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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수칼럼-자녀 양육은 수지 맞는 사업

아이를 낳아서 기르는 것은 대단한 노력과 비용이 드는 일이다. 아이를 가질 때부터 시작해서 출산 하기까지도 수월치 않은 돈이 들지만 이것은 시작에 불과하다. 곧 이어서 이유식과 종이 기저귀 사기를 비롯해 병원 들락거리기, 유치원 보내기, 초?중?고등학교 보내기, 입시학원 보내기 그리고 대학교 등록금, 더 나아가서 짝을 찾아 시집, 장가까지 보내려면 엄청난 노력과 시간과 금전적인 투자가 필요하다.

하지만 아이들은 차츰 커가면서 부모의 숨은 노고따위는 인정도 안 해줄뿐더러 짝을 찾아 결혼을 하고 나면 자기 아이들과 직장핑계를 대면서 부모를 찾는 횟수가 점차 줄어들고 나중에는 심지어 전화통화 마저 어렵게 되기도 한다.

이렇게 손해 보는 사업이 어디 있나 하는 생각이 들 수도 있다.

자녀의 결혼식장에서 주례가 아무리 부모님께 효도하여 길러주신 은혜를 보답하라고 당부한다고 해도 달라지는 것도 없다. 자칫 자기 며느리나 사위가 사회 통념상 일반적으로 좋은 며느리나 사위들이 할 거라고 생각하는 역할이나 효도를 기대 했다가 그들의 행동이 자신이 기대했던 것에 미치지 못하게 되면 아이들에게 몹시 서운해 하며 자칫 가족간의 갈등이 지속되기도 한다. 자녀들의 효도를 당연한 것으로 보는 생각의 기본에는 “이제껏 내가 길러 주었으니 이제는 너희가 보답할 차례”라고 하는 마음이 조금씩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데 과연 자녀 기르기가 수지 맞지 않는 장사인가?

잠시만 생각해보자.

처음 아이를 가졌을 때의 기쁨, 뱃속에 있는 동안의 즐거운 궁금증, 처음 본 아이의 얼굴, 처음 눈 맞추고, 처음 미소 짓고, 처음 “엄마, 아빠”와 비슷한 발음을 하고, 처음으로 앉고 기고 걷고 하는 기억들은 모두가 부모에게 엄청난 기쁨을 주던 순간들이었다.

어느 날 처음 거리 간판의 글자를 더듬거리며 읽어 놀라게 만들었던 일, 처음 세발, 두발 자전거를 타던 날, 학교 입학식, 학예회, 운동회, 소풍, 졸업식 등등… 아이가 아니면 가질 수 없었던 엄청난 기쁨을 돈으로 환산해 보면 얼마나 될지 누구도 계산 할 수가 없다. 집에 굴러다니던 아이들용 야구 글러브와 방망이, 인형과 그 옷들도 아이들이 있어서 어울리는 귀여운 물건들이었으며 따뜻한 가정의 분위기를 연출하는 소품 같은 것들이었다.

따라서 이제 자녀들을 다 길러 시집 장가 보내는 날에 손익계산을 한 번 해 본다치면 지난날 이 아이들 때문에 정말 즐거웠구나하는 깨달음과 함께 남는 장사를 했구나 하는 생각이 들것이다.


이렇게 생각하면 이제 자녀들이 부모에게 빚진 것이 없으니 그 들에게 크게 기대해서는 안되고, 또한 그렇게 생각하면 섭섭할 일도 별로 없게 된다. 아이들을 잘 길러 그 아이들을 성가시켜 줌으로써 그 들의 부모가 누렸던 똑 같은 기쁨을 그 자녀들도 누릴 수 있게 된다면 정말로 좋은 일을 해 낸 것일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사실 우리 인간에게 가장 중요한 일은 사람들이 종족을 이어가는 것이다. 따라서 정치지도자들이 해야 할 일은 사람들이 편안하게 만들어 그 들이 결혼해서 아이를 낳아서 기를 생각을 할 수 있도록 풍족한 여건을 만들어 주는 것이다. 그러자면 일자리를 충분히 만들고, 경제를 잘 운용하고, 법을 잘 만들고 지켜서 안전한 가정과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

그러면 국민들은 안심하고 연애를 하고 결혼을 하여 아이를 낳고 기르려고 한다. 그 아이와 함께 웃으면서 늙어갈 수 있도록 부모의 얼굴에 미소를 짓게 해 주는 일이 바로 정치가 할 일이다. 복잡할 것도 없다. 쉬운 일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크게 어려운 일도 아니다.

노랑 나비는 노랑 나비를 만나 수 만 년 노란색 날개를 이어 오고, 흰나비는 흰나비를 만나 대를 이어 흰 날개를 이어 내려왔다. 자연 속에 어디선가 먹고 마시고 짝을 찾아 번식을 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우리도 모든 국민이 편안하게 먹고 마시고 안전하게 살 수 있도록 해준다면 국민들은 큰 기쁨을 주는 좋은 사업인 아이 낳아 기르기를 계속해서 수만 년 지속하도록 살아 낼 것이다.

새로운 정치인들이 이제부터 더 좋은 시절을 만들어 주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