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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산 고춧가루 판친다

중국산 고추를 빻아 만든 가짜 국산 고춧가루가 시중에서 판을 치고 있다.

고춧가루는 말린 고추와 달리 육안으로 원산지를 구별하기가 거의 불가능한데다 최근에는 중국산과 국내산 고추의 혼합비율을 속이는 방식으로 원산지를 허위 표시하며 단속을 피하고 있다.

전북경찰청 광역수사대는 지난 29일 중국산 냉동고추와 불량 고추, 국산 고추를 섞어 만든 저질 고춧가루를 시중에 유통한 완주 모 방앗간 주인 최모(58)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하고, 최씨에게서 고춧가루 1만4000여kg을 구입해 김치를 만들어 판 김치제조업체 대표를 불구속 입건했다.

또 지난 28일에는 중국산 고춧가루로 김치와 깍두기 24만여kg을 담가 국산으로 속여 학교 등에 납품한 업자가 구속되기도 했다.

최씨가 국산과 중국산을 5:5 비율로 섞어 빻은 고춧가루 3만여kg은 7:3으로 혼합한 것으로 표시돼 식품 도매상과 김치공장 등에 유통됐다.

최씨는 병에 걸려 밭에 떨어지거나 제대로 건조되지 않아 쓸모없는 일명 '희나리 고추'를 전주시내 재래시장에서 사다가 섞어넣기도 했다.

최씨가 5년에 걸쳐 3만여kg에 달하는 불량 고춧가루를 만들어 파는 동안 단속에 한 번도 걸리지 않은 것은 중국산과 국산 고춧가루를 눈으로 구별하기가 매우 어렵기 때문이다.

중국산 말린 고추는 윤택이 적고 과육이 얇은 것이 많아 일반 소비자도 가려낼 수 있지만 분쇄 과정을 거친 고춧가루는 전문가들도 구분할 수 없을 정도다.

특히 소규모 방앗간에서 국산 고추의 혼합비율을 높여 원산지를 허위로 표시하면 단속반이 제품만 보고 이를 적발해내기란 거의 불가능한 실정이다.

중국에서 고추가 냉동 상태로 들어올 경우 건조기에 넣고 말리는 동안 색이 어두워져 어느 정도 구별이 가능하지만, 최씨는 노란 고추씨를 함께 빻아 색깔도 맞추고 단가도 낮췄다.

전북 농산물품질관리원 관계자는 "원산지 표시에 의심이 가는 제품이 있으면 창고에 보관된 고추의 원산지를 따지고 장부를 확인하기도 하지만 혼합비율을 교묘하게 바꾸는 것을 모두 단속하기는 어렵다"며 "싸고 질 좋은 농산물은 없다고 생각하고 원산지를 항상 확인하는 습관을 들여야 한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