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산업에서의 대기업 편중 현상이 갈수록 심화되고 있어 불균형 성장이 우려되고 있다.
대기업들은 기초식품은 물론 가공식품과 건강기능식품 시장에 이르기까지 무차별적으로 사업 영역을 확대하고 있어 중소기업들의 설자리를 좁혀가고 있다.
게다가 대기업들 간에도 상호 고유 영역을 침범하면서 부동의 철옹성으로 여겨졌던 시장 점유가 무너지거나 역전되는 등 별들의 전쟁을 연상케 하고 있다.
대표적인 기초식품인 된장과 고추장, 간장 시장의 경우 이미 대상과 CJ, 샘표식품이 시장 전체를 거의 독식하고 있다.
특히 고추장의 경우 2003년 기준으로 CJ(대표브랜드 해찬들태양초고추장)가 44%, 대상(청정원순창고추장) 41%, 샘표식품(햇고추장) 15%로 3개 대기업이 시장을 나눠먹고 있다.
된장도 CJ와 대상이 전체시장의 75%를 점유하고 있으며 간장의 경우 샘표식품과 대상이 70%를 차지하고 있으며 100년 전통의 몽고간장과 오복간장이 각각 10% 정도를 차지하고 있을 뿐이다.
장류산업은 지난 84년 중소기업 고유 업종으로 지정됐으나 95년 9월 1일부로 해제, 대기업의 진출이 허용되면서 10여년 만에 대기업 독무대가 된 셈이다.
또 김치의 경우 시장점유율 67%를 차지하고 있는 두산 ‘종가집김치’의 독무대다. 이어서 농협과 동원, 풀무원 등이 각각 10% 내외에 불과하며 나머지 대부분의 김치 제조업체들은 대기업의 하청업체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CJ와 신동방으로 양분돼있던 식용유 시장은 최근 CJ가 신동방을 인수함으로써 CJ의 독점 시장이 되고 말았다.
면류의 대표적인 상품인 라면시장의 경우 역시 대기업인 농심의 시장점유율이 72%(업계주장 77%)로 독주하고 있는 가운데 중견기업인 삼양식품과 오뚜기는 10% 안팎에 머물고 있는 실정이다.
전통적인 중소업체의 몫이었던 베이커리 분야에도 대기업인 CJ가 ‘뚜레쥬르’라는 브랜드로 97년에 진입한 이후 연간 20% 안팎의 신장세를 보이며 중소업체들의 몫을 갉아먹고 있는 가운데 최근에는 삼양사와 도자기 업체 행남자기까지 뛰어들어 중소기업들을 더욱 위협하고 있다.
이밖에 제과와 음료, 제당 분야는 이미 대기업들의 차지가 된지 오래다.
기초 및 가공식품뿐만 아니라 건강기능성식품 분야 역시 올해 초 발효된 ‘건강기능식품에 관한 법률’이 사실상 중소기업들에게는 불리하게 만들어져 있어 대기업들의 독무대가 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시설기준이나 마케팅 면에서 중소업체들은 대기업의 자금력을 감당할 수 없기 때문이다.
실제로 최근 건강기능식품 시장이 침체상태에서 있는데도 불구하고 대기업의 매출은 놀라울 정도의 신장세를 보이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로는 대상의 ‘클로렐라’를 들 수 있다. 대상은 2002년 전체 시장규모 240억원 중에 120억원의 매출을 올려 50%의 시장 점유를 보인데 이어 2003년에는 570억원 중 390억원 어치를 팔아서 70% 가깝게 시장을 점유했다.
식품산업에서의 이같은 대기업 독식현상은 국제 경쟁력 제고나 제품의 품질향상 등의 측면에서는 긍정적인 면이 적지 않다.
그러나 식품산업의 특성상 건전한 성장과 균형적인 발전을 위해서는 중소기업의 역할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점에서 대기업의 독식현상은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또 기초식품의 경우 각 지방별 맛의 전통이나 특성을 살릴 필요가 있는데도 불구하고 대기업의 ‘공장식 생산’이 주류를 이루고 있어 제품의 다양성이 사라지고 소비자들의 입맛을 획일화시키는 점도 부작용 중의 하나로 꼽히고 있다.
한편 식품가공산업은 농가의 소득과 관련하여 지연(地緣)산업으로 발전시켜야할 주요 분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식품가공업체들이 수입농산물을 가공원료로 사용하고 있어 국내 식품산업과 농산물 생산의 연계성이 약하기 때문에 식품산업은 발전해도 국내 농산물의 수요는 증대되지 않아 문제이다. 대기업이 시장점유율을 확대해 갈 경우 국내 농산물을 기반으로 하는 중소 식품가공업체은 몰락하게 되고, 농업과 가공산업간의 연계성은 더욱 약화될 것이다. 또한 식품가공이 성장산업이란 점을 고려할 때, 이는 국내 농업과 농가소득 기반을 위축시키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다. 이러한 점을 고려하여 국내산 농산물을 원료로 하는 중소식품가공업체를 다수 육성할 필요가 있다. 중소식품가공업체가 직면한 가장 큰 문제는 브랜드 파워와 소비자의 신뢰가 약하다는 점이다. 즉 중소업체 제품의 품질이나 안전성에 대해 소비자들이 믿지를 못하고 있고, 중소기업으로서는 영세성 때문에 소비자에게 브랜드를 인지시켜 소비자의 신뢰를 얻기 어렵다. 더욱이 국민소득이 증가함에 따라 식품안정성에 대한 소비자의 관심은 증대되고 있으며, 영세 식품업체의 입지는 더욱 약화될 전망이다. 이에 중소식품가공업체들은 협동조합식의 공동대응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공동의 출자를 통해 판매회사를 설립하고, 공동의 브랜드를 사용하며, 판매회사를 통해 철저한 품질 및 시장 관리를 하도록 하는 방법이다. 이는 대기업의 많은 제품에서 제조원과 판매원이 다르다는 데에서 시사점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
김병조 편집국장/bjkim@fe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