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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수 칼럼-환갑 맞는 정부수립과 새 출발

정부수립 환갑을 맞는 해에 새로운 정부가 출범하는 것은 행운이다. 매 60년마다 새로운 시작을 맞는다는 의미에서 산뜻한 새 출발을 할 수 있을 것 같기 때문이다. 정부수립 초기에는 정부수립일을 크게 경축하는 행사가 있어서 그 날 태어난 아이들에게 색동옷을 입히고 시내를 관통하는 전차에 태워서 보기 드물게 멋있는 퍼레이드를 한 적도 있었다.
 
그러나 5.16 이후에는 정부수립일 보다는 광복일을 축하하는 쪽으로 무게가 실리더니 최근에는 대한민국 정부가 태어나지 말아야 했었다는 주장까지 나와서 많은 국민을 헷갈리게 한 바가 있다.
 
이제 지난 60년을 되짚어 보면 우리가 기적같이 가야만 하는 길을 제대로 찾아온 세월이었음을 알 수 있다. 정부 수립 후 10년은 전쟁을 통해 남과 북이 좌와 우로 확실하게 구분되어 우리는 자본주의적 접근으로 국가 건설의 기초를 마련한 시기였다. 그 다음 10년은 전쟁을 잘 치뤄 내었지만 국민의 욕구를 알아내는 데는 무능했던 정부를 교체해 나가는 시기였으며, 그 후 20년이야말로 천우신조의 타이밍으로 경제자립을 달성한 시기였다. 대부분의 우리 경제를 이끌어가는 기관차 역할을 하는 경쟁력 있는 기업들이 이 시기에 뿌리를 확실히 내리게 된다.
 
다음 10년은 경제 개발 하느라고 소홀히 하였던 민주화를 회복 해 나가는 과정이었으며 하계 올림픽 개최를 계기로 이 작은 후진국이 드디어 세계 210여 개 나라 중에서 10위권에 들어가면서 동시에 훌륭하게 민주화를 이뤄낸 찬란한 시기였다.
 
생각해보면 지난 60년 세월에 마지막 10년 마저도 참으로 우리에게는 소중한 시기였다고 본다. 민주화를 위해 투쟁하는 시기에 뒤 섞였던 좌우가 확실히 구별되는 시기였고 좌파 성향의 정부가 국정 경험을 얻은 시기였으며 과거 50년간 정권에서 소외되었던 그들이 실전을 통해서 국정운영의 문제점이 무엇인지 확실히 깨닫게 된 시기였기 때문이다. 어차피 우리나라는 보수와 진보로 표현되는 좌우의 정치세력에 의해 운영 되어 나갈 것이기 때문에 어느 한 쪽이 몰락해서는 안 된다.
 
이제는 양대 진영 모두 집권 경험을 갖게 되었기 때문에 상호 빠르게 변화해 나가서 차별화 될 것이다. 권력의 맛을 알았기 때문에 정권을 잡으려면 양보할 것이 무엇이고 고쳐야 할 점이 무엇인지 뼈 아프게 고민할 것이기 때문이다.

모택동의 말을 빌리면 이제 우리는 어느 구멍에 어느 뱀이 들어 있는지 알게 되었다. 지난 10년 모든 뱀들이 나와서 춤을 추는 바람에 모두가 모두를 알게 된 것이다. 어느 구멍에 어느 뱀이 들어있는지 모를 때에 두려운 것이지 이제 알게 되었으니 두려울 것이 없다. 속을 리도 없고 싫으면 가까이 하지 않으면 되니까 물릴 리도 없다. 우리 모두가 잘 모르는 공포에서 보다 자유스러워진 것이다.
 
따라서 이제는 더 이상 우리 내부에 문제점이 무엇인지 파내기 위해 골몰할 필요가 없다. 우리가 세계의 중심도 아니고 우리가 세계를 좌지우지할 힘도 없다는 것을 받아들여야 한다. 따라서 이제는 다른 나라에 비해 우리가 무엇이 뒤져있나를 살펴보고 그들과 어깨를 나란히 해 나가도록 노력하는 방향에서 경쟁해야 한다.
 
좌는 좌대로 우는 우대로 국민의 지지를 얻어 낼 정책을 개발해서 더 나은 생각을 가지고 있는 쪽이 정권을 잡는 전통을 이어나가면 되는 것이다.

새가 날려면 양쪽 날개를 함께 퍼덕여야 하듯이 어느 한 쪽이 힘들었다고 그 쪽만 날개 짓을 해대면 결코 날지 못한다. 또 다른 한 쪽이 힘을 잃었다고 해서 날개 짓을 멈추면 새는 사냥꾼의 먹이가 되어 모두가 망하는 것이다.
 
결국은 우리가 하나로써 생각이 서로 같지는 않아도 같은 나라의 국민임을 잊지 말고 좋은 나라를 만드는 길에 모두 힘을 합쳐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