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드투데이 = 황인선기자] 퇴역 경주마의 ‘승용전환율’ 통계가 실제 말의 활용 여부와 무관하게 산정되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시민단체는 한국마사회가 말 복지 정책 성과로 제시해 온 관련 지표에 대해 감사원 공익감사 청구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제주 지역 동물권 단체인 제주비건은 16일 감사원 공익감사 청구 추진 방침을 밝히며 “한국마사회가 홍보해 온 퇴역 경주마 ‘승용전환율’ 지표가 실제 승용마 전환 여부를 반영하지 않는 통계일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제주비건에 따르면 농림축산식품부와 한국마사회는 퇴역 경주마의 ‘제2의 삶’을 강조하며 승용마 전환 비율을 말 복지 정책의 핵심 성과 지표로 제시해 왔다. 정부는 퇴역 경주마 승용 전환율을 2025년 45%에서 2029년 65%까지 확대한다는 계획도 발표한 바 있다.
그러나 제주비건은 현재 산정 방식이 실제 승용마 전환 여부가 아닌 퇴역 신고서에 기재된 용도만을 기준으로 집계되는 구조라고 주장했다.
단체는 “퇴역 신고 당시 이후 활용 용도가 결정되지 않는 경우가 많고, 상당수 말이 유통업자를 통해 거래된다”며 “신고서에 ‘승용’ 또는 ‘기타’로 기재된 내용만으로 승용 전환율을 산정하고 있어 실제 승마 활동 여부와는 차이가 발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퇴역 경주마 이동 경로를 분석한 결과도 이 같은 문제를 뒷받침한다는 주장이다.
제주비건이 최근 3년간 퇴역 신고 소재지 3523두를 분석한 결과 상위 20개 소재지가 전체 퇴역 경주마의 약 50%를 차지했으며, 상당수가 말 유통업자가 이용하는 계류 목장이나 비신고 승마시설로 이동한 정황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또한 최근 5년 동안 한 업체가 퇴역 경주마 580여 마리를 구매했으며, 일부 말은 경주마 시절 수천만 원에 거래되던 개체였지만 퇴역 이후에는 5만~10만 원 수준으로 거래된 사례도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제주비건은 또 한국마사회 기관평가 보고서에 제시된 수치와 실제 데이터 사이에 차이가 있다고 주장했다.
보고서에서는 2024년 승용 전환 두수가 415두에서 516두로 늘고 승용전환율도 32.65%에서 42.96%로 10.31%포인트 상승했다고 설명하고 있지만, 자체 분석 결과 실제 데이터에서는 2023년 552두에서 2024년 522두로 오히려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는 것이다.
전환율로 환산하면 2023년 43.8%에서 2024년 42.4%로 하락했다는 분석이다.
단체는 또 퇴역 경주마 관리 과정에서 ‘현행화’ 방식으로 폐사 처리되는 사례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말 등록 시스템에서 퇴역 후 일정 기간 행방이 확인되지 않으면 ‘폐사’로 행정 처리되는 방식이 사용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제주비건 분석에 따르면 전체 폐사 3050두 가운데 약 37%가 ‘현행화’ 또는 ‘미상’으로 분류된 사례였다.
김란영 제주비건 대표는 “퇴역 경주마의 실제 삶이 확인되지 않는다면 승용전환율은 말복지 성과가 아니라 검증이 필요한 통계에 불과하다”며 “말복지 정책은 보고서 속 숫자가 아니라 실제 말의 삶이 어떻게 관리되는지로 평가돼야 한다”고 말했다.
제주비건은 △퇴역 경주마 이동 경로 전수 조사 및 공개 △말 생애 전주기 관리 시스템 구축 △퇴역 경주마 보호 제도 마련 △불법 유통 방지 대책 강화 △말복지 정책 재검증 및 제도 개편 △독립적 동물복지 감독 기구 설립 등을 정부와 한국마사회에 요구했다.
단체는 “말 산업을 운영하는 기관이 동시에 감독 역할을 맡는 구조로는 말 복지를 보장하기 어렵다”며 “경마 산업 수익의 일정 비율을 퇴역 경주마 보호와 말복지 기금으로 환원하는 제도도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