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 속담에 ‘게를 담는 바구니는 뚜껑이 없다’라는 말이 있다. 게는 함께 두면 서로 물고 늘어지는 습성이 있어 한 놈이 바구니 밖으로 나가려고 하면 다른 한 놈이 물고 늘어지기 때문에 뚜껑이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우리나라 정치인들의 작태를 보면 게의 습성과 너무도 흡사하다. 정치인들은 입만 뻥긋하면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존경하는 선배 동료 의원 여러분.....’으로 연설을 시작한다. 그런데 과연 국민을 존경하고 선배 동료 의원을 존경하고 있는가. 필자는 우리 정치사에서 입장이 서로 다른 여야 의원들이 실지로 상대방을 존경하고 칭찬하는 경우를 본 기억이 없다. 학교나 고향 선후배지간도, 한 때는 뜻을 같이 했던 동지였음에도 당적이 다르면 원수지간이 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
필자는 우리 국민의 ‘과거 지향적 의식’ 탓으로 보고 있다. 학교 다닐 때는 자기보다 공부도 못하고 별 볼일 없던 친구가 사회에 나와서 나보다 더 잘돼있으면 이상하게 생각한다.
뭔가 부정한 방법으로 또는 배경이 좋아서 출세했을 거라고 생각하면서 친구의 잘된 모습을 인정하려 들지 않는다. 야당 정치인들이 대통령 노무현을 인정하지 않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학벌도 없고 일선 정치인으로서의 경험도 그리 화려하지 못한 사람이 대통령이 된 자체를 이상하게 생각하고 있는 것이다. 과거 이력이나 경력으로 따져 대통령이 된 노무현보다 내가 못할 게 뭐가 있느냐는 식의 사고가 대통령으로서의 노무현을 인정하지 않는 원인은 아닐까.
노무현 대통령은 분명 국민의 뜻에 의해 선택된 사람이다. 정치인들이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이라고 말 할 자격을 가지려면 실제로 국민의 뜻을 존경할 줄 알아야 한다.
국민의 뜻을 무시하고 대통령의 권위를 무조건 깎아 내리려고 하는 것은 게의 나쁜 습성과 다를 바 없다. 탄핵정국에서도 국민의 70% 이상이 반대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민의를 무시한 채 탄핵을 강행한 야당 의원들의 처사는 반대를 위한 반대에 불과하다. 그러고도 국회가 민의를 대표하는 헌법기구라고 말할 수 있는가.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는 제목의 책을 본 적이 있다. 노무현 대통령이 취임한 후에 야당 국회의원들이 대통령에게 칭찬하는 경우를 본 일이 없다. ‘존경하는 선배 동료 의원 여러분...’ 하면서 여야 의원들이 서로 칭찬해주는 꼴을 본 적이 없다.
삼성이 현대를 칭찬하고 현대가 삼성을 칭찬해주는 경우를 본 적이 없다. 노무현 대통령이 잘 하는 부분도 분명히 있는데도, 당적이 다른 국회의원이지만 칭찬할 만한 일을 했는데도, 경쟁관계에 있지만 국가 경제발전을 위해 기여한 업적이 인정할만한데도 서로가 서로를 칭찬해주는 모습을 찾아보기 힘들다.
칭찬은 발전적이고 생산적인 선의의 경쟁을 유발시킨다. 남이 잘되는 것이 곧 나도 잘되는 길이라는 생각을 가져야 한다. 선의의 경쟁은 곧 파이를 커지게 만들고 그래야 내가 먹을 수 있는 몫도 생기는 것이다. 그래서 칭찬은 상생의 길이다.
칭찬이 고래를 춤추게 만들 듯이 서로가 서로를 인정하고 칭찬함으로써 덩실덩실 춤추며 살아갈 수 있는 아름다운 사회가 그립다.
김병조 편집국장/bjkim@fe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