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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플러스, 홈에버 인수

삼성테스코 홈플러스가 이랜드의 홈에버(옛 까르푸)를 인수함에 따라 대형마트 업계는 물론 유통시장 전반의 판도에 상당한 변화가 예상된다.

홈플러스는 홈에버 인수를 계기로 점포 수에서 신세계이마트를 따라잡으며 업계 1위 자리를 위협할 전망이다.

그러나 이랜드는 2006년 까르푸를 인수한지 2년만에 대형마트 사업에서 손을 떼게 됐다.

◇홈플러스, 이마트 따라붙으며 '1위' 위협 = 14일 홈플러스가 이랜드그룹으로부터 홈에버 전 매장을 2조3000억원에 일괄 매입키로하면서 점포 수에서 단숨에 업계 1위인 이마트를 따라잡을 수 있게 됐다.

이마트는 오는 15일 오픈하는 여의도점을 포함해 국내에 112개 점포를 운영하고 있는데 홈플러스는 기존 67개 점포에 이번에 인수한 홈에버 점포 35개를 합쳐 단숨에 102개 점포를 보유하게 된 것.

상권이 겹치는 지역의 일부 점포는 정리수순을 밟겠지만 홈플러스가 연말까지 10-12개 점포를 추가하고 2011년까지 102호점을 열기로 하는 등 출점 속도를 늦추지 않고 있어 조만간 이마트 점포 수를 뛰어넘을 가능성이 크다.

외형면에서도 홈플러스는 작년 매출액 6조1000억원에 홈에버의 1조5700억원을 합쳐 7조6000억원 이상으로 몸집을 키우게 됐다.

이마트의 작년 매출액은 월마트를 인수해 이름을 바꾼 신세계마트의 9000억원을 합해 10조5000억원 수준이다.

이로써 이랜드가 까르푸를 인수하면서 이마트-홈플러스-롯데마트-홈에버 순으로 정리됐던 '4강 체제'는 이마트-홈플러스를 롯데마트(56개 점포)가 멀찌감치 추격하는 '양강 체제'로 재편되게 됐다.

◇이랜드, 2년만에 대형마트사업 접어 = 반면 홈에버는 2006년 프랑스계 다국적 유통체인 까르푸를 인수하면서 야심차게 시작했던 대형마트 사업을 2년만에 접게됐다.

이랜드의 홈에버 매각은 업계에서는 사실상 '예정된 시나리오'였다.

이랜드는 까르푸(현 홈에버)를 1조4800억원을 들여 인수하면서 재무적 투자자들로부터 5100억원을 출자받고 우리은행과 국민은행에서도 8000억원을 차입하는 등 인수자금의 70% 이상을 외부자금으로 충당해 작년 한해 동안에만 650억원에 이르는 금융부담을 안아야 했다.

이 때문에 까르후 인수 당시부터 업계와 증권가에서는 이랜드의 재무구조와 현금창출 능력에 비해 인수자금이 높은 수준이고 재무적 투자자에 대한 수익률 보장 약정, 고금리 차입 등 고비용ㆍ고위험 자금조달로 자칫 그룹의 신용등급과 유동성 등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지적해왔다.

이랜드는 설상가상으로 작년 6월 말 부터 비정규직 문제를 둘러싼 홈에버ㆍ뉴코아 노조와의 갈등으로 매장 점거시위와 영업 중단 사태를 겪으면서 막대한 매출손실은 물론 기업 이미지 하락 등 유형ㆍ무형의 손실을 입었다.

이랜드는 올해 들어 납품업체의 소액 결제도 어음으로 처리할 정도로 자금 압박에 시달려 온 것으로 알려졌으며 이를 해소하기 위해 이달 초 유럽계 대형 사모펀드로부터 4000억원 규모의 투자를 유치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랜드 중국법인의 홍콩증시 상장이 최근 불발로 돌아가면서 재무구조에 숨통을 트일 근본적인 해결책은 마련하지 못했다.

여기에 포화상태에 이른 대형마트 업계의 성장세마저 한풀 꺾이게 되자 막대한 이자비용와 영업손실을 낳고 있는 홈에버를 계속 유지하기보다는 점포망 확대를 노리는 업계 2위 홈플러스에 적절한 가격으로 넘기는 쪽을 이랜드가 선택했다는 것이 업계의 시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