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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의·축산 발전방향(1)

'동물복지' 지속가능한 축산을 위한 출발

동물복지형 축산, 개방파고 이겨낼 무기


최근에 세계 각 국과의 FTA 체결 등 개방화의 흐름과 기후 변화.유가 상승으로 인한 국제사료 가격 폭등, 구제역.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HPAI) 발생으로 인한 경제적 손실로 축산 농가들은 어려운 시기를 보내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의 연간 총 단순농업생산액은 약 42조 원으로 이 중 축산업이 약 40%를 차지하고 있다. 그러나 작년 말 발생하여 ‘국가적 재앙’으로 불린 구제역 사태는 밀식사육 등 열악한 축산 환경으로 질병에 취약한 우리나라 축산업의 구조적인 문제점에 대한 열띤 논쟁을 일으켰다.


구제역이 전국적으로 확산된 것은 여러 가지 원인이 있지만 축산업이 농업 총생산액의 40%로 성장하는 동안 가축방역 시스템과 산업구조, 종사자의 의식구조가 그 외적 성장을 받쳐주질 못 했다는 것은 뼈아픈 지적이었다. 구제역 이후 ‘축산업 선진화’란 기치 하에 환경과 어우러지는 축산, 동물의 건강상태를 최상으로 유지하는 지속가능한 축산이 최대 쟁점으로 떠올랐다.

  
그러한 쟁점의 연장선에서 ‘동물복지’란 개념이 우리나라에도 도입되고 있다. ‘동물복지’는 인간이 동물을 이용함에 있어서 윤리적인 책임을 가지고 동물이 필요로 하는 기본적인 조건을 보장하는 것을 의미한다.


세계동물보건기구(OIE)는 동물의 복지를 ‘동물이 건강하고 안락하며 좋은 영양과 안전한 상황에서 동물 본래의 습성을 표현할 수 있고 고통, 두려움, 괴롭힘을 받지 않는 것’으로 정의하고 있다. 이렇듯 동물의 복지는 우리 인간이 동물을 이용하는 행위는 인정하지만 동물이 살아가는 동안 인간에게 일정한 윤리적인 책임을 부과하는 개념이다.

  
동물복지와 관련하여 가장 앞선 정책을 시행하고 있는 유럽연합(EU)은 동물이 누려야할 다섯 가지 자유 - ①굶주림과 목마름으로부터의 자유(먹이와 물 공급), ②불편함으로부터의 자유(적절한 사육환경), ③고통.상처.질병으로부터의 자유(질병의 신속한 치료), ④정상적인 행동표현의 자유(적절한 사육공간 확보), ⑤공포.스트레스로부터의 자유 (심적 학대 금지) 등을 보장하도록 법으로 규정하고 있다.


유럽에 비해 미국의 동물복지 규정은 상당히 느슨한 편이지만 강한 소비자 운동과 이에 따른 생산자의 변화가 자체적인 성과를 일으키고 있다. 연방 차원의 규제가 약한 대신에 소비자.동물보호단체들의 꾸준한 운동은 맥도널드 같은 다국적 기업에게 압력을 행사하여 동물복지에 관한 독자적인 가이드라인을 만들도록 하는 배경이 되었다.


정부는 2012년부터 ‘축산업 선진화 대책’의 일환으로 ‘축산업 허가제’ 및 ‘동물복지 축산농장 인증제’와 ‘동물복지형 축산물 표시제’를 도입할 예정이나 축산농가의 반발이 예상된다.


그러나 FTA 개방화 물결 속에서 동물복지형 축산이 무역장벽으로 등장하고 있으며 우리나라 역시 동물복지형 축산을 통해 경쟁력있고 지속가능한 축산모델을 개발해야 한다. 한-EU FTA 등 축산 선진국과의 FTA 체결 등을 감안할 때 동물복지는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현안 과제이다.

  
농장동물 복지는 밀집 사육이나 전기 감전 도축, 무조건 살처분 등을 최대한 배제한 ‘친환경 축산’의 일환이다.


농장동물의 복지는 축산식품 생산 환경을 개선시켜 소비자에게 안전한 축산식품이 공급될 수 있도록 인간의 욕구를 충족시키는데 필요한 개념이다. 농장동물의 복지는 동물을 위한 복지가 아닌 ‘인간과 동물을 위한 복지’인 것이다.


건강한 동물에서 생산된 축산식품이 안전한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다. 외국의 사례를 바탕으로 경제성을 분석한 결과 동물복지형 축산을 도입시 투자액보다 수익이 많았으며 질병발생을 억제하는 등 생산성 개선 효과가 큰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2010년 실시한 동물복지형 축산에 관한 조사 결과, 78%의 소비자가 좀 더 비용을 지불하더라도 안전축산물을 구입할 의향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동물복지형 축산은 시대적 대세로 소비자의 선택을 유도하고 생산성을 높여 고부가가치를 창출하여 개방의 파고를 이겨낼 경쟁력이 될 것이다. 동물복지적 가축사육과 동물복지형 축산식품의 선두주자라고 할 수 있는 영국의 시작도 우리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하지만 소비자들의 의식이 향상됨에 따라 축산물의 안정성과 가축사육 환경의 개선을 요구하게 되고 이는 결국 농장동물의 복지 개선이라는 결과를 낳았다.

  
물론 한국형 동물복지 축산모델은 국제기준에 부합하되 빠른 국내 정착을 위해 국내 농가의 여건이 충분히 고려되어야 한다.


정부는 동물복지형 축산이 확대될 수 있도록 축사시설 개선비용 등을 농가에게 재정적으로 지원하고 시설을 국산화하여 도입 비용을 낮춰야 하며 ‘동물복지 축산농장’에서 생산된 축산식품이 차별화될 수 있도록 HACCP 및 이력추적제 등을 연계하여 정책적으로 뒷받침해야 한다.


소비자 역시 동물복지형 축산식품의 안정적인 공급과 유통에 대해 더 많은 고민과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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