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화제와 드링크류 등 일부 일반의약품 슈퍼 판매 방침이 알려지자 제약업계는 이를 내심 반기면서도 장기적으로 유통업계에 휘둘릴 소지가 있다며 우려하는 분위기다.

20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소화제와 정장제, 드링크의 소매점 판매 추진 방침에 대해 제약업계는 유통경로가 확대되면 판매가 증가할 것으로 보고 대체로 환영하고 있다.

정부는 지난해부터 소화제와 정장제, 드링크 등 일부 일반의약품을 의약외품으로 전환해 소매점 판매를 허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제약업계는 일선 약국 약사들을 의식해 드러내놓고 반길 수는 없지만 소매점 판매 허용을 대비해 브랜드 인지도 제고 등 전략 마련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상위 제약사 일반의약품 부문 관계자는 "의약분업 이후 침체된 일반약 시장에 새로운 판로가 열리는 것으로 새로운 기회라고 본다"고 말했다.

그러나 일반약이 슈퍼나 대형 할인점에 공급될 경우 자칫 제약업계가 유통업체에 휘둘릴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대형 유통업체가 납품단가를 터무니 없이 낮추거나 각종 요구조건을 들고 나올 가능성이 높을 뿐 아니라 군소업체가 난립한 제약업계의 현실을 고려할 때 품질이 아닌 가격을 놓고 과당경쟁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실제로 납품업체에 대한 일부 대형 유통업체의 횡포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제약협회 관계자는 "일반약 소매점 판매가 단기적으로는 제약업계에 도움이 될 수 있으나 장기적으로는 유통업체에 종속되는 상황이 올 수 있다는 것을 회원사들도 인식하고 있다"며 "개별 업체별로 어떤 전략을 택할지 물밑 검토를 벌이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제약업체들은 소매점 유통으로는 기존 제품과는 다르거나 변형된 브랜드를 내놓을 것으로 예상된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기존 약국제품을 그대로 슈퍼나 할인점에 내놓을 경우 자칫 공고한 기존 브랜드의 가치를 떨어뜨릴 수 있다"며 "소매점에는 새로운 제품이 나갈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