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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끄러운 자화상 ‘부실 도시락’

“10대 경제대국의 어두운 그림자”
결식아동에 대한 사회적 관심 절실


“어떻게 이럴 수가 있나.”
“이 지경이 되도록 정부는 도대체 뭘 하고 있었나.”
“세계 10대 경제대국 국민으로서 부끄러울 뿐이다.”

결식아동들에게 제공된 ‘부실 도시락’ 파문과 관련된 국민들의 반응이다.

일반 시민은 물론 급식을 전문으로 하는 업체 관계자들까지도 “해도 너무 했다”며 입을 다물지 못하고 있다.
김치와 참치 볶음, 단무지와 메추라기 알, 그리고 건빵. 이것이 온 누리에 하나님의 은총으로 가득한 크리스마스이브에 결식아동에게 지급된 도시락의 내용이다.

도시락 공급업체 사장이 자식을 둔 사람이라면 자기 집에서는 최소한 피자나 치킨이라도 배달시켜 먹일 걸로 생각한다면 이브 날조차 그런 ‘부실 도시락’을 제공했다는 것은 도덕적 양심조차 찾아볼 수 없는 우리시대의 부끄러운 자화상이 아닐 수 없다.

더구나 식자재 유통을 전문으로 하는 업계 관계자의 말에 따르면 문제의 ‘부실 도시락’의 경우 원가가 600원이면 충분하다고 말해 더욱 충격을 주고 있다.

전문가 의견으로는 제조원가 600원에 포장용기 300원, 배달 인건비 500원으로 하더라도 전체 원가가 1,400원에 불과하기 때문에 업체는 최소한 1,000원의 이익을 낼 수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한 끼 당 2,500원으로는 그 정도의 도시락을 제공할 수밖에 없다는 해당 업체의 말은 변명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이는 현재 학교에서 제공하는 급식의 경우만 보더라도 초등학교의 경우 끼니 당 1,500원 수준이며, 중고등학교는 서울의 경우 평균 2,300원, 지방은 2,000원 정도라는 점을 감안하면 예산이 적어서 도시락이 부실할 수밖에 없다는 것은 설득력이 없다.

‘부실 도시락’ 파문이 지금까지 밝혀진 서귀포와 군산은 물론 전국적으로 비슷한 양상이라는 점에서 예산을 집행하고 관리 감독해야 할 행정기관의 책임 역시 적지 않다.

업체가 원가 산정을 제대로 하는지, 도시락 반찬이 성장기 아동들에게 영약학적으로 적합한지에 대해 최소한의 관심도 가지지 않고 있었다는 점에서 국민들로부터 비난을 면할 길이 없다.

전국적으로 결식아동은 교육인적자원부의 공식통계로 97년에 1만1천명이던 것이 IMF 이후 급증해 지금은 16만4천명에 이르고 있다. 그러나 한 시민단체에서 추정한 바로는 무려 117만 명에 이르는 것으로 나와 있다.

복지국가의 이상향으로 ‘분배’와 ‘균형’을 유난히 강조하고 있는 노무현 정부는 물론 우리사회 전체에 ‘춥고 배고픈 사람’, 특히 결식아동에 대한 관심과 배려가 절실히 요구되고 있는 시점이다.

김병조 편집국장/bjkim@fe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