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드투데이 = 황인선기자] "구체적인 상생자금 출연 기준이 마련되지 않아 어려움이 있었는데 적극적으로 검토하겠다."(2018년 국정감사 주은기 삼성전자 부사장)
"정부가 상생기금에 출연하는 것은 적절지 않다고 생각한다."(2019년 국정감사 김현수 농식품부장관)
기업과 농업의 상생을 내걸고 거창하게 시작한 농어촌상생협력기금(이하 ‘상생기금’)이 민간 기업의 저조한 참여와 정부의 무관심 속에 갈 길을 잃어가고 있는 모양새다.
삼성전자, 현대차그룹, SK, LG전자, 롯데 등 5대 기업은 지난해 국정감사 증인으로 출석해 상생기금 기부를 약속했다. 그러나 일년이 지났지만 기업의 상생기금 기부는 여전히 답보 상태다.
정부의 무관심도 여전했다. 당시 기업들은 구체적인 기부 관련 기준을 마련해 줄 것을 요청했지만 지난 1년간 이를 위한 노력을 찾아 볼 수 없다는 질타를 받고 있다.
상생기금은 2015년 한.중 FTA 체결로 피해를 입고 있는 농어업인과 농어촌을 지원하기 위해 만들어진 기금으로 2016년 법 개정 이후 2017년부터 매년 1000억원씩 10년 간 총 1조원을 조성하기로 여‧야‧정이 합의 했다. 당시 농업계는 민간 업체의 자율적 참여가 수월하지 않을 것을 우려해 조세 방식의 무역이득공유제를 요구했으나 재계의 반발로 상생기금으로 대체됐다.
◇ 1000억씩 10년 간 총 1조원 약속 어디로...민간기업 지난 3년간 고작 70억 기부
우려는 현실이 됐다. 상생기금의 대부분을 공기업과 공공기관이 출연을 하고 있고 민간기업이 지난 3년 간 출연한 금액은 70억 2440만원으로 11.7%에 그쳤다. 올해 기업들의 기금 출연 실적은 15억 850만원으로 오히려 2018년 보다 줄었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2019년 8월까지 조성된 상생기금은 ▲2017년 309억 6450만원, ▲2018년 231억 580만원, ▲2019년 58억 541만원으로 총 599억 2871만원이다. 이는 3년 간 목표액 3000억원 대비 20%에 불과하다.
반면 기업들은 대.중소기업상생협력기금에는 2018년 한 해에만 2000억원이 넘게 출연하는 등 2011년부터 2019년 7월까지 총 1조 628억원을 출연했다.
특히 대기업(102개)은 전체 기금의 75.4%인 8009억원을 출연하는 등 대.중소기업상생협력기금 출연에는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이렇다 보니 대기업들이 농업 분야에만 인색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 올해 국감장에서도...정운천 의원 VS 김현수 장관 정부기금 출연 놓고 '신경전'
상생기금은 올해도 국정감사 도마위에 올랐다.
바른미래당 정운천 의원은 18일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농식품부 국정감사에서 기금 실적의 저조한 가장 큰 원인으로 정부의 무관심이라고 꼬집고 강하게 질타했다.
정 의원은 "농어촌상생협력기금을 법적 근거로 만들어 놓고도 (정부가)기부금법에 저촉이 돼서 말을 못한다는 말만 하고 있다"며 "평창올림픽에 마사회가 50억원을 내고 입장권을 구매하는데 이것을 농식품부에서 5번을 문서를 내려 보냈다. 법적 근거가 없는데도 국가를 위한 일이니까 누구도 말을 안한다. 상생기금을 내놓라는데 토를 달 사람이 누가 있느냐"며 김현수 농식품부장관에게 따져 물었다.
그러면서 "농식품부가 주도적으로 해야 하는데 (상생기금)법적으로 만들어 놓고도 안되고 있다"며 "이러니 이 정부가 무능하고, 무책임하고, 농업을 무시한다고 할 수 밖에 없다"고 질책했다.
이에 정 의원은 ‘자유무역협정 체결에 따른 농어업인 등의 지원에 관한 특별법’ 일부개정안의 통과를 위한 농식품부의 노력을 주문했다. 그러나 김 장관은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정 의원은 지난 5월 ‘자유무역협정 체결에 따른 농어업인 등의 지원에 관한 특별법’ 일부개정안을 발의했다. 이 개정안은 농어촌상생기금에 민간 기업들의 참여가 저조한 문제를 보완하고자 정부의 기금 출연을 가능하도록 하고 그 결과를 반기별로 국회에 보고하도록 했다.
정 의원은 "상생기금에 정부도 출연 가능하게 하고 국회에 반기별로 보고하도록 법안을 냈다"며 "기재부를 설득시켜서 법안이 통과돼 3년 전 1000억씩 모아서 농업을 살리겠다는 약속을 꼭 지켜야 한다. 이대로 80억 내고 말 수는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대해 김 장관은 "정부가 상생기금을 출연하게 되면 농업회사하고 다를게 없다"면서 "정부가 직접 출연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생각한다"고 밝히고 "민간기업들이 최대한 출연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