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양향자 교수의 건강코디

뻣뻣했던 어깨에 움직임이 가벼워진다했더니 온 몸이 나른해지는 봄이 와 있다. 추운 날씨로 움츠렸던 몸에도 봄기운을 충전시켜야 하는데, 봄이 되면 많은 먹거리가 있지만 봄이니 만큼 시기와 때를 맞춰 음식을 먹어야 맛도 영양도 보충할 수 있다.

제철 과일이 있듯 물고기도 가장 맛있는 시기인 제철이 있는데, 이와 관련한 속담 중 대표적인 것이 ‘봄 도다리 가을 전어’란 말이다. 도다리는 봄에, 전어는 가을에 제 맛을 즐길 수 있다는 뜻이다.

도다리 낚시는 봄기운이 완연해지는 4월부터 6월까지로 이때가 연중 입질이 가장왕성한 때이다. 산란을 끝내고 홀쭉해진 배를 채우기 위해 닥치는 대로 먹어대므로 채비를 던지기 무섭게 물고 늘어지기 때문이다.

도다리는 지난 1, 2월 두 달여간 금어기에 묶여 조업을 목 놓아 기다리던 자망어선들이 이달 초부터 본격적인 도다리 잡이에 나섰고 어획량도 확연히 늘었는데, 보통 생산량이 늘면 가격은 당연히 떨어져야하는데 도다리는 정반대다.

지난달만 해도 조업 중 간혹 잡히던 도다리가 있었지만 가격은 지금의 1/3수준에도 못 미쳤다. 특이하게도 도다리는 산란기에 맛이 없다는 이유 때문이다.

도다리가 봄에 맛있는 이유는 바로 생선의 담백한 맛을 결정하는 지방산 때문인데, 등푸른 생선의 고소하고 연한 맛 또한 지방의 주요 구성분인 지방산에 달렸다. 도다리는 봄에 지방 함량이 가장 많으므로 맛이 실하다. 또한 배의 부분이 붉은빛이 돌지 않고 붉게 멍든 부분이 없어야 상태가 좋은 것이다.

살이 매우 하얀 토종 도다리는 가슴에 호랑이 무늬가 있어 범가자미로 불리며, 1년에 100~200여 마리 밖에 잡히지 않아 횟감용 최고급 어종에 속한다. 토종 도다리는 남해안 앞바다에서 잡히며, 물 밖으로 나오면 호랑이 무늬가 사라진다.

광어와 거의 똑같이 생긴 도다리는 남해안이 아니면 통 보기 힘든 생선인데, 양식하지 않기 때문이다.

즉 모두가 자연산이라는 뜻인데, 통영 서호시장 상인들은 “아직까지 양식 도다리는 보지 못했다”고 입을 모아 말한다. 넙치는 양식산 어류의 60% 이상을 차지할 만큼 많이 양식되고 있지만, 도다리양식이 되지 않는 이유는 1년에 10~12㎝, 2년에 16~18㎝까지 밖에 성장하지 않으니 비싼 사료를 먹이면서까지 양식을 해봤자 별로 남는 것이 없기 때문이다.

게다가 도다리는 맛이 워낙 좋은 생선으로 생선에 대해선 누구보다 까다로운 입맛을 가졌다고 자부하는 해안가사람들이 잡히는 족족 먼저 먹어 치운다.

해안가 주민들은 “(도다리 맛 모르는) 서울 사람들은 광어를 최고로 치더라”며 안타깝단 듯 말한다. 운이 좋으면 배에 알이 가득 찬 암컷이 나오는 행운이 따르기도 하지만 “알이 찬 도다리는 영양을 몽땅 알에 빼앗겨 버려 살이 푸석푸석해, 맛이 떨어진다”고 말하는 미식가들은 말한다.

도다리는 영양학적으로 단백질을 많이 함유하고 있는 대표적인 흰살 생선입니다. 흰살 생선에 풍부하게 포함되어 있는 비타민 A는 감기와 같은 감염성 질환에 대한 저항력을 길러주고 시력을 보호해주는 역할을 한다.

또 도다리 속에 풍부한 비타민 B은 각기병을 막아주고, 비타민 E는 노화를 방지해 젊음을 유지해준다. 그밖에도 글루타민산, 글리신, 알라닌, 리신 등 아미노산의 균형이 뛰어나고, 아름다운 머릿결을 형성하는데 없어서는 안될 결체조직 엘라스틴과 콜라겐 성분이 풍부하게 들어있다.

또 아미노산의 일종인 타우린이 많이 함유되어 있는데, 타우린은 빈혈 방지와 시력회복에 도움이 되며 콜레스테롤치를 떨어뜨려서 고혈압을 예방하는데 큰 도움을 준다.

또한 도다리는 소화가 잘 되는 식품으로 환자나 노약자의 영양식으로도 그만이다. 게다가 고단백 저칼로리여서 다이어트 식품으로도 권장한다. 도다리는 주로 회로 먹으며, 도다리 쑥국도 유명하다.

제철에 난 음식은 보약이라고 한다. 철이 이르거나 늦은 음식보다는 제때 제 음식을 먹는다면 이것이 바로 동원의식이라고 하였다. 밥상에 올라오는 반찬이나 국들이 바로 우리 몸이 바라는 음식, 곧 약이 된다는 것이다.

땅에서 솟구치는 봄기운인 쑥과 바다기운이 가득한 봄 도다리가 쑥국으로 만나면 기운을 북돋는 도다리쑥국이 된다. 도다리쑥국은 옛날 동물이 사람으로 만든 유일한 영약인 쑥이 사람의 몸에서 부족한 양기운을 돋구어 주는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고 볼 수 있다.

도다리는 쑥과 궁합이 아주 잘 맞는데 둘 다 봄이 제철이며, 쑥의 비타민과 무기질들이 도다리에 질 좋은 단백질과 만나 몸을 보양해주기 때문이다. 강렬한 쑥향이 먼저 코를 잡아채고 기름기 없이 맑고 담백한 국물이 입안을 가득 채운다.

도다리와 광어 구별법넙치와 도다리는 한눈에 쉽게 구별하기 어려운데 이때 흔히들 ‘좌광우도’라 하여 눈의 위치로 구분한다.

즉, 복부를 아래쪽에 두고 보아 눈이 왼쪽에 몰려 있으면 넙치(광어), 오른쪽에 몰려 있으면 도다리이다. 또한 입이 크고 이빨이 있으면 넙치, 입이 작고 이빨이 없으면 도다리로 구분하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