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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의·축산 발전방향(2)

‘차단방역‘ 기본으로 돌아가자

그 어느 때보다 다사다난하던 한 해가 지나가고 있다. 지난 ‘11년은 축산업이 역경을 딛고 일어선 한 해로 기억되었으면 하는 소망이지만 경기도 북부지역의 가축 재입식율이 52%에 불과하다는 신문기사를 읽으니 구제역이 할퀴고 간 상처가 아직도 아물지 않은 거 같아 마음이 무겁다.


최근 축산과 관련된 이슈는 ‘FTA'와 ’구제역․조류인플루엔자(AI) 둥 가축질병‘, ’축산업 허가제’ 등의 단어로 압축할 수 있을 것이다.


농림수산식품부는 지난 16일 업무보고에서 ‘FTA 파고를 넘어 농어업 선진화에 매진’하겠다는 ‘12년 업무계획을 발표하였다. 농식품부는 국내시장 개방에 맞서 10년간 10조원을 시설 현대화에 투자하여 ‘농어업의 선진화’ 및 ‘수출 확대’로 FTA에 따른 악재를 정면 돌파하겠다는 공격적인 전략을 내놓았다.


아울러 내년에는 구제역과 조류인플루엔자(AI) 등 가축질병 재발 방지를 위한 초기대응에 주력하기로 했다. 이는 정부에서 FTA에 따른 ‘시장개방’ 및 ‘경제영토 확장’을 거스를 수 없는 시대적 대세로 인정하고 체질개선을 통해 미래를 준비하겠다고 공식적으로 선언한 셈이다.

 
매년 반복되어 발생하는 구제역·AI 등 가축질병에 따른 사회적·경제적 비용의 발생으로 국내 축산업에 대한 비판적인 시각이 많다. 우리 축산업은 아직 선진국에 비해 생산성이 낮고, 사료의 해외의존도가 높아 가격경쟁력을 확보하는데 한계가 있으며, 가축분뇨로 인한 악취문제로 혐오산업으로 인식되고 있다.


향후 호주, 콜럼비아 등 농업선진국과의 FTA 마저 체결되고, 생산자의 자율과 책임이 강조되는 반면 정부 보호는 더욱 축소되고, 값싼 농산물이 수입되는 등 그 영향이 가시화되면 우리나라 축산업의 미래가 어떻게 될지는 아무도 모른다.


물론 축산업을 비롯해 현재 농촌경제는 매우 어려운 상황에 직면해 있고, 관련 종사자들도 매우 힘든 상황임은 분명하다.


불안한 ‘농심(農心)’을 달래기 위한 미봉책이 아니라 우리 축산업이 경쟁력 있고, 국민으로부터 사랑받는 지속가능한 축산업으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산업에 대한 근본적인 점검이 필요하다.

 

현재 축산의 MSY(Marketted-pigs per Sow per Year: 모돈 1두당 연간 출하 자돈수)는 15두로 덴마크, 네덜란드 등 선진국 대비 60% 수준으로 나타났다.


특히 이들 선진국은 이유 후 폐사율이 8%로 19.5%인 우리나라에 비해 현저히 낮다. MSY 등 생산성 향상은 유전적 능력이 뛰어난 우수종돈의 선발과 사료효율 향상 등 생산비 절감대책이 뒷받침되어야 가능하다.


그러나 이유 후 폐사율이 높은 것은 돼지생식기호흡기증후군(PRRS) 등 질병의 높은 발생률 때문이며 이는 낙후된 농장시설에 대한 신규 투자가 없고, 방역과 소독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음을 반증하는 것이다.

 
물론 선진 농어업과 경쟁하고, 수출산업으로 발돋움하기 위해 시설의 현대화 및 규모화가 시급하다. 최적의 환기시설, 분뇨스크랩시설, 자동사료 공급시설 등 시설의 현대화를 통해 선진 농어업에 맞설 수 있는 경쟁력을 갖춰야 한다.


그러나 이러한 하드웨어 확충 이전에 소프트웨어의 점검이 필수적이다. 대내외 여건의 불확실성이 높아질수록 원점으로 돌아가 기본을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 혼란스럽고 비관적인 상황일수록 ‘기본으로 돌아가자(Back to the basic)'는 시대를 초월한 보편타당한 원칙에 충실해야 한다.


현재 축산업계에서 추진하고 있는 '청정(CLEAN) 축산운동'도 '농가 단위의 소독강화'를 통해 '축산업의 체질개선 및 위생적이고 안전한 축산식품을 공급'하기 위한 원칙과 기본을 지키자는 것이다.

 
그렇다면 ‘제2의 국방’으로 불릴 정도로 중요한 ‘방역’이란 무엇인가? 우리는 흔히 방역하면 ‘소독’을 떠올리곤 한다. 그러나 ‘소독’은 방역의 극히 일부분일 뿐이며, ‘방역’이란 질병 발생의 3대 요소(감염원, 감염경로, 감수성 숙주)에 대한 소독, 차단, 격리, 치료, 예방접종 등 질병의 발생을 예방하기 위한 모든 행위를 말한다.


우리는 작년 말 발생한 구제역으로 일단 질병이 발생하면 사후조치로 막는 것은 한계가 있다는 것을 체험했다.


현재 중국, 태국 등 주변 국가에서 구제역, AI 등이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고, 해외 여행객 및 물동량이 매년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어 국내 전파의 위험성은 항상 상존해 있다. 그렇기에 ‘농가 단위’의 ‘차단방역’이 중요한 것이다.

 
‘차단방역’이란 가축을 사육하는 농장에서 ‘전염병 유입을 미리 예방하기 위해 조치할 수 있는 모든 것’을 의미한다. 차단방역은 크게 외부로부터 농장으로 유입되는 병원체를 차단하는 외부 차단방역과 농장 내에 존재하는 병원체에 의한 농장 내 전파를 차단하기 위한 내부 차단방역으로 구분하여 생각할 수 있다.

 
축산농가에서 지켜야할 기본적인 방역 활동인 ‘차단방역(biosecurity)’은 건강한 가축의 구입, 출입자와 차량통제 및 철저한 소독 등을 통하여 가축질병 병원체가 농장에 들어오지 못하도록 차단하는, 가장 효과적이고 경제적인 예방조치이다.


축산시설의 규모화 및 현대화는 당장 실행하지 못 해도, 내 농장의 ‘차단방역’은 축산농가의 의식 향상과 노력으로 당장 실행가능하다.


축산농가에서는 ‘내 농가는 내가 지킨다’는 철저한 방역의식을 가지고 축사 내·외부 및 기구에 대한 소독을 한층 강화하고, 외부인 출입통제와 근로자 관리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 또한 수시로 가축 상태를 확인하여 이상이 있는 경우 즉시 가축방역기관에 신고(☎1588-4060/1588-9060)해야 한다.


가축전염병은 먹을거리와 있기 때문에 국민적 관심과 사회적 파급효과가 크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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