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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쓰레기 정책은 없다

추석전에 아파트 공지란에 붙은 “쓰레기 분리수거 및 음식물쓰레기 줄이기 공지사항”이라는 입주자대표회의의 공문을 아무 생각없이 보다가 아차싶은 생각이 들었다.


TV와 신문 등을 통해 나오는 쓰레기 문제에 대한 심각성이 단순한 것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지금 대한민국은 쓰레기 대란을 앞두고 있다.


아니 쓰레기 대란이 벌어지고 있다. 발단은 2012년부터 폐기물 해양투기를 단계적으로 금지한다는 국토해양부의 '해양환경관리법 시행규칙' 개정안이 입법예고 된 후 폐기물 해양투기 작업을 하는 19개 업체는 생존권을 위협한다며 8월말부터 조업을 거부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1988년부터 사람 분뇨와 축산폐수, 준설토, 오폐수 찌꺼기 등 육상 쓰레기매립장으로 가는 것들보다 훨씬 더 오염도가 큰 폐기물을 바다에 투기했다.


해양투기장은 현재 울산 남동쪽 63㎞, 포항 동쪽 125㎞, 군산 서쪽 200㎞ 해상 등 세 곳으로 면적은 8481㎢로 여의도 크기의 8배에 이fms다.


지난 한 해 동안 우리나라 해역에 버려진 유기성 폐기물은 462만9000t으로 국민 1인당 100㎏에 해당하는 양을 버렸고, 지난 24년간 1억 2300만t 이상의 육상폐기물이 해양에 투기되었으며 이는 서울 남산 2.4개에 달하는 양이다.


그럼 해양투기업체의 조업중단이 왜 쓰레기 대란을 불러온단 말인가? 해양배출협회 업체들에게 할당된 연간 폐기물 처리 허용량은 129만톤으로 이는 전체 처리량의 32.3%에 육박한다.


단순히 말해 32.3%에 해당되는 육상폐기물이 그대로 동네와 지역에 쌓인다는 뜻이다. 당연히 쓰레기 대란이다.


이들의 작업 거부가 장기화하면서 음폐수, 가축분뇨가 인천, 포항, 울산 등 지자체와 중간집하장인 200여 곳의 수거위탁업체 저장고에 쌓여가고 있다. 일부 지자체는 음폐수를 사람 분뇨 처리장에 임시로 보관하고 있을 정도다.


이는 해양투기 폐기물을 처리할 수 있는 육상 폐기물처리능력이 안되기 때문으로 육상에서 처리되지 못해 바다에 쓰레기를 버려야만 했던 우리의 쓰레기 정책의 단면이 여실히 드러난 것이다.


문제는 법 개정을 통해 이를 극복하겠다고 정부가 나섰는데 정부와 업계는 물론 정부와 정부가 갈등을 빚고 있다.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힘든 일이 벌어지고 있는 나라이다.


해양배출과 관련된 법안은 해양관리를 담당하는 국토부 소관이다. 그러나 국토부는 폐기물 처리시설의 실질적인 운용과는 사실상 무관하다.


해마다 전국에서 배출되는 각종 축산 폐기물과 하수오니, 음식물 쓰레기 등은 환경부의 공동처리시설과 농림부의 공동자원화시설에 의해 정화처리되거나 비료로 자원화된다.


실질적으로 폐기물을 비료 등으로 자원화하는 등의 실무를 맡고 있는 부처는 환경부, 농림수산식품부이다.


국토부는 관계부처와 관련단체 등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해양배출 전면금지를 밀어붙이고 있다. 이 때문에 관계부처와의 협력은 커녕 제반상황에 대해 컨트롤도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주요 정책 추진의 주체이면서도 '컨트롤 타워' 기능을 제대로 못하는 것이다.


국토부 해양보전과 관계자는 "내년부터 육상처리가 가능하다는 전제하에 입법예고된 것"이라며 자신감을 나타냈지만 정작 폐기물을 육상처리할 환경부는 난색을 표하고 있다.


국토부는 대한민국은 2009년 런던의정서에 37번째로 가입한 국가로 해양투기와 오염예방을 위한 회원국으로서의 책임과 의무를 다하고, 특히 2012년에 대한민국이 “제35차 런던협약 및 제6차 런던의정서 합동과학그룹회의”를 주관하기에 실질적인 해양투기중단의 해로 기록되길 원하는 것이 속내일 것이다.


반드시 폐기물 해양투기는 사라져야 한다는 뜻에 십분 공감하는데 대한민국 환경을 담당하는 주무부서인 환경부는 ‘환경무시부’로 재탄생하는 정책인 꼴이다.


정부는 지난 2007년부터 공동자원화시설을 2012년까지 70개소로 확충한다는 계획을 세웠지만 현재까지 준공된 곳은 38개소 뿐이며 이마저도 제대로 가동되지 않고 있다.


결산기준으로 폐기물처리와 관련한 정부예산을 살펴보면, 2008년 2885억, 2009년 3653억원, 2010년 3328억이 지출되었는데 지금에서야 환경부에서는 육상처리시설을 확충하려면 지금까지 출자된 비용보다 적어도 9000억원 이상이 더 필요하다고 한다. 그러면서 폐기물처리시설 확충의 최대 문제점을 ‘님비현상’으로 인한 지연으로 돌리고 있다.


2006년부터 본격화된 폐기물 해양투기 감소 정책에 환경부에는 ‘님비’만 있을 뿐 ‘정책 추진 의지’는 안보인다. 특히 우리나라 폐기물정책의 기조는 ‘발생지 처리 원칙’이다.


그러나 환경부는 그동안 지역주민의 반발로 폐기물처리시설을 확충할 수 없었다는 말로 일관하면서 한가지 정책만을 고수하고 있다.


우리나라 최대 쓰레기 매립지인 인천의 ‘수도권쓰레기매립지’를 영구매립지로 하겠다는 것 말고 다른 쓰레기 정책이 없다.


2016년까지 매립 종료가 되는 수도권매립지를 2044년까지 연장하고 나아가 영원히 대한민국의 쓰레기매립지로 만들겠다는 정책에 올인하고만 있다.


이유는 ‘님비현상‘으로 타 지역에서는 더러운 쓰레기매립지를 반대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환경부는 폐기물 해양투기 정책이 영원할 것이라 생각했는지 모른다. 그러나 결국 24년만에 해양투기 정책도 문을 닫아야 한다. 현 정부의 쓰레기 정책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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