규모 1~15위 그룹 총수와 경제 5개 단체장 등 18명을 증인.참고인으로 신청했지만 "일부라도 기금 참여 실적이 있는 기업은 증인 출석에서 제외하자"는 여야 간사 의견으로 대기업 사장 5명으로 축소 조정됐다. 이에 재계는 사회공헌사업 임원이 증인으로 출석할 것을 요구했다.
그러나 이마저도 국감 출석 예정일 하루 전인 17일 비공개 출석으로 돌연 변경했다. 따라서 이날 주은기 삼성전자 부사장, 유병옥 포스코 부사장, 이강만 한화그룹 부사장, 여은주 GS 부사장, 노재악 이마트 부사장은 국감장이 아닌 소회의실에서 대기했다.
전날 농해수위 국감에서 일부 의원들은 기업의 미온적인 기부에 대해 정부를 상대로 문제점 제기가 우선이지, 국회가 기업을 부르는 것은 적절치 않은 일이라며 증인 채택을 철회할 것을 주장했다. 결국 증인 출석은 최종적으로 무산됐다.
대신 황주홍 농해수위 위원장 및 3당 간사와 5개 대기업 사회공헌담당 임원이 참여해 상생기금 활성화를 위한 비공식 회의가 개최됐다.
이날 국감 오전 질의가 끝난 후 소회의실에 비공개로 모인 대기업 관계자들과 자리를 갖은 정 의원은 어려운 농어업과 농어촌의 현실에 대해 강조하고 기업들이 기금 출연에 적극적으로 협력해줄 것을 강하게 주문했다.
참석한 대기업 사회공헌담당 임원들도 정 의원의 취지에 대체로 공감하고 향후 농어촌상생협력기금 출연에 적극적으로 동참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농어촌 상생협력기금 목표 달성의 키를 쥐고 있는 삼성전자가 당초 수십억원을 출연할 것으로 예상됐으나 국감을 며칠 앞둔 지난달 30일에서야 예상에 훨씬 못미치는 2억5000만원만 출연하고 이를 이유로 국감에 불출석하려는 시도를 한 것으로 알려져 농업계의 비판이 거세게 일고 있다.
농어촌상생협력기금은 FTA를 통해 이익을 얻는 민간기업 등의 자발적 기부금을 재원으로 2017년부터 매년 1,000억원씩 10년 간 총 1조원을 조성하기로 했지만, 정부와 기업들의 외면 속에 기금 조성 실적은 매우 저조한 실정이다. 지난 2015년 한중FTA 국회비준 당시 농업계의 반발을 고려해 여야정이 합의하고, 민간기업들이 동의해 이 기금을 마련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