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삼겹살 무관세 수입에 양돈농가 "어찌 살라고"

정부 7만t 수입 "현실 외면한 미봉책에 농가 죽을 판"

 
 
“삼겹살을 7만t이나 수입한다는 것은 국내 양돈농가들에게는 죽으라는 것이나 다름없어요.”
 
대한양돈협회의 돼지고기 전면 출하 중단 결정 후 축사에 있는 돼지들에게 사료를 주던 주인 박모(54)씨는 출하거부에 대해 “이렇게 해서라도 수입을 막아야 농가가 살 것 아니요”라며 한숨부터 내쉬었다. 

‘살기’ 위해 제 살을 깎는 고통을 감내하고 ‘출하 중단’을 결정할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이번 사태의 발단은 지난 20일 정부가 수입 돼지고기 7만t을 무관세 수입하겠다고 발표하면서부터다.
 
이 같은 조처에 반발한 대한양돈협회는 지난달 28일 돼지고기 출하를 무기한 연기한다는 초강수를 뒀다. 

출하가 중단될 경우 양돈농가들의 피해도 막대하지만, 더 이상은 물러설 곳이 없는 협회 소속 농가들도 협회의 돼지고기 무관세 수입 반대에 적극적으로 동참하고 나섰다.
 
전남 장성군에서 1500여 마리의 돼지를 키우고 있는 박씨가 한달에 판매하는 돼지의 양은 240~250여 마리. 출하횟수는 보통 한달에 3~4회로 회당 한 트럭에 70여 마리가 실려 나간다. 

70여 마리의 판매금액은 2300만원 남짓. 적은 금액은 아니지만 4번을 채워야 겨우 본전을 찾고 3번 밖에 팔지 못하면 손해를 보기 때문에 실제 손에 쥘 수 있는 돈은 그리 많지 않다는 게 박씨의 설명이다.
 
박씨가 한달에 지출하는 고정비용은 사료비 4800만원과 전기료 100만원, 인건비 1000여만원 등을 포함해 8300만원에 이른다.
 
여기에 축사를 개보수 하면서 빌린 은행 대출금과 돼지 방역작업 금액 등을 제외하면 정작 남는 것이 거의 없다는 것이다. 

사료값도 1마리당 지난 2010년 500원에서 지난해 600~650원으로 훌쩍 뛰는 바람에 부담이 더해졌다.
 
더욱이 돼지는 6개월 이상 키웠을 경우 120㎏이 넘어가면 육질이 떨어져 무게가 5㎏ 이상 늘어나면 3만원, 10㎏ 이상 늘어나면 5만원의 벌금을 양돈협회에 내고 있다. 무작정 돼지의 무게를 늘릴 수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게다가 현재 양돈농가에서 유통업자들에게 판매하는 실제 금액은 1㎏당 4300원으로 이는 대한양돈협회에서 정한 기준 거래금액인 4800원과 정부에서 지정한 4540원에도 미치지 못한다. 양돈농가의 손해가 막심한 셈이다.
 
박씨는 “장성에 있는 양돈협회 소속의 농가들은 이번 출하거부에 동참할 예정”이라며 “오죽이나 힘들면 목숨 같은 돼지를 걸고 이러겠느냐”고 하소연했다.
 
대한양돈협회 장성지부 관계자인 A씨 역시 정부의 돼지고기 7만t 수입 결정을 강하게 비난했다.
 
A씨는 “지난해 구제역 등으로 330만 마리의 돼지가 매몰되면서 시중에 돼지고기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정부가 수입을 결정했다지만, 이 같은 조처는 국내 양돈농가의 사정을 전혀 고려치 않은 미봉책”이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그는 “수입되는 7만t은 현재 국내 돼지 사육두수인 900만 마리의 60%가 넘는 630여만 마리에 달하는 양”이라며 “지금도 거래가격이 낮아 양돈농가들이 고사 직전인데 얼마만큼 더 손해를 보라는 것이냐”고 되물었다.
 
또 다른 관계자 B씨도 거래가격이 1㎏당 3800원으로 떨어지면 돼지고기를 구매하겠다는 정부의 입장에도 일침을 가했다.
 
B씨는 “3800원선에서 구매한다고 해서 바로 구매가 되는 게 아니다”며 “아마 3500원 정도까지 떨어지면 구매가 결정될 것으로 보이는데 그때는 이미 국내 양돈농가들이 살아남지 못한 상태에 이를 것”이라고 지적했다.
 
B씨는 이어 “정부는 물가안정을 위해 이번 수입조치를 내렸다지만 이는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니다”며 “죄 없는 양돈농가를 잡으려 하지 말고 복잡한 유통망을 정리해 농가도 살리고 소비자들도 저렴한 가격에 돼지고기를 먹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