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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면 한 그릇 1만6천 원…고공행진 외식물가에 '냉면포비아'

메밀값은 내렸는데 냉면값은 쑥쑥…필동면옥, 을밀대 등 주요 노포들 줄줄이 가격 인상

 

[푸드투데이 = 황인선기자] 서울의 대표적인 평양냉면 맛집들의 가격이 잇따라 인상되며, 여름철 대표 서민 음식으로 불리던 냉면이 ‘고가 외식 메뉴’로 자리잡고 있다. 원재료 가격은 되려 하락세인데 인건비와 임대료, 에너지 비용 등 외부 비용 요인이 냉면값 상승의 주된 원인으로 분석된다.

 

중구 필동의 필동면옥은 최근 냉면 가격을 기존 1만4천 원에서 1천 원 인상해 1만5천 원으로 조정했다. 서울 마포구 을밀대도 지난 3월 물냉면 가격을 1만5천 원에서 1만6천 원으로 올렸다. 회냉면은 2만 원, 수육은 4만5천 원으로, 성인 4명이 냉면과 수육을 함께 먹으면 10만 원을 훌쩍 넘는다.

 

서울의 평양냉면 4대 노포 중 하나인 을지면옥은 최근 종로구 낙원동으로 이전하며 가격을 1만3천 원에서 1만5천 원으로 인상했다. 우래옥, 봉피양, 평양면옥 등 서울 주요 냉면 전문점도 1만5천~1만6천 원 가격대를 형성하고 있으며, 곱빼기의 경우 2만2천 원에 달하는 곳도 있다.

 

평양냉면의 핵심 재료인 메밀의 가격은 오히려 하락세다. 농산물유통종합정보시스템(KAMIS)에 따르면, 5월 초 기준 메밀(중도매가)은 ㎏당 3,285원으로 1년 전보다 9.4% 하락했다.

 

그럼에도 냉면값은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이는 원재료보다는 ▲인건비 상승 ▲전기·가스 요금 등 에너지 비용 증가 ▲상권 내 임대료 상승 등의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했기 때문이다. 2025년 최저임금은 시간당 1만30원으로, 냉면 한 그릇을 먹기 위해선 최저임금보다 2천 원 이상을 더 벌어야 하는 셈이다.

 

최근 물가 상승을 주도하는 것은 농산물이 아닌 가공식품 및 외식물가다. 통계청 국가통계포털(KOSIS)에 따르면, 2024년 4월 가공식품 물가는 전년 동월 대비 4.1% 상승, 이는 2022년 12월 이후 16개월 만에 가장 큰 폭이다. 외식물가 역시 3.2% 상승해 13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전문가들은 지난해 말부터 이어진 고환율 기조가 수입 원재료 가격에 시차를 두고 반영되면서 외식 업계 전반에 가격 인상 압박이 커졌다고 분석한다.

 

냉면은 전통적으로 여름철 대표적인 ‘서민 음식’이자 ‘가벼운 한 끼’로 인식돼 왔지만, 최근엔 1인분 외식물가 상위권에 이름을 올릴 정도로 가격대가 높아졌다.

 

서울 시내 냉면 전문점들은 맛과 전통을 내세우는 동시에 프리미엄 전략과 브랜드 가치를 유지하기 위한 불가피한 인상이라는 입장이다. 다만 일부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냉면 한 그릇에 1만6천 원이면 체감상 삼겹살보다 더 부담스럽다”는 반응도 나온다.

 

다가오는 여름, 뜨거운 날씨만큼이나 ‘차가운 냉면’ 가격이 외식 시장에서 가장 뜨거운 감자가 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