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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트로 드라마로 보는 식생활의 변화] (5)전원일기-양념치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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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드투데이 = 조성윤기자] <편집자 주> 각박한 일상에 지쳐가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90년대 드라마가 여러 채널에서 부활하고 있다. 그 중 '전원일기'는 매니아층이 생길정도로 큰 인기를 얻고 있다. 80년대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방송된 전원일기는 농촌사회의 이면과 가족애를 섬세하게 그린 작품으로 각광받았다. '양촌리'라는 동네에서 손꼽히는 대가족으로 꼽히는 김회장의 가족을 주축으로 이웃 간의 일상을 이야기 하는 이 드라마는 유독 '음식'과 관련된 에피소드가 많다. 23년이라는 세월을 담은 이 드라마를 보면 우리의 식생활도 어떻게 변했는지 알 수 있다.

Episode

지독하게 봄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본인 만이 정해놓은 봄과 여름의 경계선이 있을 것이다. 나에게 늦봄은 거리에 걸려있는 연등이 자취를 감출때 까지이다. 그 무렵은 핑크빛이 가득한 봄의 한가운데와 달리 이런저런 아쉬움으로 무기력하기도 하고 입맛도 없다.

 

김회장의 둘 째 며느리도 그 계절을 함께 앓고있었다. 봄과 여름사이의 계절감과 고단한 밭일에 지쳐 입맛을 잃고 몸을 뉘이는 일에만 집중하게된 그녀는 밥생각은 도통 없었지만 양념치킨만은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았다.

 

마침 읍내로 볼 일을 보러간다는 남편에게 양념치킨을 사다달라고 부탁하고 남편이 귀가하기만을 기다렸다. 양념치킨을 포장해서 집으로 가던 김회장의 둘째 아들은 밭일을 끝내고 잠시 쉬고 있는 김회장 부부와 마주친다.

 

풋고추와 된장, 김치와 막걸리 뿐인 부모의 초라한 새참상을 본 그는 집으로 들고가려던 양념치킨을 김회장 부부에게 내어준다. 눈앞에 치킨이 나타난 내막을 알 리 없는 김회장 부부는 치킨을 먹으며 행복해하고, 닭다리 하나를 남겨서 첫 째 손자에게 건넨다.

 

닭다리를 받은 손자는 부엌으로 달려가 자랑을 하고 마침 큰집에 들른 둘째며느리는 자신에게 동의도 없이 시부모에게 양념치킨을 건넸다는 사실에 배신감을 느낀다.

그리고 집으로 돌아가 남편에게 앞으로 식사를 챙겨주지 얺겠다고 선전포고를 하고 정말 밥도 안주고 혼자서만 고기를 구워먹다가 시어머니에게 들통이 난다.

끓여먹거나 찜으로 해먹거나 볶아먹는 것이 닭요리의 전부였던 과거에 튀긴 닭은 남녀노소 모두 좋아하는 인기메뉴였다. 1960년대 초반 명동영양센터에서 파는 전기통닭구이로 치킨을 판매했다. 10년이 지나고 1971년 저렴한 해표식용유의 등장은 서울은 물론 지방까지 시장통닭의 신세계를 열어준 일등공신이었다.

 

1977년 한 백화점의 지하매장에 개업한 '림스치킨'은 통으로 판매하던 '통닭'을 조각화해서 판매한 최초의 브랜드였고 1984년 대기업인 두산에서 운영한 KFC의 매장에서 조각치킨을 대중적으로 접하게 됐다.

'K-치킨'의 시작이라고 할 수 있는 양념치킨은 그보다 일찍 시작됐다. 1978년에는 멕시칸치킨이 창업되며 세상에 나오게 된다. 양념치킨의 탄생과정에서 갑을박론은 있지만 멕시칸치킨의 윤종계대표는 손님이 후라이드 치킨을 남기는 광경을 지켜보며 후라이드의 느끼함을 잡을 수 있는 치킨을 만들어보자는 생각이 양념치킨을 만들어냈다고 전해진다.

 

처음에는 소비자들이 낯설어했기 대문에 무료시식회를 열고 또 후라이드 치킨을 주문하면 공짜로 양념치킨을 조금 얹어주는 식으로 홍보를 했더니 두 달만에 반응이 폭발적이었다고 한다. 양념치킨을 만들 때 소스를 아무리 만들어봐도 특징이 없자 물엿을 넣어 지금의 소스를 만들었다고 한다.

