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빙수 맛있는 집

작년 이맘때쯤 말레이시아의 시장 모퉁이에서 ‘아이스까짱’이란 빙수를 먹었다.

우리의 옛날 빙수와 너무 비슷해서 깜짝 놀랐던 기억이 난다.
오른손은 얼음 가는 기계를 돌리고 왼손은 하얗게 갈아 나오는 얼음을 받는다.

거기에 빨강·초록 색소와 설탕을 넣어 먹던 어릴 적 빙수를 떠올렸다.

일단 섞은 얼음을 떠먹다 남은 물은 쭉 마셔 버린다.

옛날 빙수는 시원함과 단맛만 있어도 그저 감사할 뿐이었는데, 요즘은 빙수가 그냥 빙수가 아니다.

갈증 해소의 역할은 기본이고 빙수의 화려한 시도들이 날로 다양화하고 있으니 말이다.

■ 이대 앞 ‘가미분식’(02-364-3948)
이 집의 냉면과 우동만큼 오랜 인기를 얻고 있는 것이 ‘수박빙수’다.

우유를 넣고 얼린 얼음과 그릇 자국이 선명한 커다란 수박에 살짝 올린 연유가 전부인 수박빙수가 얼마 전부터 골드키위와 바나나를 첨가하면서 과일빙수(3500원)로 업그레이드됐다.

이 맛을 잊지 못해 임신한 배를 안고 찾아오는 이대 졸업생들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찹쌀 주먹밥이나 냉면에 과일빙수 하나로 폭염의 점심을 해결해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 숙대 앞 ‘와플하우스’(02-711-2649)
우유 맛이 도는 얼음에, 설탕에 절인 딸기를 듬뿍 얹고 소프트 아이스크림으로 마무리한 빙수다.

대학가에서 딸기빙수의 유행을 일으킨 원조라고 할 수 있는 집이다.
갓 구워낸 바삭하고 따끈한 와플과 차가운 빙수가 콤비처럼 잘 어울린다.

푸짐한 양, 개성 있는 맛이 합쳐진 딸기빙수·팥빙수·커피빙수는 모두 3000원으로 가격까지 저렴하다.

■ 압구정동 ‘밀탑’(02-547-6800)
‘밀탑=팥빙수’ 공식을 만들어낸 인기 팥빙수집.

‘밀크팥빙수’(5천원)를 주문하면 곱게 갈린 얼음 위에 하나하나 알 모양이 살아있는 팥, 고소한 우유와 연유, 쫀득쫀득한 떡 두 개가 얹혀 나온다.

요란한 팥빙수들과 비교하면 초라하기 그지없지만 맛을 보는 순간 ‘역시’라는 감탄사가 나온다.

팥알갱이와 팥껍질이 따로 놀지 않으며 부드럽고 당도가 적당하다.
밀탑 팥의 노하우가 여기에 있다.

백화점 내에 있어 쇼핑객을 헤치며 올라가야 하고 여름에는 줄을 섰다가 먹을 각오를 하고 찾아가야 한다.

■ 청담동 ‘에땅끌레르’(02-547-5574)
화려한 빙수만큼이나 빙수를 먹는 손님들의 차림새 또한 세련됐다.
어두운 조명 아래 산처럼 높은 녹차빙수(1만2000원)는 어디서부터 수저를 꽂아야 할지 망설여진다.

군더더기 없이 녹차 향에만 집중한 깔끔한 빙수다.

그 외 녹차빙수를 맛볼 수 있는 곳이 청담동의 ‘카페마지아’(02-515-6545)다.

여기의 녹차빙수(1만2천원)는 설탕을 줄이고 가루 녹차인 말차의 함량을 높여 꽤 고소하나 다소 싱겁다고 느껴질지 모른다.

■ 신사동 ‘르네’(02-517-9500)
이곳의 팥빙수(9000원)는 통팥이 깔리고 하얀 얼음 위에 딸기시럽이 뿌려진다.

그 위에 요구르트 아이스크림이 얹어져 산뜻하다.

통팥을 썼는데도 묵직하지 않은 맛이 독특하다.
모든 재료를 르네에서 직접 만드니 바로 수제 빙수다.
르네 뒤뜰은 화사한 날 빙수 데이트를 즐기기에 더없이 좋다.

■ 역삼동 ‘실크스파이스’(02-2005-1007)
이곳의 ‘아이스발리’(1만5000원)는 흔히 빙수에 기대하는 팥이나 연유가 빠진 100% 과일 맛이다.

수박과즙으로 얼린 얼음에 쫄깃쫄깃 씹히는 리찌나 망고스틴 같은 열대 과일을 통째로 넣고, 망고 소스를 뿌려 화려한 맛을 연출했다.
접시에 드라이아이스를 넣어 ‘시원함’이 눈과 입으로 스민다.

■ 이대 앞 ‘미고’(02-362-6971)
케이크만큼이나 빙수에서도 남다른 아이디어가 엿보이는 곳.

각종 베리류를 비롯해 키위·수박·바나나·건포도 등이 들어 있는 베리 빙수(7900원)는 베리를 ‘베리베리’ 좋아하는 사람에게 좋을 듯.

색다르면서도 깔끔한 빙수를 원한다면 코코넛 에소프레소 빙수(6900원)도 좋다.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