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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향자 교수의 세계음식문화기행(36)

고기와 유제품을 동시에 먹지 않는 '이스라엘'

■ 음식 문화의 개요

이스라엘 고유의 음식문화를 알기 위해서는 유대교의 계율과 문화를 이해해야 한다. 유대교 계율에 따른 식사를 코셔르(Kosher)라고 하는데 큰 특징 중의 하나가 돼지고기를 먹지 않는다는 것과 고기와 유제품을 동시에 먹지 않는다는 것이다.

쇠고기도 피를 뺀 것만 먹고 조개등 해조류도 금지된다. 율법을 철저히 지키는 유대교인들은 전체의 20퍼센트 정도로 이들은 육류와 유제품에 대해 주방도구는 물론 주방시설 자체도 따로 만들고 있다고 한다. 

돼지고기를 먹지 않고 쇠고기도 피를 빼야 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닭고기의 소비가 많아 세계에서 닭고기 소비량이 가장 높은 나라로 꼽히는 것도 특이하다. 


☞코셔르(keeping kosher) 

이스라엘에서는 유태교 율법에 따라 코셔르라는 음식물 제한규정이 있는데, 돼지고기나 조개류 등은 코셔르 식당에서 금지되어 있으며, 육류와 유제품을 함께 먹거나 같은 그릇에 담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따라서, 코셔르 식당에서는 특히, 점심과 저녁때 버터 등 유제품을 요청하거나 반입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한편, 이스라엘식 아침 식사 때에는 소시지 등 육류식품이 제공되지 않는다는 것을 이와 관련하여 참고할 수 있다. 


■ 음식 문화의 특징

이스라엘 음식은 세계의 다양한 음식들이 모여 있어 비교적 선택의 폭이 넓은 게 특징이다. 중동의 교통요지에 위치하여 오랜 역사를 통해서 정복자들, 교역자들, 식민지 관리 등이 3000년 이상 여러 대륙과 제국으로부터 이스라엘에 도착하고, 이들이 각종의 음식문화와 맛을 소개시켜 조화를 이루게 된 것이 이스라엘 음식문화의 배경이다. 

로마, 그리스, 터키, 유럽 십자군, 회교도들이 역사에 걸쳐 고대 이스라엘 음식에 자취를 남긴 것이 오늘날의 이스라엘의 음식이라 할 수 있다.

비록 이스라엘 국토의 절반이상이 사막이지만 이스라엘은 농업기술과 농산물 수출로 유명하다. 실제로 사막에서 토마토 등 야채를 기르고 있다. 자연에서 신선하고 다양한 야채와 과일이 수출되어 성서에 언급되는 종류로 부터 동남아시아의 열대과일까지 찾아 볼 수 있다. 

각종 향신료, 조미료, 그리고 올리브기름은 이스라엘 음식의 빼놓을 수 없는 요소이다. 올리브나무는 이스라엘 전역에 즐비하고 수 천 년 이상 수명을 유지하고 있는 나무도 많다. 사막의 구릉지대에 각종 향신료 식물들이 야생하고 있으며 한때는 중요한 향신료 무역의 원산지였다.

주위의 이탈리아, 그리스, 스페인, 아랍 등의 음식과 같이 전형적인 이스라엘 음식은 통상 메제(Megge)라고 불리는 커다랗고 현란한 전채로 시작된다. 이탈리아 음식에서 '안티파스티'라 부르는 샐러드나 스페인 요리의 '티파스'와 유사한 것으로 계절 감각이 가미된 신선하고 특선된 몇 종류의 샐러드가 포함된다. '메제앙상블'은 흔히 검은색, 갈색, 초록색 등의 다양한 색깔을 지닌 절인 올르브와 '후무스', '트히나' 같은 빵에 찍어 먹는 샐러드를 수반한다.

후무스'는 중동지역의 강낭콩 일종으로 삶은 후에 갈아서 각종 향신료와 혼합한 음식이고 '트히나'는 참깨를 갈아서 마늘, 레몬, 파슬리 등과 혼합한 음식으로 빵이나 다른 음식에 곁들여 먹는다. 