 

1982년 치킨사업을 시작한 페리카나에서도 한국 사람들의 입맛에 맞도록 고추장, 마늘, 물엿 등을 사용해서 양념을 개발했다며, 자신들이 원조라고 주장 했었다. 한 공중파 방송의 프로그램에서 페리카나 치킨의 창립자 양희권씨는 양념 치킨이 처음 나올 당시에는 너무 낯선 음식이었기 때문에 인기가 없다가 최양락의 '페리카나 치킨이 찾아왔어요~'의 CM송이 히트를 치면서 양념 치킨을 사려고 50미터나 줄을 섰을 정도로 대박이 났다며 당시를 회상했었다.

하지만 이 논쟁은 페리카나 창업주인 양희권씨가 대구에서 일하면서 윤종계씨에게 비법을 전수받아 대전에서 체인을 냈고 양념치킨 특허에 대한 대법원 판결에 따라 윤종계씨가 양념치킨을 처음으로 만든것으로 종결됐다.  양념치킨의 창시자는 윤종계씨지만, 먼저 프렌차이즈 체인을 내면서 전국에 소개한 사람은 페리카나를 만든 양희권 씨인 셈이다.

 

어쨌든 '페리카나치킨'의 성공으로 양념치킨은 아이들의 생일이나 특별한 날, 외식을 대신할 수 있는 인기메뉴로 자리잡았다. 후라이드.양념 반반이라는 공식도 생겨났다. 치킨업계가 본격적으로 성장하며 배달경쟁과 치킨광고가 등장한 것도 이 시기다. 

 

88올림픽과 아시안게임으로 성공적으로 치뤄내며 경제가 급성장하게 되자 치킨의 소비량도 늘어난다. 1989년에는 '처갓집','이서방', 스모프, 사또, 맥시칸, 등의 프랜차이즈가 생겨나고 흥행에 성공하며 양념치킨은 한 세대를 풍미한다. 그때는 후라이드보다 느끼하지 않고 매콤달콤한 양념치킨이 대세였다.

 

1996년, BBQ가 등장한다. '황금올리브유 치킨'으로 논란과 센세이셔널을 일으켰던 BBQ는 양념치킨의 대세를 다시 후라이드로 변화시킨다. 모두에게 가혹했던 IMF는 BBQ는에게 기회였다. IMF로 인한 정리해고와 희망퇴직 바람을 타고 가맹점 수를 늘리며 급성장한다. 비슷한 시기 교촌치킨도 간장양념이라는 독특한 방식으로 인기가도를 달리게 된다.

2010년에는 굽네치킨이 론칭되며 치킨을 오븐에 넣었다. 5년 후인 2015년, 구운치킨에 매운맛인 볼케이노 소스를 발라 2000마리를 팔아치우며 치킨업계에 빨간맛 열풍을 몰고왔다. 현재 치킨전문점은 처갓집양념치킨, 호식이두마리치킨, 페리카나, 지코바양념치킨, 멕시칸치킨, 자담치킨, 또래오래, 땅땅치킨, 또봉이통닭, 깐부치킨, 디디치킨, 훌랄라치킨, 오븐마루치킨, 마파치킨, 웰덤치킨, 네네치킨, 아웃닭 등 3만개가 넘는 치킨전문점이 존재한다.

 

치킨전문점의 브랜드가 많아질수록 후라이드와 양념의 종류가 다양화됐다. 하지만 후라이드 양념 반반은 치킨매니아들에게 진리인 메뉴다. 전화 한 통이면 배달오는 치킨이지만 김회장의 일가가 사는 과거의 양촌리 사람들에게 양념치킨은 읍내를 나가야만 먹을 수 있는 특별한 메뉴였다.

 

온갖 정보가 넘쳐나고 사람들끼리 주고받는 말들에 진실이 없어지는 시절의 탓일까. 식량과 별미라고 지칭하던 먹거리들이 흔해지고 풍요가 아닌 넘쳐나고 있다. 하지만 배부르고 등이 따뜻한 것이 최고라고 여기던 시절, 풋고추와 김치로 차려진 초라한 새침상에서 신기루처럼 만난 양념치킨은 기막힌 별식이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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