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푸드투데이 = 황인선기자] 농업 현장의 가격 안정과 소득 보장을 목적으로 한 양곡관리법과 농수산물 유통 및 가격안정에 관한 법률(이하 농안법) 개정안이 여당 주도로 29일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전체회의를 통과했다. 두 법안은 오는 8월 4일 국회 본회의 상정을 앞두고 있으며, 야당 및 농민단체 일각에서는 “소득 보장 취지가 후퇴됐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이날 농해수위는 전체회의를 열고 양곡법과 농안법 개정안을 각각 위원회안으로 채택해 의결했다. 재석 위원 17명 중 양곡법은 찬성 16명, 반대 1명으로, 농안법은 찬성 15명, 반대 1명, 기권 1명으로 가결됐다. 이번 개정안은 지난해 윤석열 전 대통령이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했던 이른바 ‘농업 4법’ 중 일부로, 당시보다 일부 내용을 수정·완화한 형태로 다시 상정된 것이다.
개정 양곡법은 과잉 생산된 쌀을 정부가 매입하고, 시장 가격이 기준가격 이하로 떨어질 경우 그 차액을 보전하는 제도를 담고 있다. 농안법에는 쌀 외 주요 농산물의 가격이 하락할 경우 생산자에게 차액을 지급하는 가격안정제가 명시됐다. 당초 가격안정제는 양곡법에 포함돼 있었으나, 법체계상 농안법으로 이관됐다.
그러나 핵심 쟁점이었던 ‘공정가격’과 ‘평년가격’ 조항이 최종안에서 제외되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진보당 전종덕 의원은 이날 회의에서 “공정가격과 평년가격은 농민과의 약속이자 법의 핵심 취지였다”며 “법안이 거부권 당시보다 후퇴했다. 소득 보장의 기준이 되는 평년가격이 삭제된 것은 명백한 후퇴”라고 비판했다. 그는 이어 “공정가격은 생산비와 수급조절 비용을 포함해 농민의 땀의 가치를 인정하는 기준이었다”며 “법 취지를 살리지 못한 법안”이라고 지적했다.
야당 의원들도 절차적 문제를 제기했다. 국민의힘 이만희 의원은 “기준가격 산정방식과 법리체계에 대한 충분한 토론이 없었다”며 “농해수위는 여야 협치를 바탕으로 운영돼야 함에도 다수결에 의존한 강행 처리는 유감스럽다”고 밝혔다. 국민의힘 간사 정희용 의원 또한 “우리 당은 법안 내용에 동의했지만 표결 처리 방식은 매우 부적절하다”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더불어민주당 윤준병 의원은 “법안소위에서 축조심사까지 포함해 충분한 논의가 이뤄졌으며, 정부와 여야 간 의견을 반영해 합리적 조정안을 마련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임미애 의원도 “유통비까지 기준가격에 포함해야 한다는 주장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며 “이번 개정안은 오히려 생산비 중심으로 기준을 명확히 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부 입장도 달라졌다.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은 “과거에는 특정 품목에 재정이 집중돼 수급 불균형이 우려됐으나, 이번 개정안은 선제적 수급관리와 기준가격 제도를 통해 문제를 보완했다”며 “유통비용이 포함된 평년가격은 실효성이 낮고, 생산비 기준이 더 합리적”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농해수위는 법률안 처리 외에도 ‘한미 통상협상에 따른 농축산업 피해 방지 및 식량안보 확보 촉구 결의안’을 채택하고, 관련 대응 입법과 시행령 준비에 박차를 가하기로 했다.
이원택 농해수위 간사는 “양곡법과 농안법의 시행령이 농민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되도록 구체적이고 정교한 설계가 필요하다”며 “향후 관련 용역과 연구 등을 통해 시행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농민단체들은 ‘공정가격’이 빠진 법안은 “생산비 이하 가격을 사실상 인정한 꼴”이라며 반발하고 있으며, 본회의 통과 여부와 향후 시행령 규정의 구체화 여부에 따라 논란은 계속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