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농협 12만명, 침수 논밭으로 뛰었다"…재난급 호우에 '총력 복구전'

역대급 폭우에 가축 160만 마리 폐사·농경지 2만8천ha 침수
무이자 생활안정자금·병해충 방제·일손돕기 현장 지원 가동

 

[푸드투데이 = 황인선기자] "논이 바다처럼 변해버렸습니다."

 

지난 16일부터 이어진 극한 호우는 농촌을 직격했다. 산청 794mm, 합천 699mm, 하동 622mm, 광양 618mm 등 지난 나흘간 대한민국은 유례없는 폭우에 휩싸였다.

 

이번 재난은 단순한 장마를 넘어 '기후 재난' 수준이다. 서산에서는 시간당 100mm가 넘는 '극단적 강우'가 관측되며 극한호우 특보 기준(시간당 50mm)을 두 배나 초과했다.

 

인명피해와 재산피해가 속출했다. 사망자 18명, 실종자 9명, 임시 대피자 1만 4천여 명이 발생했다.

 

농업 분야도 직격탄을 맞았다. 전국 농작물 침수 면적은 2만8천ha에 달했으며, 닭 143만 마리를 포함해 가축 160만 마리가 폐사했다. 농업인들은 삶의 터전을 잃고 발을 동동 구를 수밖에 없었다.

 

 

농협, 5월부터 사전 대응…재해대책위원회 가동

 

농협은 이번 재해를 단순 복구가 아닌 '전사적 대응'으로 보고 있다. 이미 지난 5월, 범농협 재해대책위원회를 두 차례 열고 11만8,595곳의 재해우려 지역을 점검했다.

 

재해복구 장비 5,000대도 사전 정비했다. 전국 농·축협에 '농업인 집중호우 대비요령' 22만 부를 배포했고, 지난 10일부터는 마을 단위 예찰도 강화했다.

 

그러나 예보를 훨씬 초과한 폭우 앞에서 사전대비도 한계를 드러냈다. 기상청은 최대 200mm를 예측했지만 실제론 400mm 이상이 쏟아졌다.

 

농협은 기상 변화 직후 1,110개 농·축협 조합장에게 긴급 메시지를 발송하고 재해대책상황실을 즉각 가동해 비상대응체제로 전환했다.

 

농협은 침수 피해 현장으로 직접 뛰어들었다. 충남 예산과 당진, 홍성에서는 제방이 무너지고 마을이 고립되는 상황이 벌어졌다. 축사에서는 물살을 가르고 도망치는 가축들의 모습이 목격됐다.

 

농협은 생수·재해구호키트 등 5,000만원 상당의 구호물자와 양수기 200대, 축사 보강용 톱밥 1,000톤, 세탁차·밥차·이재민용 텐트를 긴급 투입했다.

 

 

농협중앙회 강호동 회장은 예정된 일정을 모두 취소하고 아산·예산·산청·합천 등 피해 현장을 돌며 피해 농업인을 위로했다.

 

강 회장은 피해복구 현장에서 2,000억 원 규모의 재해자금을 긴급 편성할 것을 지시했다.

 

농업인 지원책도 속속 나왔다. 농협은 피해지역 조합원에게 긴급생활안정자금을 세대당 3천만 원 까지 무이자로 지원한다. 지원 대상은 집중호우피해시군 관내 조합원이며, 9월 30일까지 언제든 접수 가능하다. 이외에도 ▲카드대금 청구 유예 ▲특별재난지역 ATM 기기 금융수수료 면제 등 폭넓은 금융 지원책도 함께 시행한다.

 

농협 관계자는 "아직 피해 규모가 확정되기 전이지만 농작물 피해 복구를 위한 실질적 지원책을 속도감 있게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농협은 지난 20일부터 범농협 12만 임직원을 수해복구 현장에 투입했다. 서류를 내려놓고, 삽을 들었다. 구슬땀을 흘리며 쓰러진 농작물을 일으켜 세우는 모습이 전국 각지에서 목격되고 있다.

 

강호동 회장은 "갑작스러운 폭우로 삶의 터전을 잃은 농업인과 이재민께 깊은 위로를 전한다"며 "하루빨리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현장 중심의 실질적 지원을 이어가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