'메제'와 식사 중에는 '피타'라고 불리는 빵이 제공된다. 넙적하고 가벼운 주머니빵은 수 천 년 동안 중동에 전형적으로 사용되어온 빵이다. 이스라엘 요리에 나오는 각종 샐러드나 소스를 찍어 먹는데 완벽하게 어울리는 빵이기도 하다. 

유대교의 음식규정에 따라 육류와 유제품을 함께 먹지 못하게 되어 있어서 기름지고 풍부한 소스의 사용보다는 그릴요리 또는 음식물 고유의 즙과 신선한 향신료와 야채를 이용하는 음식이 대부분이다. 닭고기를 올리브기름과 향신료를 혼합한 용액에 절여서 굽는 요리도 유명하다. 돼지고기나 고기류의 요리는 금지되어 있으나 다양한 생선요리가 있다. 

디저트는 꿀과 너트, 그리고 신선한 과일을 주로 이용한다. 유럽식의 크림이 사용되는 디저트와는 다른 양상을 지닌다. 

■ 이스라엘의 음식 즐기기

이스라엘 음식과 역사의 흐름 이스라엘 역사를 음식문화의 흐름을 통해서 한 번 느껴 보도록 한다. 구약시대에서 신약시대 그리고 십자군, 회교도, 유럽열강들의 양향 등, 유대교, 회교사원, 가독교 교회 등의 건축물이 역사의 흐름을 통해 현재까지도 남아 있는 것처럼 음식문화에도 역사흐름의 영향이 아직까지도 남아 있다. 역사상 주목할 만한 만찬들의 몇 가지 모습을 살펴보면서 이스라엘음식문화를 상상해 본다. 

기원전 10세기 솔로몬의 제1차 성전이 세워진 예루살렘의 음식을 살펴보자. 기본적인 음식재료는 성경에 언급되는 7가지 식물(Shivat Nimim)을 통해 보듯이 밀, 보리, 무화과열매, 포도, 대추야자열매, 석류, 그리고 올리브열매이다. 양파, 마늘, 호박 등의 야채도 사용되고 대두는 수프를 만드는 데 사용되었다. 

부유한 사람들의 식단에는 양고기, 쇠고기, 각종 사냥한 짐승의 육류가 쓰였다. "솔로몬의 하루 양곡은 고운 밀가루 30섬, 거친 밀가루 60섬, 기름진 소 10마리, 목장 소2마리, 양 300마리 였고 그 밖에 숫사슴, 산양, 숫노루, 날짐승 등이 있었다.

1세기 제2차 성전시대인 예수님 시대의 음식은 가장 유명한 최후의 만찬에 대표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유월절 만찬 세데르(Seder)가 그 식탁이었다면 희생양의 구운 고기, 무교병, 쓴 나물, 포도주 등이 주 메뉴였을 것이다. 혹시 평범한 예루살렘 시민의 식탁이었다면 조촐한 빵과 콩요리, 그리고 물과 포도주가 놓여 있었을 것이다. 

메시아 재림 때의 식탁은 아마도 거대한 물고기요리, 야생 황소요리, 만나, 천국의 온갖 과실과 열매, 그리고 여러 가지 야채들이 오른 식탁이 되었을 것이다. 1세기 헬라 및 로마의 영향을 받았을 식탁의 모습을 그려본다. 신선한 야채가 즐비하고, 순무, 오이, 서양무절임, 절인 고기요리, 구운 고기, 훈제 및 튀김요리, 사과, 아몬드, 배, 복숭아, 머루, 귤 등의 과실, 각종 포도주, ㄷ자형으로 놓인 테이블 위에 온갖 음식이 놓여 있고, 바닥에 앉은 채로 비스듬히 소파에 기대어 식사하는 로마식 귀족의 만찬 모습이 떠오른다. 

12세기 십자군시대의 만찬을 생각해 보자. 예루살렘에 도착한 십자군 귀족들은 그들이 가지고 온 요리 외에도 중동지역 요리의 매력에 탐닉하게 된다. 유렵에서는 귀했던 여러 향신료를 요리사들은 넉넉하게 사용하고, 바나나, 선인장 열매, 무화과 등의 과일들도 요리에 사용한다. 고급 포도주와 흰빵, 설탕을 잔뜩 사용한 단 과자 요리에 유럽식 고기요리 등을 곁들이는 식탁의 풍선함이 동양과의 만남을 상징한다. 

