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푸드투데이 = 황인선기자] 김 산업의 체질 개선을 위한 법적 기반이 마련된다. ‘김산업의 육성 및 지원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국회 상임위와 법사위를 통과하고 본회의만을 앞두면서, 기후변화 대응 및 육상양식 활성화를 위한 제도적 전환이 가시화되고 있다. 산업계도 대기업 중심으로 육상양식 진출을 본격화하며 구조 전환이 빠르게 진행 중이다.
28일 국회 등에 따르면 ‘김산업의 육성 및 지원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대안)’이 최근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와 법제사법위원회를 모두 통과해 본회의 의결만을 남겨두고 있다.
이번 개정안은 김 산업의 정의에 김 종자의 배양과 생산을 명시하고, 정부의 기본계획에 종자 지원을 포함하도록 했다. 또 국가와 지자체가 김 양식 품질 향상과 생산성 제고를 위한 연구개발과 보급 사업을 추진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담고 있다.
이번 입법 추진은 단순한 제도 정비를 넘어 기후위기 속 김 산업의 생존 전략과 맞닿아 있다. 김은 겨울철 낮은 수온에서 자라는 냉수성 해조류다. 최적 생육 온도는 10~14도, 해수 온도가 20도 이상으로 오르면 성장이 급격히 둔화된다. 하지만 최근 기후변화로 해수 온도가 상승하고, 적조, 미세플라스틱 등 복합적 환경 변화가 겹치면서 기존 해상 양식 시스템이 위기를 맞고 있다.
이에 따라 기후 영향을 최소화할 수 있는 ‘육상 양식’이 새로운 대안으로 부상하고 있다. 해양수산부는 김 종자 생산(120억 원), 양식 설비 및 품질 관리(230억 원) 등 총 350억 원 규모의 투자 계획을 세우고, 오는 4월 중 최종 사업자를 선정할 예정이다.
대기업도 육상 김 시장 진출…산업 생태계 ‘재편’
'검은 반도체'라고 불리는 김은 한국 수산식품 수출 1위 품목이다. 해수부에 따르면 지난해 김 수출액은 9억 9700만 달러(약 1조 4300억 원) 규모를 기록하며 명실상부한 수출 효자 품목으로 자리매김했다. 그러나 기후위기로 품질 저하와 생산 불안정성이 커지자 주요 식품 대기업들도 잇따라 육상 양식 시장 진입에 나서고 있다.
CJ제일제당은 김 육상 양식 기술 개발에 선도적인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2018년 업계 최초로 김 육상 양식 기술 개발에 착수해 2021년 수조 배양에 성공했다. 이듬해에는 국내 최초로 육상양식에 적합한 전용 품종을 확보했다. 이러한 기술력을 바탕으로 CJ제일제당은 지난 2월 전라남도.해남군과 ‘김 종자 생산 및 육상 양식 공모 사업 선정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이어 3월에는 인천시 및 인천대학교와 '인천지역 해양수산연구 발전을 위한 업무협약'을 맺고 김 육상 양식 산업화와 종자 개발을 위한 공동 연구를 추진하고 있다.
대상은 2023년부터 고흥군, 하나수산과 함께 '친환경 김 육상양식 기반 구축 시범 사업'을 진행해 육상에서 물김을 판매 가능한 크기인 40~50cm까지 키우는 데 성공한 바 있다. 오는 5월 2차 시범 양식을 위한 시설을 준공할 예정이다.
풀무원은 ‘바이오리액터’라고 불리는 큰 수조 내에 김을 재배하는 ‘육상 김 양식 기술’을 2021년부터 연구 개발하고 있다. 기존의 해상 양식 방식과 달리 육상에서 김을 양식하면 기후 영향을 최소화할 수 있으며, 연중 안정적인 생산이 가능하다. 지난해 7월부터 새만금 수산 식품 수출 가공 종합단지에 '육상 김 알앤디(R&D, 연구.개발) 센터(2800여 평, 60억원)‘ 구축을 위한 입주 계약을 체결하고, 김 생산 연구와 가공·상품화를 준비하고 있다.
육상 김 양식의 가장 큰 장점은 연중 안정 생산과 위생·안전성 확보다. 수조 내 폐쇄형 시스템으로 양식이 이뤄지기 때문에 미세플라스틱, 중금속, 해양 세균 등 오염 요인을 차단할 수 있어 프리미엄 시장 진출에도 유리하다는 평가다.
업계 관계자는 “육상 양식은 단순한 대체재가 아니라 김 산업의 고부가가치화와 글로벌 경쟁력 확보 전략”이라며 “기술 고도화와 함께 관련 산업 전반에도 파급 효과가 클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법 개정이 김 산업의 지속 가능성과 구조적 전환을 위한 결정적 전환점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한 수산정책 전문가는 “종자부터 품질 관리까지 생산 전 주기를 국가가 책임지는 체계가 필요하다”며 “기후위기 속 기존 시스템이 흔들리는 만큼, 법적 뒷받침 없이는 산업 자체가 붕괴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정부와 업계가 주목하는 ‘육상 김 산업’ 시대, 그 제도적 첫 단추는 국회 본회의에서 결정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