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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의 재발견

간편한 식사대용 ‘즉석죽’ 인기 시장 규모 커져
동원F&B· CJ 신제품 출시 등 선두경쟁도 치열
죽 전문점 다양화 환자식 탈피 한끼 식사로 정착


지난해 12월부터 변경된 소비자물가지수에는 죽, 아이스크림, 샐러드 등 6개 외식품목이 포함됐다. 이 외식품목들은 변화하는 소비자의 니즈에 발맞춰 급성장하고 있는 산업이다. 그 가운데 ‘죽’이 포함돼 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

죽은 부족한 식량을 채우기 위해 양을 불려 먹는 한국 식생활에서 유래됐다. 최근들어 간편하게 식사를 대용할 수 있는 죽은 즉석죽 시장과 죽 프랜차이즈 시장으로 양분돼 급성장하고 있다.

즉석죽도 ‘참살이’ 열풍

평일 아침은 늘 바쁘다. 출근 준비를 하는 부모님도, 새벽부터 등교준비를 하는 아이까지 아침시간은 짧기만 하다. 그래서 거르기 쉬운 아침시간에는 간편하게 식사할 수 있는 즉석식품이 인기만점.

서울 강남구 대치동에 사는 김선민(41)씨는 중학생 자녀의 아침식사로 종종 죽제품을 구입한다. 김씨는 “직장생활을 하는 터라 아침에는 대부분 간단하게 식사한다”며 “즉석죽이 영양가도 있고 소화흡수에 좋다고 해서 애용하는 편”이라고 말했다.

요즘 김씨처럼 즉석죽 제품을 간편한 식사대용식으로 찾는 소비자들이 늘고 있다. 소비가 많은 만큼 즉석죽 시장규모가 커진것은 당연지사.

업계에 따르면 즉석죽 시장규모는 지난해 약 350억원 정도로 추정되고 있으며 매년 50~60억원 가량 신장되고 있다. 시장에 진출해 있던 동원F&B, 오뚜기 외에도 지난 2003년 CJ가 죽시장에 진출하면서 경쟁이 치열해졌다.

즉석죽 시장의 선도기업 동원F&B가 65%가량 시장점유율을 기록한 가운데 ‘햇반죽’을 앞세운 CJ가 그 뒤를 추격하는 형세이다. 이 밖에도 오뚜기, 하림, 한국야쿠르트 등이 즉석죽 제품을 내놓고 있다.90년대부터 즉석죽 시장에 뛰어들었던 동원F&B는 10여가지 다양한 ‘양반죽’ 제품을 선보이고 있다. CJ는 후발업체로서 신제품 출시에 박차를 가해 4년만에 ‘햇반죽’ 6종을 출시하며 시장공략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동원F&B는 지난해 보성산 녹차를 함유한 ‘양반보성녹차죽’을 출시하는 등 웰빙 트렌드가 반영된 제품을 선보였다. CJ 역시 ‘햇반 녹차죽’ ‘햇반 단팥죽’ ‘햇반 단호박죽’ 등 죽제품의 기본구성 뿐 아니라 제품차별화를 꾀하고 있다.

동원F&B 관계자는 “죽 전문점의 맛을 살리면서도 웰빙 트랜드에 맞는 다양한 신제품을 개발할 계획”이라며 “시장 선도기업으로 즉석죽 제품을 차별화하고 기획상품 및 CMS 프로모션 등 다양한 마케팅으로 ‘양반죽’의 간편성과 영양성을 홍보할 생각이다”고 전했다.

CJ 관계자는 “아침 대용식 및 간식용으로 ‘햇반죽’이 인기를 끌고 있다”며 “국내산 단호박만을 사용해 달콤한 맛과 영양을 살린 ‘햇반 단호박죽’이 웰빙 트렌드를 타면서 매월 20%이상 급신장 중”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또 “지난해 12월 기준으로 단호박죽 제품이 월 3억원대 매출을 기록했다”면서 “최근 소비자조사 결과 기존 주부, 중장년층 뿐 아니라 단호박 트렌드에 힘입어 젊은 20~30대층에도 소비가 급격히 늘고 있는 추세”라고 덧붙였다.

CJ는 ‘햇반죽’ 제품이 대형마트 등에서 40%가량 유통중으로, 아직까지는 시장 정착기라 더욱 매출이 확대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웰빙 슬로우 푸드’로 우뚝

쌀 알갱이로 이뤄져 한 그릇만 먹어도 포만감을 느낄 수 있는 것이 죽의 장점. 죽의 특성상 소화흡수가 빨라 포만감이 금방 사라진다는 단점도 있지만, 위장에 부담없이 즐길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특히 죽이 소화가 잘되고 자극적이지 않아 소화기관이 쇠약했을 때 영양보충용으로 섭취하기 때문에 병원 환자식으로 안성맞춤이다.

서울대병원 관계자는 “최근 스트레스성 위경련, 장경련 등 위장질환을 호소하는 환자가 많다”며 “치료 기간동안 자극적이지 않고 소화가 잘되는 죽으로 식사하는 것이 건강회복에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이처럼 죽은 ‘병원 환자식’이라는 확실한 영역을 구축하고 있다.

반면 죽 전문프랜차이즈 본죽은 ‘죽’을 ‘웰빙 슬로우 푸드’로 격상시키며 새로운 시장을 개척했다. 환자들만이 먹는 죽을 거부하고 건강한 사람이 한 끼 식사로 즐길 수 있도록 이미지 전환을 시도한 것이다.

다소 시간이 걸리더라도 매장에서 정성껏 만든 죽을 고객에게 제공하는 것이 본죽의 매력 포인트이다. 본죽은 입소문과 TV드라마 등을 통해 어느새 익숙한 브랜드가 됐다. 지난해 690여개 매장을 운영하며 죽 전문프랜차이즈 시장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본죽의 인기는 죽 전문점 다양화를 낳았다. 2005년부터 지난해까지는 기존에 개인사업자가 운영하는 죽 전문점 외에도 죽이야기, 현죽, 참죽 등 프랜차이즈가 활발했던 시기였다.

본죽은 건강을 중시하고 웰빙 문화에 민감한 20~30대 여성층이 주요 고객으로 일본, 미국에 각각 3개 매장을 운영 중이다. 해외진출에 힘입어 2007년에는 730여개 매장에서 2200억원(가맹점 소매가 기준)대의 매출을 목표로 하고 있다.

본죽 나세철 팀장은 “올해에는 그동안의 노하우를 바탕으로 미국, 일본 등에서 프랜차이즈 사업에 주력해 본죽을 알릴 계획”이라며 “최근 불거진 트랜스지방 논란, 패스트푸드에 대한 소비자의 외면으로 ‘슬로우푸드’에 대한 관심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나 팀장은 “일본의 경우 한국처럼 쌀문화권이어서 본죽 프랜차이즈에 관심을 갖는 사람들이 많다”며 “중국, 한국을 제외하고는 죽 문화가 없어 이에 대한 장점이 홍보될 경우 세계시장에서도 두각을 나타낼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업계에 따르면 죽시장은 매년 30%가량 고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영양가가 있으면서도 남녀노소에 구애 없이 간편하게 즐길 수 있는 점이 어필됐기 때문.

이 같은 죽의 인기는 계속될 것으로 판단, 업체들은 다양한 즉석죽 제품을 선보여 소비자 선택의 폭을 넓히고 있다. 국내 죽전문점 시장도 포화상태에 이르러 해외시장 공략에 나서는 등 죽의 세계 브랜드화도 얼마 남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