18세기 오토만제국이 이스라엘을 통치할 때, 회교군주들은 일부다처제에 따라 많은 여자(후궁)를 거느린다. 이들은 하렘이라는 안뜰에 거주하게 되어 있는데, 아라비안나이트의 환상적인 분위기와는 다른 삶의 모습을 지니고 있었다. 분쟁, 음모, 권태가 만연한 가운데 엄청난 음식 소비와 기름지고 뚱뚱한 여인들의 모습이 특징이다. 

아라비아, 터키식의 단과자류, 가지요리, 고기로 채운 각종 야채구이, 살구와 고기를 넣은 요구르트, 쌀과 고기를 다져 넣어 말은 포도잎 요리, 케밥과 쉬실릭, 각종 샐러드, 육반, 바크라와 및 할바로 채워진 산더미 같은 사탕류, 각종 과일과 커피 등이 주요 메뉴이다. 식사 후에는 커피를 마시고 또 마시고 계속 마신다. 

20세기 초에는 유럽의 열강들이 영국, 독일, 프랑스에서 이스라엘에 모여든다. 터키 오스만제국의 통치가 끝나고 영국의 신탁통치가 시작되는 시점이다. 각종 유럽식, 동유럽식의 요리가 다시 중동의 터키 아라비아식 음식문화와 교류하며 현대 이스라엘 음식문화의 바탕을 만든다. 

이스라엘로 시오니즘에 따라 오랜 유랑 끝에 돌아오는 유대인들은 그들이 살던 나라의 음식문화도 함께 가지고 온다. 예멘, 모로코, 튀니지, 프랑스, 영국, 헝가리, 폴란드, 러시아, 스웨덴, 네덜란드 등등에서 이스라엘에 온갖 음식문화가 들어와 새로운 모습을 갖게 된다. 오래 되고도 새로운 음식문화를 꽃피우고 있다. 

■ 대표적인 이스라엘 음식

베르미첼리 닭고기 수프(Chicken Soup with Lockshen)

△재료
내장을 포함한(그러나 간은 제외) 삶은 닭고기 3㎏, 찬물 1 리터/4컵, 양파 2개, 반 가른
당근 2개, 샐러리 대 부분 5개, 베르미첼리(스파게티보다 가는 국수) 한 줌(약 115g), 소금과 간 흑후추, 곁들여 낼 신선한 빵(취향에 따라)

△만드는 법

1. 깨끗이 씻은 닭고기를 아주 큰 솥에 내장과 같이 넣는다. 물을 붓고, 센불에서 끓인다. 위로 떠오르는 하얀 거품을 걷어낸 다음, 반 가른 양파, 당근, 샐러리 대 부위를 넣는다. 간은 단지 간 흑 후추로만 한다.

2. 물이 다시 끓을 때, 불을 낮추고, 뚜껑을 덮고 닭고기를 최소한 2시간 동안 고아, 육수를 만든다. 물 높이에 계속 시선을 두고, 닭고기가 항상 잠겨 있도록, 물을 약간씩 더 부어준다. 

3. 닭고기를 푹 삶으면, 꺼내서, 다른 용도에 쓰게 살을 발라낸다. 뼈는 다시 수프 속에 집어  넣고, 다시 1시간 동안 끓인다. 수프의 국물이 적어도 1리터는 되어야 한다.

4. 수프를 걸러서, 큰 그릇에 담아서 밤새 차게 둔다. 아주 차게 되면, 젤리처럼 굳게 되는데, 뿌연 기름 층이 위에 고착될 것이다. 그 기름 층은 숟가락으로 떠내어, 버린다.

5. 수프를 다시 끓이고, 양념하고, 베르미첼리 국수를 넣는다. 다시 8분간 끓인 다음, 신선한 빵이 있다면 빵을 곁들여, 큰 그릇에 담아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