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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점검] "군 급식 경쟁입찰하니 모두 외국산"...입찰방식 철회 촉구

국방부, 군 급식 51년 만에 수의계약→경쟁입찰 도입
4개 대대 ‘하반기 시범급식 입찰공고' 외국산 납품 지정
한우협회, 국방위원장 면담... 경쟁 입찰방식 철회 요구

 

[푸드투데이 = 황인선기자] "32사단의 경우 우육 5품목 중 한우는 전혀 없습니다. 모두 냉동 외국산만 입찰했습니다."


군 급식 경쟁입찰 방식을 두고 농업계의 불만이 거세지고 있다. 농업계가 우려했던 저가 경쟁입찰로 인한 국내산 농축산물 배제가 현실이 됐기 때문이다.


7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국방부가 최저가 경쟁입찰 도입목적으로 진행한 4개 대대의 ‘하반기 시범급식 입찰공고’에서 수입산이 점령했다.


국방부가 최저가 경쟁입찰 도입목적으로 진행한 4개 대대의 ‘하반기 시범급식 입찰공고’의 현품설명서에 따르면, 축산물의 경우 부위별 수입국가까지 직접 지정해 모두 외국산으로 납품할 것을 요구했다. 돼지고기 원산지는 스페인, 미국, 프랑스로 지정했으며 쇠고기의 원산지는 미국, 호주, 뉴질랜드로 지정했다. 


이로 인해 제1보병사단의 경우, 우육 13품목 중 한우는 뼈 1품목만 해당되고 12품목(갈비, 목심, 사태, 설도, 양지, 우둔, 전각 등)은 모두 호주산 냉동제품만 입찰됐다. 32사단의 경우는 우육 5품목 중 한우는 전혀 없고 모두 냉동 외국산만 입찰됐다.


국내 농축산업계는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전국한우협회(회장 김삼주)는 이날 '군납 경쟁 입찰방식 철회'를 요구하며 국방위원장에게 면담을 요청했다. 


협회는 면담에서 ▲군납 경쟁 입찰방식 철회, ▲국내 농축산물 보호 및 증진, ▲군장병 생활여건개선분과위원회에 농축산단체 포함시켜 줄 것을 요구했다.


국내 농축산업계는 군급식 경쟁입찰 전환의 폐단으로 저가경쟁에 따른 장병 급식 질 저하 우려, 성실히 군납을 납품해 온 축산농가 및 축산업의 피해, 전시·평시 안정적인 군급식 공급체계 유지 및 사전대응 곤란 등을 제기해왔다. 


협회는 "부실 군급식의 본질적인 문제는 조리와 급양관리였음에도 불구하고 저가 경쟁입찰로 인해 국내산 농축산물 배제됐다"고 주장했다.


축산관련단체협의회도 성명서를 내고 "국방부가 군급식 개선안의 핵심으로 내세운 경쟁입찰 전환방식의 실체와 폐단이 적나라하게 드러났다"며 "국방부는 대부분 수입콩으로 만든 두유급식을 포함시키기 위해 우유급식 폐지를 추진하는 한편, 최저가 경쟁입찰을 통해 수입 축산물을 장병들에게 공급하려 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 국방부, 군 급식 경쟁체제 도입 왜?


국방부에 따르면 군은 1970년 1월 체결한 '군 급식 품목 계획생산 및 조달에 관한 협정'에 따라 장병급식에 사용되는 농수축산물을 50년 넘게 수의계약 방식으로 조달해 왔다. 


하지만 관계 법령 규제 때문에 장병들이 선호하는 가공식품을 제공하고 어렵고, 공급자 위주의 조달 체계로 장병들의 선호를 충분히 반영할 수 없다는 문제점이 제기돼 왔다.


이에 국방부는 지난 7월 4일 군 급식시스템을 직영을 원칙으로 한 '선 식단편성·후 식재료 경쟁조달' 체계로 바꾸기 위해 학교급식 시스템을 벤치마킹한 장병급식 전자조달시스템(가칭 MaT)을 단계적으로 도입한다고 발표했다. 기존 수의계약 체제에서 경쟁체제로 바꿔 더 많은 공급자가 참여할 수 있게 하겠다는 것이다.


# 국산 농축산물 배척...국회.농식품부가 사태 해결을


하지만 국내 농업계는 군인들의 영양을 책임진 국산 농축산물을 배척하는 입찰방식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식량안보를 역행해 오히려 부실급식과 군납비리 의혹을 야기하고 있다고 했다.


전국한우협회 관계자는 "대기업 배불리는 특혜시비로 얼룩진 불투명한 입찰방식 도입 철회하라"라며 "이번에 문제가 된 군납입찰 서류의 현품설명서에는 각 식자재의 냉장·냉동 여부, 원산지, 중량, 그리고 취급품목 업체명까지 구체적으로 명시돼 있어 과연 이것이 경쟁입찰은 맞는지, 특정업체의 낙찰과 이익을 위한 특혜가 아닌지도 의문스럽다"고 말했다.


전국 축산농가들은 주무부처인 농식품부와 국회가 사태 해결에 나서 줄 것을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