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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정할 쌀이 없어.."전남 민간RPC '개점휴업'

해마다 남는 쌀 처리로 골머리를 앓아 온 민간 미곡종합처리장(RPC)이 올해는 도정 할 벼(나락)를 구하지 못해 발을 동동 구르는 기현상이 빚어지고 있다.

2010년산 햅쌀 생산량이 줄어들었고 타지로 빠져나간 물량도 많은데다 나락가격이 크게 올라 농민들이 추가 상승을 기대하며 출하를 꺼리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수년째 끝모를 추락을 한 쌀값이 제자리를 찾아가는 과정에서 생긴 현상인 만큼 농가로서는 긍정적인 면이 크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8일 전남도에 따르면 도내 쌀 재배면적은 지난해 18만3804㏊로 전년도 18만7533㏊에서 2% 감소했고 쌀 생산량은 91만3092t에서 84만6035t으로 7.3%나 격감했다.

단위면적(10a)당 생산량도 논벼가 492㎏에서 465㎏으로 5.5%, 밭벼는 264㎏에서 250㎏으로 5.3% 줄었다.

생산량이 줄면서 벼 산지가격은 지속적으로 올라 현재 80kg 1가마에 14만152원으로 지난해 햅쌀 수확기인 10월보다 5-6% 상승했다.

이처럼 생산량 감소와 벼 값 상승이 이어지자 외지 유통업체들이 전남지역 벼를 대량으로 매입한데다 농가도 추가 상승을 기대하며 출하를 늦춰 민간 RPC가 도정할 벼를 구하지 못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실제로 해남의 민간 RPC는 현재 최대 2개월 가량 버틸수 있는 5만여개(40kg) 비축에 불과해 5월 이후에는 도정작업이 중단될 처지다.

이 RPC 관계자는 "작년 가을에는 40kg을 4만원선이면 샀는데 지금은 5만원을 줘야하고 이마저도 구하기 힘들다"며 "이렇게 물량이 부족하면 거래처에 쌀을 주지 못하는 상황이 올 수 있다"고 우려했다.

무안의 한 민간RPC 관계자도 "작년 10월부터 충청권에서 현 시세보다 3천원을 더주고 싹쓸이하는 바람에 벼가 남아나지 않았다"며 "현 재고는 20일 분량에 불과해 다음달에는 문을 닫아야할 판이다"고 말했다.

민간 RPC는 공공비축미를 제외한 농협 등의 보유벼 방출을 요구하고 있지만 정부는 현재 가격상승 추세를 긍정적으로 판단하고 있어 요구조건이 받아 들여질 지는 미지수다.

전남도 관계자는 "몇년째 지속된 쌀값 폭락이 제자리를 찾아가는 과정으로 민간 RPC가 도정물량을 확보하지 못한 것도 이와 비슷한 이유"라며 "도정물량을 풀어주면 쌀값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