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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산 짝퉁 고혈압제 버젓이 세관통과"

최근 유통 직전에 적발된 `짝퉁' 고혈압 치료제가 중국에서 주문제작돼 여객선 터미널을 통해 밀수된 것으로 드러나 경찰이 세관당국을 상대로 수사에 착수했다.

서울 광진경찰서는 18일 국내 유명 브랜드 약품을 모방한 가짜 고혈압 치료제를 밀수해 포장ㆍ유통하려 한 혐의(약사법ㆍ상표법 위반 등)로 밀수책 안모(30.경비업체 대표)씨와 김모(30.무직)씨, 운반책 김모(30)씨 등 3명을 추가로 구속했다.

경찰에 따르면 안씨 등은 식품의약품안전청장의 의약품 제조 허가를 받지 않고 지난 1월 중국에서 만든 가짜 고혈압제를 들여와 동작구 대방동에 차린 공장에서 국내 유명 고혈압제와 똑같이 포장해 시중에 팔려고 한 혐의를 받고 있다.

조사 결과 이들은 진품 샘플을 현지에 보내 모조할 수 있는지 확인한 뒤 5500만원을 지불하고 짝퉁 2만통을 제조할 수 있는 낱알 1000만정을 주문했으며 1차로 120만정만 건네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피의자들로부터 "중국 산둥성 옌타이(煙臺)에 있는 조선족 `왕 사장'에게 진품을 가져다 주고 모조품을 제작하도록 했다. 약품은 `따이공(보따리상)'이 가져왔으며 평택종합운동장에서 건네받았다"라는 진술을 확보했다.

경찰은 보따리상들이 여객터미널을 이용함에 따라 상자 8개에 나눠 담긴 짝퉁 낱알들이 근처 항구를 통해 밀수됐을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통관에 문제가 없었는지 세관을 상대로 수사중이다.

경찰은 또한 진품처럼 정교한 낱알을 만들 수 있는 타정기를 설치하는 데 3억원가량이 든다는 점을 감안, 중국 제약업체가 설비를 빌려줬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왕 사장'의 신원을 파악하고 있다.

경찰은 낱알 가운데 일부를 국립과학수사연구소에 보내 성분분석을 의뢰한 결과 "필수성분인 `암로디핀'이 정품의 10%에도 못 미치는 완전 가짜약"이라는 소견을 받았다.

해당 고혈압 치료제는 국내 매출이 박카스 등까지 포함한 일반의약품과 전문의약품을 통틀어 4위를 달리고 있으며 현재 50만명의 고혈압 환자가 상시로 복용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유통 이전에 적발한 게 천만다행이다. 이런 완전 가짜약을 의사 지시대로 복용했다면 혈압을 관리해야하는 만성질환자들이 뇌졸중, 심장질환 등으로 모두 쓰러졌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경찰은 지난 3일 공급책인 제약회사 영업팀장 김모(34)씨와 장모(44)씨를 구속한 바 있으며 판매책 곽모(34)씨 등 단순 가담자 5명도 같은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