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드투데이=김병주,최윤해기자]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 대란으로 전국적으로 살처분된 가금류 숫자가 3000만 마리를 넘어선 가운데 살처분 보상문제와 계열화 사업자들의 미지급 사육비 등 갑질 행위로 축산 농가들이 붕괴위기에 놓였다.
AI가 발생한 지 한 달 보름을 넘기고 역대 최대 살처분이 이뤄지고 있지만 보상과 지원은 농가가 아닌 위탁 농가에 병아리와 사료를 공급하는 대기업 주머니로 들어가고 있는 것.
해마다 연례 행사처럼 AI가 되풀이되며 기업과 위탁농가 간 보상금 지급을 놓고 논란을 빚고 있지만 정부도 뚜렷한 대책을 내놓고 있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8일 방역당국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16일 AI가 최초 발생된 이후 1월 7일 현재 3100만여 마리가 살처분됐다.
충북 음성 맹동면에서 오리를 사육하고 있는 류근중(54, 남)씨는 살처분 보상금의 불합리성과 위탁한 계열사의 불공정한 갑질 행위, 붕괴 직전의 축산 농가의 현실을 전하며 이에 대한 정부의 대책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류 씨는 “현재 계열화 사업 참여 농가는 95%에 이르며 계열사가 아니면 가금류를 사육하는 것이 어려운 탓에 모든 농가가 계열화 사업에 참여 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계열화사업이란 계열주최회사에서 병아리와 사료를 공급하고 농가에서 가축을 사육해 납품하는 형태를 말한다.
국내 오리 사육농가의 90% 이상은 계열화 농장이다. 오리 사육농가들은 오리고기를 가공.판매하는 국내 유명 대기업들로부터 새끼오리와 사료를 공급받아 키워 기업에 다시 넣고 기업들로부터 사육 수수료를 받는다.
사육농가는 계열사가 불합리한 조건을 걸어도 어쩔 수 없이 계약을 할 수 밖에 없고 사육비 지급이 밀려도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다.
더욱이 살처분 보상금의 80%가 계열사로 들어가고 있어 농가들의 시름은 더 깊어지고 있다.
류 씨는 “농가의 사육비는 10년 전에 비해 많이 상승했는데 사육 수수료는 인하돼 설상가상으로 농가들은 연간 수익이 반토막이나 이중고를 겪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오리 사육 위탁 계열사가 부도라도 나면 사육비 지급순위가 마지막으로 밀려나 현실적으로 사육비를 받을 수 없어 농가도 함께 무너진다”고 울분을 토했다.
때문에 살처분 보상금을 두고 사육농가와 계열사 간 대립이 커지고 있다. 사육농가들은 계열사가 아닌 농가들이 직접적으로 보상을 받아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사육농가들은 정부가 살처분 보상금, 지원금 등을 축산농가에 최우선적으로 지급될 수 있도록 하는 안전장치 등 대책을 시급히 마련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류 씨는 “현재 가금류 살처분 보상금은 가축전염병예방법에 의해 지급되는데 예방법에 명시된 ‘AI가 발생한 농가에 대해 일정 금액을 차감 할 수 있다’는 조항을 적용한다”며 “설치했음에도 불구하고 농가에게 20%의 패널티를 가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입장이다.
이어 “보상금의 기준액이 현재 생산비에도 못 미치는 시가 탓에 정부에서 지급하는 보상금이 턱 없이 모자란 상황이다”고 덧붙였다.
그는 또 "농가는 방역, 매주 1회 소독, 매년 10월 초부터 공동방역단 운영 등 철저한 방역을 해왔고 정부의 시책에 따라 각 농가별 2000만 원의 상당의 금액을 들여 축사 울타리·차단 방역기·전실·대인소독시설 등을 설치했지만 20%를 삭감하는 상황으로 이는 사육비의 200%가 넘는 금액으로 극심한 피해를 받고 있다"고 밝혔다.
송종수 모란식품 농가협의회장은 “음성군 관내에 모란과 계약한 농가는 70여 곳이 있고 그 중 미수금 사육비가 50여억원이 있고 그 중 각 농가당 최소 1억 원 이상인 농가가 대부분이다”고 밝혔다.
이어 “이런 현상이 생기는 이유는 2012년도부터 계속된 AI발생으로 계열사들이 불황을 겪게 되면서 사육비 지급을 미뤄 온 것이 악순환돼 음성군 오리사육이 이지경이 까지 왔다“고 말했다.
또한 “이것의 파급효과로 농협, 가축약품, 깔집공급업자, 축산기자제회사 등도 연쇄적으로 돈을 못받아 어려운 현실로 음성군 경제가 전체적으로 어려워 질 수 있다”고 말했다.
모란 계열사와 농가들은 살처분보상금 돈을 수령하려고 하고 있고 농가는 직접 받을려고 하는 부분으로 대립 중에 있다.
하지만 계열화 기업 측은 다소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1991년에 설립해 연간 매출 1300억 원의 계열사 모란식품(회장 김만섭)은 정부의 실질적인 원인규명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김만섭 회장은 “AI 정책에 대해서 재검토가 돼 정확한 원인규명을 해야지만 이러한 재앙을 막을 수 있다”며 “발생 농가에 대해 경찰사법권을 동원해서라도 원인이 무엇인지 분석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농가 미지급 금액은 공장의 일부를 매각해서라도 빠른시간 내 해결하겠다"고 강조했다.
한편, 지난해 12월 17일 정세균 국회의장이 진천군 AI발생 현장을 방문해 기업과 농가 간 계열화 문제를 지적하고 근본적인 대책 마련 필요성을 언급했다.
당시 정 의장은 “AI사태가 매년 반복돼서는 안 된다”며 “불합리한 보상규정 합리화 등 필요한 제도를 만들도록 국회가 적극적으로 돕겠다”고 말했다.
이에 이시종 충북도지사는 “계열회사의 구조적인 문제점에 대해 현재 농가와 계열사는 갑·을 관계에 있다"며 "관계 개선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주장한 바 있다.
Copyright @2002 foodtoday Corp.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