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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식전도사' 정운천의 한식콘서트(8)

세계 유일 발효식품 김치!

김치는 한국인의 체질 속에 혼이 스며든 기호식품 이상이며 예나 지금이나 우리의 밥상에서 없어서는 안 될 절대적인 존재이다. 김치는 한국인에게 종합음식으로, 김치 한 그릇에는 탄수화물과 지방을 제외한 모든 영양소가 포함된 단일식품이기도 하다. 

우리나라는 발효식품이 세계 어느 나라보다 종류가 다양하고 가장 발달했다. 동북아의 장류문화권, 동남아의 어장문화권을 동시에 가짐은 물론 채소까지 발효시켜 먹었던 민족은 드물다. 농산물, 수산물 및 축산물까지 발효하여 밥과 함께 곁들여 먹음으로써 맛과 영양까지 골고루 갖춤은 물론 저장성까지 고려했던 조상들의 지혜로움에 놀랍기만 하다. 

세계 각국에서도 자국만의 발효식품을 가지고 있고 육성시키는 노력을 하고 있다. 특히, 아시아지역 중 중국이나 일본 등은 우리와 같이 채소를 소금에 절여 먹는 유사한 식문화를 가지고 있다. 

그러나 한국의 김치는 다른 나라의 채소절임법과는 전혀 다르다. 김치는 배추, 무 등 각종 채소와 고춧가루, 마늘, 생강, 젓갈 등 배합하여 발효시킨 고유의 전통발효식품으로 그 종류가 200여종에 달했다. 

김치는 채소절임이면서 발효라는 과정을 거치기 때문에 맛과 기능성을 동시에 살린 다채로운 양념의 조화 속에서 나오는 산물이다. 김치의 주재료에 각종 양념이 어우러진 식물성 식품과 동물성 식품의 묘한 배합이 맛의 깊이를 더해준다. 

특히 김치는 서로 다른 기능을 가진 재료들이 발효라는 과정을 통해 장내 건강을 유지해주는 젖산균을 생성하며 김치가 숙성하여 감에 따라 맛과 기능성을 향상시키는 독특함과 특별함을 가진 세계에서 유일한 식품이다. 그리고 섬유소까지 풍부하다. 이외에도 아직 자세히 알려지지 않은 파이토케미칼(phytochemical) 등 성분이 기능성과 우수성 구명연구가 꾸준히 진행되고 있다. 

김치가 세계인의 주목을 받기 시작한 것은 최근 몇 년 전부터이다. 신종풀루가 인류의 생활을 위협하고 불안에 떨게 하였던 계기 때문이었다. 즉 국내 신종플루 감염률이 다른 나라에 비해 현격히 낮고 피해가 없었던 이유를 한국인의 밥상에 매일 올라오는 김치에서 찾는다. 

김치의 강력한 향산화 물질이 갖는 효능과 효과 때문이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부터 우리 김치에 주목하기 시작하였다. 또한, 2006년에 미국의 저명한 건강전문 월간지 헬스잡지가 에스파냐의 올리브기름, 일본의 콩과 콩식품, 인도의 렌틸콩, 그리스의 요구르트 그리고 한국의 김치를 세계에서 가장 건강한 5대 식품으로 선정해 소개하면서 한국의 김치가 국제적으로 건강식품으로 인식되기 시작하였다. 

헬스잡지는 김치에 대해 식이섬유소를 많이 함유해 다이어트 효과가 있고, 비타민 A, B, C가 풍부할 뿐 아니라 요구르트와 같은 건강에 좋은 유산균을 많이 가지고 있는 식품으로 소개했다. 

국내에서도 김치에 대한 효능은 꾸준히 보고되고 있는데 현재까지 김치의 우수성에 대한 연구결과에 따르면 김치에는 다양한 생리적 효능을 가지고 있다. 특히, 항균 효과, 항산화 효과, 항암 효과, 비만예방 효과, 항할러지 효과뿐만 아니라 면역활성을 증대시키는 등 다양한 효과를 가지고 있다고 보고하여 현대인들을 위한 우수한 영양적, 기능적 우수한 건강식품으로 인식되고 있다. 

김치가 국제식품규격위원회(Codex)에서 국제규격이 공식 채택됨에 따라 김치를 세계적인 일류상품으로 육성해야 할 필요성과 수출까지 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되었다. 농림수산식품부에서도 우리나라의 6대식품인 품목에 하나인 김치를 세계명품으로 육성하는 정책을 역동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세계 각국의 고유한 식문화에 대한 세계인들의 관심이 증가함에 따라 한국의 대표 식품인 김치에 대한 관심이 날로 커지고 있으나 여전히 모르는 부분도 많다. 김치의 국제화로 인해 일본과 중국에서 김치의 선호도가 증가하고 있으며, 이들 국가들이 우리나라에 맞서는 수출경쟁국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그러므로 김치종주국으로써 자긍심 고취는 물론 김치를 세계적인 일류상품으로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지속적인 마케팅과 홍보, 다양한 연구개발 지원이 필요하다. 

김치 종주국인 한국으로서는 보다 적극적이고 장기적인 접근으로 김치에 대한 전통본연의 지키면서 세계인의 입맛을 사로잡을 김치 개발과 연구가 필요하다. 자칫 이를 소홀히 하다가 이웃나라에게 식문화를 빼앗기는 일이 없도록 국가차원에서 김치의 표준화를 통한 품질관리, 김치의 우수성을 부각시키는 수출전략 수립, 마케팅 수립 등으로 정부, 생산자와 연구자의 끊임없는 노력이 요구된다. 

이미 간장은 소이소스(shoyu)로 된장이 미소(miso)로 청주는 사케(sake)로 청국장은 나토(natto)로 세계인들에게 인식되고 있는 상황이다. 김치를 지키고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전통적인 김치만을 고수하기보다는 현대인의 구미에 맞고 세계인의 입맛을 사로잡도록 부단한 노력과 함께 현대화 및 국제화를 통해 명품김치로 거듭날 수 있도록 발전시키는 노력이 필요하다. 식문화는 단순한 식품문화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민족의 근원으로서 민족의 정체성과 영속성의 산물임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