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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식전도사' 정운천의 한식콘서트(6)

'장 건강 지킴이' 한식

발효식품과 장내미생물의 건강증진 관련성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최근 연구 경향은 인체 장내 균총이 건강에 지대한 영향을 준다는 의견이 많다. 대장의 건강을 지키기 위한 방법으로 유익한 물질과 최적의 환경으로 조성해 주는 ‘프로바이오틱스’(probiotics)와 ‘프리바이오틱스’(prebiotics)가 손꼽힌다. 

작년 세계보건기구와 국제식량기구의 합동전문가 위원회는 프로바이오틱스를 ‘살아있는 미생물’로 적당량 섭취하면 건강한 유익한 세균으로 정의하였다. 또한, 프리바이오틱스는 세균이 아니라 이미 장속에 살고 있는 유익한 세균의 성장을 도와주는 것이며 섬유소와 올리고당이 그 역할을 담당한다고 하였다.

인체 내 장내균총의 정상화가 깨질 경우 유익균은 감소하고 유해균은 증가한다. 장속에 어떤 균이 사느냐에 따라 같은 음식을 섭취해도 어떤 사람은 장속에서 발효작용이 일어나고 어떤 사람은 부패작용이 일어난다. 

특히, 성인병의 주범이 되는 비만, 콜레스테롤, 당뇨병 및 면역력 등과 장내 미생물균총이 직접적인 연관성이 있다는 것은 정설에 속한다. 식이섬유 섭취가 건강에 좋다는 것은 이미 누구나 알고 있다. 식이섬유 섭취는 변비 개선뿐만 아니라 비만, 혈당조절, 혈중 콜레스테롤 감소, 관상동맥 질환 예방 및 대장기능 개선 등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렇듯 발효식품과 섬유소 섭취가 중요성에 대해 부각되는 것은 인간의 장과 웰빙과의 관계 때문이다. 

그러면, 건강한 삶 지향을 위해 발효식품과 식이섬유의 섭취가 왜 중요한가? 우리나라에서 1969년에 실시한 ‘전국영양실태조사’에 따르면 한국인들이 섭취하는 열량은 탄수화물에서 81.5%를 섭취하였고 단백질에서 11.0%, 그리고 지방에서 7.5%를 섭취하였다. 당시 우리나라 사람들은 거의 밥으로 배를 채웠고 반찬은 밥을 먹을 정도의 간을 해 먹는 정도로 아마 밥, 국, 김치, 장류 그리고 나물류 등으로 거의 식생활을 해결한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우리가 전통적으로 즐겨 먹었던 식사는 다양한 곡물류를 사용한 밥 중심 식사, 풍부한 식이섬유소가 함유된 채소류를 주로 이용한 반찬, 김치 및 전통장류 등을 사용한 발효식품으로 구성된 채식과 육식의 비율이 8:2정도로, 우수한 채식 위주 식단이다. 

또한 김치나 전통장류를 섭취함으로 우리 장에서 유익한 프로바이오틱스의 공급원이 되고 전곡류, 나물류, 콩류의 섭취는 섬유소와 올리고당을 공급할 수 있는 프리바이오틱스의 급원이 된다. 자연스럽게 장에 도움이 되는 물질을 공급하고 생성해 줌으로써 장내 미생물의 정상화에 좋은 환경을 만들어 주는 우수한 식사유형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보건복지부가 2006년 우리나라 국민 1만2000여명을 대상으로 식이섬유 섭취량을 분석한 결과 1인 하루 평균 19.8g로 나타났다. 이는 영양섭취 기준으로 권장하는 식이섬유 최소 섭취량인 25g에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한국인의 식생활이 편의식품과 육류 위주의 식단이 일반화되면서 우리 식탁에서 전통한식이 차지하는 비중은 점점 감소됐다. 이에 따라 식이섬유 섭취량도 크게 줄어들고 말았다. 

우리 식사패턴이 변화과정을 거치면서 한국인을 괴롭히는 질병 양상도 달라졌다. 한국인의 사인이 과거에는 전염병에서 현재는 주로 비만, 고혈압 및 당뇨병과 같은 생활습관병은 물론 각종 암 등으로 변하고 있다. 예전에 문제가 되지 않았던 질병을 앓는 사람들이 많아진 것이다. 

결국, 전통한식으로 회귀하지 않고 서구화된 식생활의 유지 및 가속화는 인체 생리적 변화를 유발시켜 각종 성인병과 암 발생 환자 증가는 더욱 가속화 될 것으로 전망된다. 

얼마 전 건강한 삶을 위해서 발효식품 다량 섭취를 권장하는 내용을 발표하여 주목을 끌고 관심을 가지는 기사가 있었다. 채식과 유산균이 다량 함유된 김치, 된장 등 발효식품을 상대적으로 많이 먹는 장수마을 거주자들이 도시 거주들에 비해 비만억제와 대장질환 등에 도움이 되는 장내미생 물이 3~5배 많았다는 내용이다. 

이렇듯 우리가 전통적으로 고수했던 식생활은 선진국을 넘어선 영양학적으로 대단히 이상적인 비율이며 기능적으로 우수하게 섭취함을 알 수 있다. 우리 전통식품 대부분이 발효를 기반으로 하고 있고 한국음식 맛의 근원도 발효식품이므로 장내 미생물을 활성화하기 위하여 평소에 발효식품과 채식위주의 한식을 유지하는 생활습관이 필요하다. 

고대 인류 역사를 거슬러 보아도 병으로부터 자유로울 때는 없었다. 그러나 우리의 건강증진을 위한 노력이 마음을 안정시키고, 신체활동을 늘림과 동시에 식생활 개선을 통해 질병을 감소시킬 수 있는 요인은 충분하다고 확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