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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유 사카자키균 검출 은폐했나?

6개월 미만 영아들이 먹는 조제분유에서 `사카자키균'이 검출됐는지 여부를 두고 진실공방이 벌어지고 있다.

논란은 국회 보건복지위의 전재희 의원(한나라당)이 19일 식품의약품안전청이 지난해 고려대 산학협력단(연구 책임자 이민석 교수)에 맡긴 연구용역 보고서를 공개하면서 시작됐다.

`분유류/영.유아용 식품의 미생물 관리'라는 제목의 이 보고서는 국내 유통 중인 6개월 미만 영아용 분유 85개 시료 중 4개에서, 또 6개월 이상 유아용 이유식 100개 시료 중 6개에서 각각 사카자키균이 검출됐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전 의원은 식약청이 보고서를 지난해 11월 제출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숨긴 채 1년 동안 은폐하고 있었다고 몰아세웠다.

이에 대해 식약청은 억울하다는 반응이다.

식약청에 따르면 2004년 영국과 미국 등에서 대장균군의 일종인 `엔테로박터 사카자키균'의 안전성 문제가 불거져 소비자문제를 연구하는 시민의 모임(이하 소시모)과 공동으로 곧바로 국내 유통 분유와 이유식에 대한 모니터링에 들어갔다.

발빠르게 대응했다는 것이다.

이를 통해 일단 1차 수거검사에서는 다행히 사카자키균이 나오지 않는 등 안전성에는 크게 문제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식약청은 설명했다.

하지만 보다 엄밀한 관리방안을 마련하기 위한 일환으로 지난해 고려대 산학협력단에 연구용역을 발주했다.

식약청은 연구결과를 받아보고 자체적으로 연구내용을 검증한 결과, 보고서의 내용과는 달리 6개월 미만 영아용 분유에서는 전혀 사카자키균이 검출되지 않았으며, 다만 6개월 이상 유아용 이유식 5개에서 사카자키균이 검출된 것으로 확인됐다고 말했다.

연구용역결과와 식약청 자체 재검증 내용이 달라서 발표하지 않았을 뿐 은폐 의도는 전혀 없었다는 것이다.

이후 식약청은 소시모와 함께 2005년 12월∼2006년 3월, 2006년 4월∼5월, 2006년 9월∼12월 등 여러 차례에 걸쳐 시중 유통 분유와 이유식 수거검사를 실시했거나 실시하고 있는 등 기준규격 마련을 위해 애쓰고 있다고 강조했다.

식약청은 이 같은 몇 차례에 걸친 추가 수거검사에서도 조제분유에서는 사카자키균이 검출되지 않았으며, 다만 6개월 이상의 유아 대상 일부 이유식에서 비록 위해 우려 수준은 아니지만 100g당 2마리 정도의 사카자키균이 검출돼 소비자의 주의를 당부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식약청은 지난 5월 말 "조제분유와 이유식은 멸균제품이 아니며, 특히 이유식은 각종 곡물과 과일분말 등을 혼합한 저온살균 제품으로 미생물 오염의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만큼, 반드시 섭씨 70도 이상의 뜨거운 물에 탄 뒤 흐르는 물에 식힌 후에 먹이도록 당부했다.

식약청은 농림부 등 관련부처와의 협의를 통해 앞으로 조제분유에서는 사카자키균이 나와서는 안된다는 내용의 기준규격을 마련, 시행할 방침이다.

한편 사카자키균은 바나나 등 이유식 재료와 자연환경에 존재한다. 이 균은 건강한 성인에게는 거의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그러나 발생빈도가 낮긴 하지만 신생아와 유아에게 장염과 수막염 등을 일으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주로 신생아에게 수유할 때 사용되는 용기나 기구 등의 오염으로 이 균에 감염되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유럽연합(EU)을 제외한 세계보건기구(WHO)와 국제식품규격위원회, 일본, 미국에서는 이 균에 대해 별도의 기준 규격을 설정해 관리하고 있지 않으며, 다만 우리나라와 같이 대장균군으로 위생관리를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