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엔 해산물을 꺼리는 분들이 많다. 하지만 여름에 제철을 맞아 맛있게 물오른 주인공이 있다. 바로 농어인데, 흔히 봄 조기, 여름 농어, 가을 갈치, 겨울 동태라 하며 농어를 여름철(6~8월) 생선의 첫손에 꼽는다. 오늘은 제철을 맞은 여름농어에 대해 이야기해 보려고 한다.
여름이 오면 연안 갯바위나 섬암초밭으로 몰려드는 날쌘 고기가 농어다. ‘바늘털이의 명수’로 한번 떼를 만나게 되면 숨 돌릴 틈 없이 입질을 해 낚시꾼들을 매료시키기도 한다.
이 같은 농어는 행운을 가져다주는 길조의 물고기로, 맛있는 진미의 물고기로도 유명하다.
농어의 이름은 참 다양한데 ‘난호어목지’에는 ‘깍정’이라 했고, ‘자산어보’에서는 걸덕어라 했다.
경남 통영에서는 농에, 부산에서는 깡다구, 전남에서는 깔대기, 껄떡, 울릉도에서는 연어병치, 독도돔으로 불린다.
30㎝안팎의 작은 것은 부산에서는 까지매기, 완도에서는 절떡이라고 불리며, 특히 몸통에 검은 점이 많고 작은 것은 전남 순천과 장흥에서 깔따구, 껄떡이로 불린다.
일본에서는 스즈키라고 부르는데 일본에 스즈키는 성씨가 많은 탓에 ‘일본을 대표하는 물고기’라 말하기도 한다. 중국에서는 화루또는 루, 루위라는 이름으로 불리운다.
정약용의 ‘아언각비’에 의하면 농어의 한자식 이름인 노어를 ‘노응어’라고 한다고 적었는데, 농어라는 이름은 여기에서 유래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어린 고기에서 성장할 때까지 크기에 따라 이름이 바뀌는 물고기를 출세어라 하는데 농어, 숭어, 방어 등이 여기에 속한다.
성장시기에 따라 여러 번 이름이 바뀌어 이 이름이 바뀌는 것이 우리들 사회에 있어 과장, 부장, 상무 식의 승진처럼 느껴지게 해서 나온 말이다.
봄부터 여름까지는 먹이를 먹기 위해 육지에 가까운 얕은 바다로 이동하고, 겨울철에는 알을 낳고 겨울을 나기 위하여 수심이 깊은 곳으로 이동한다. 어릴 때에는 담수를 좋아해 봄에는 육지에 가까운 바다로 들어오며, 여름에는 강 하구까지 거슬러 왔다가 가을이 되면 깊은 바다로 이동한다.
농어목의 어류는 지금으로부터 약 7000만년전 신생대 제3기에 들어서면서 현저히 분화한 그룹이며, 그들 대부분은 바다에 서식했다.
강에서 사는 물고기 중 가장 많은 친·인척을 거느리는 그룹이 잉어목 어류라면, 바다에선 당연 농어목(Percida)어류가 그에 해당된다고 할 수 있다. 농어는 횟감으로 즐기는 최고급 생선인데 맛이 좋아 항공기 기내식에 많이 사용된다.
역사가 오래된 만큼 농어에 얽힌 이야기와 속담도 많다.
농어는 예로부터 사람에게 ‘길(吉)한 물고기’로 대접받았는데 주나라 무왕이 천하를 통일하고 전쟁에 승리한 이유가 정벌을 위해 바다를 건널 때 농어가 배 위로 뛰어오르는 ‘좋은 징조’를 보였기 때문이라는 말이 입으로 전해져 오늘날에도 낚시꾼들은 농어가 낚이기를 기다린다고 한다.
일본 고사 중에 ‘가을 천둥소리에 놀라 농어가 깊은 바다로 도망간다’는 이야기가 있는데, 가을철이 되면 바다로 되돌아가는 농어의 생태를 정확하게 짚은 말이다.
농어의 산란기는 10월에서 이듬해 3월까지이며 민물과 바닷물이 만나는 기수지역이나 강의 하구에 부유성 알을 낳는다. 전형적인 흰 살 생선으로 여름철에는 맛이 좋고 겨울에서 봄철에는 맛이 없다.
또한 농어에 관한 가장 유명한 일화는 오중노회이다. 중국 춘추시대 제나라에 장한이라는 선비가 낙양에서 큰 벼슬을 하고 있었는데, 어느 여름날 문득 고향 송강에서 먹던 농어회의 맛이 생각나 며칠을 고민하다 마침내 벼슬을 그만두고 고향으로 돌아갔다는 얘기이다. 과장은 있겠지만 농어의 맛을 짐작하기에는 모자람이 없다.
옛말에 “7월 농어는 맛이 좋아지고 영양가도 높아 바라보기만 해도 약이 된다”는 말이 있다.
식료본초에는 ‘임신 중 특히 초산부에게 농어를 먹이면 좋고 임신 중 하혈이나 복통 같은 것이 있을 때는 시원하게 국을 끓여 먹으면 지혈과 안정이 된다’고 쓰여 있어 영양학적인 면에서 보더라도 그 말이 거짓은 아니다.
양식산이 아닌 자연산 농어는 비싸고 귀한 물고기로 사서 먹기는 힘들지만 여름철에는 바다낚시터에서 어렵지 않게 낚을 수 있는 물고기이다.
농어에는 다른 어류와는 달리 지방의 함량이 아주 많으며 단백질도 높아 열량도 높다.
그 밖에 비타민 A와 비타민 B군 칼슘, 인, 철 등이 골고루 들어 있어 좋은 영양 식품이다. 에너지 96㎉, 수분 78.5%, 지방 1.9g, 당질, 회분, 칼슘, 인, 철분, 나트륨, 칼륨, 비타민 A, 레티놀, 비타민 B1·B2, 니아신, 비타민 C 등이 들어 있다.
농어는 여름의 식탁을 아름답게 하는 고급 생선으로, 하나도 버릴 것이 없는 생선이다.
농어의 비늘만 떼고 내장 째 넣어 탕을 끓여서 몸이 허약한 아이들이나 산모들이 보신용으로 먹는데, 비위를 튼튼히 해 밥을 잘 먹게 하고 간과 콩팥을 강하게 한다. 따라서 몸이 붓는 것을 치료하고 풍으로 인해 팔다리가 저리고 아픈 것에 효과를 나타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