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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걸리제조자협회 박성기 사무국장

“전통주 다양성 위해 중소업체 보호해야”


대기업 막걸리시장 진출로 위기 직면
22개 회원사 합심 마케팅 등 공동대응


“대기업들의 막걸리시장 진출로 인해 다양한 막걸리 문화가 사라질 수 있으며 중소 제조업체들이 도산해 막걸리산업 전체가 심각한 위기에 직면할 수 있습니다.”

한국막걸리제조자협회 박성기 사무국장(우리술 대표은 “CJ제일제당이 ‘우리대표막걸리’를 내세워 품질 표준화에 나서고 있지만 이러한 대기업의 막걸리시장 진출로 전통주의 다양성을 훼손할 수 있다”면서 “일본의 사케, 프랑스 와인산업이 발전할 수 있었던 것은 소규모 양조장들을 보호해 상품의 다양성을 지켰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최근 막걸리시장의 성장 가능성을 저울질해 온 식품 대기업들이 막걸리시장에 뛰어들면서 중소 제조업체들은 바짝 긴장하고 있다.

CJ제일제당이 다음달 초부터 충북, 경남, 전북 소재 3개 업체 막걸리 브랜드의 전국유통 대행을 시작하며 진로하이트는 ‘진로막걸리’를 일본 등에 수출하고 있다.

롯데주류도 서울탁주의 ‘월매 막걸리’ 수출을 대행하고 있으며 샘표식품과 농심도 막걸리시장 진출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위기의식을 느낀 전국 22개 중소 막걸리 제조업체들이 모여 한국막걸리제조자협회를 지난 13일 출범시켰다.

박 국장은 “지난해 막걸리 생산량과 소비량이 전년대비 40% 증가한 4000억원대에 달했지만 상당수의 중소 막걸리 업체들은 이런 분위기를 느끼지 못하고 있다”며 “대기업이 막걸리 시장에 뛰어든 상황에서 중소 제조업체들이 힘을 모아 공동 대응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대기업들이 냉장유통과 기술개발에만 전념하고 국내 제조시장에 진출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중소 제조업체들의 생각은 다르다.

박 국장은 “대기업이 아직 실제로 부지를 매입하거나 공장시설을 신축하는 움직임은 없지만 대기업이 유통망을 무기로 제조업체들을 관리하다가 인수할 수도 있을 것”이라며 “오리온이 식품과 무관한 자회사인 영화배급업체 미디어플렉스를 통해 ‘참살이탁주’를 생산하는 참살이엘앤에프를 50억원에 인수하고 우회진출한 점에 대해 주목하고 있다”고 말했다.

CJ제일제당 등 대기업들이 전국적인 유통망을 무기로 향후 국내 제조시장에 진출할 것이라는 것.

박 국장은 “막걸리시장이 커지고 있지만 전국 700여곳의 막걸리 제조 판매 업체들 중 매출이 늘어난 곳은 극소수에 불과하다”면서 “대기업들이 거대한 자본력과 유통망을 통해 파상공세에 나설 경우 중소 제조업체들이 무너지는 것은 시간문제”라고 말했다.

한편, 국내 막걸리시장은 2008년 3000억원에서 올해 5000억원 규모로 급격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2012년에는 1조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