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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식전도사' 정운천의 한식콘서트(7)

한국산 '명품 천일염의 재발견'

인류 역사에서 소금은 화폐단위로 거래되거나 많은 나라에서 전매품목으로 관리할 만큼 중요하게 다루어졌고, 권력과 부를 축적하는 재정적 도구였다. 

소금은 동서양을 막론하고 인간의 생존을 위한 생활필수품이며 음식의 맛을 내는 원천이었다. 특히 몸에 필요한 영양을 공급할 뿐 아니라 식품 발효와 저장성에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요소로 인간의 생활에 지대한 영향을 끼쳐왔다. 

이처럼 귀한 소금을 얻기 위해서 세계 여러 나라는 다양한 자원으로부터 다양한 방법으로 소금을 채취해 오고 있다. 소금 중 갯벌에서 나는 천일염을 으뜸으로 치는데 세계적 천일염 생산지는 갯벌이 있는 한국, 프랑스, 포루투칼, 중국 및 베트남 등 소수 국가뿐이다. 이들 국가에서도 천일염은 소량만이 생산되고 있다. 

갯벌에서 나는 세계 천일염 총생산량 중 86% 정도가 한국에서 나 우리 천일염은 희소가치가 높다. 그러나 국내 천일염 산업은 1960년대 정부의 시책에 따라 폐전되어 거의 사라졌고, 정부의 국가지원 부재와 함께 수입개방에 따른 경쟁력 향상 등 어려움이 많은 상황이었다. 

그나마 남아있는 염전도 경쟁력 향상을 위한 여건보다는 천일염 생산 유지 단계의 수준에 머무르는 열악한 상황에 지나지 않았다. 또한, 우리 천일염은 오랫동안 광물로 분류되어 식품산업 또는 식품 정책관점에서 취급할 수 없는 천덕꾸러기 신세에 지나지 않았다. 

천일염의 용도는 총생산량 80%가량이 공업용으로 나머지 20%정도가 배추의 절임 등 전처리용으로 소수 사용할 수 있도록 규정되어 있어 식품을 제조한다거나 가공할 시에는 전혀 쓰지 못하는 상황이었다. 

천일염이 세계적으로 희소가치가 높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에서는 공업용으로 취급되어 식품으로 각광을 받지 못하고 있는 현실을 안타까워했던 필자는 2008년 농림수식품부장관 재직 시 제일 먼저 천일염의 가치 회복에 주력했다. 

그 결과 2008년 3월 염관리법 및 염업제조업이 개정되어 천일염이 식품으로 등록될 수 있었다. 불과 몇 년 밖에 되지 않은 일이다. 천일염이 식품으로 인정됨과 더불어 천일염을 기반으로 하는 5대 전통발효식품인 간장, 된장, 고추장, 김치 및 젓갈을 선정하여 세계적인 명품으로 육성코자 한식세계화 사업에 앞장섰다. 

그 이유는 우리 한식의 근본은 발효식품이기 때문이다. 소금 없는 발효식품도 있을 수 없고 발효식품 없는 한식도 생각할 수 없듯 우리가 자랑으로 내세운 5대 전통식품에서 소금이 차지하는 비중은 필수불가결한 존재였다. 

과거 천일염이 광물에서 식품으로 인정받기까지 상고의 노력 끝에 현재 식품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천일염 생산의 최적의 조건을 갖춘 전남 신안군 갯벌지역 일대가 유네스코의 생물권보전지역으로 지정받았다. 서해안 갯벌이 새롭게 평가되고 있으며 천일염관련 산업이 활발하게 식품과 관광산업을 아울러 육성되고 있는 상황을 볼 때 감회가 새롭기만 하다. 

최근 소비자의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맛도 있으면서 건강한 소금을 찾는 소비자가 늘고 있다. 좋은 천일염의 특성은 염화나트륨 함량이 낮으면서 건강에 유익한 미네랄 함량이 높은 것을 말한다. 

건강한 천일염을 찾는 소비자 증가에 따라 이를 겨냥한 국내 유명 백화점에서는 수입 천일염이 고가에 팔리고 있으며 수입 소금시장 형성의 규모도 점점 커지고 있는 추세이다. 그러나 국내산 천일염은 품질과 효능 면에서 명품 천일염으로 인식되고 있는 프랑스의 게랑드산 못지않게 국제적 경쟁우위 조건을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생산에서 유통, 소비 이르는 공급에 대한 관리 부재로 인하여 가격면에서 경쟁력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국내 천일염이 수입산 못지않게 가격을 제대로 인정받고 세계의 명품으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생산기반에서부터 유통, 소비에 이르기까지 천일염 산업 전반에 걸친 전략적 체계 개선과 통합적인 마케팅 전략 수립을 통해서 천일염산업 육성이 절실히 필요하겠다. 

천일염이 식품으로써 가치뿐만 아니라 건강에 대한 관심 증가로 건강한 소금을 찾는 소비자의 니즈를 충족시키고, 세계인의 식탁에 당당하게 우리 천일염이 오르고 국민 건강에 기여할 수 있도록 지속적이고 장기적인 연구들이 뒷받침되어야 할 것이다. 

우리 천일염 산업은 현재로썬 경제적 비중이 아주 작은 산업이지만 인간의 생명을 유지하는 데 필수적인 소금을 생산하는 중요한 의미와 가치를 지니고 있으며 우리의 전통발효 음식문화를 지탱하는 근간이 되는 산업이다. 정부차원의 적극적인 지원 및 체계적인 관리로 국제시장에서 경쟁력 있는 수출상품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과학적 근거 마련과 함께 우수성을 제대로 알릴 수 있는 마케팅전략을 구사하여 세계적인 천일염 명품으로 거듭나길 고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