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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품·유통업체 ‘과당경쟁’시장 혼탁

식품업체와 유통업체들이 과도하게 상품을 끼워 팔거나 증정품을 제공하는 등의 출혈경쟁으로 시장의 혼란을 야기하고 있다.

이마트 P점의 경우 오뚜기는 맛있는 밥과 즉석 카레를 각각 2개씩 묶어 2120원에 판매하고 있다. 오뚜기 맛있는 밥과 즉석카레의 가격은 개당 1200원으로 제품 총합 4800원에 비해 50% 이상 싸게 거래되고 있다.

농심도 최근 삼다수와 카프리썬, 차비라면을 1200원에 판매했다. 차비라면만도 1500원, 제품 총가격이 2700원인데, 농심은 반도 안 되는 가격으로 소비자들을 유혹했다.

장류도 만만치 않다. 청정원 순창 찰 고추장은(2.8kg), 쌈장(500g), 메주국 된장(500g)을 합해 12900원에 판매했다. 순창 찰 고추장(2.8kg) 하나가 13500원임을 감안하면 증정용품을 붙이고도 싼 가격이다.

1+1행사는 CJ 햇김치와 함흥 비빔냉면, 종근당 잡화꿀, 롯데 초코파이, 카스타드 등 다양하다.

그밖에도 풀무원 옛맛두부는 한 개 가격이 2500원인데, 고소한 찌개두부와 묶어 팔면서 2150원을 받았고, 종갓집 두부는 락앤락을 같이 묶어서 마찬가지로 2150원에 판매하고 있다. 또한 해찬들은 진간장(1.8L)을 사면 양조진간장(1.0L)를, 백설 군만두는 하나에 6000원인데 군만두와 쌀군만두를 합쳐 3980원에 판매했다.

이에 대해 업계측은 “신제품은 소비자가 먹어봐야 구매하기 때문에, 기존 제품에 끼워 파는 경우가 있다”며 홍보차원에서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시장점유율을 올리기 위한 방편으로도 사용된다고 밝혔다.

최근 사례를 보면, 국내 라면시장 1위의 한 업체는 1/4분기에 경쟁사에게 시장점유율을 1~2% 뺏기자 이를 다시 탈환하기 위해 과도한 판촉행사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과거와 달리 시장구조 자체가 변해 끼워 팔기라고 무조건 나쁘다고 할 수는 없다”며 “할인점과 제조업체 사이에는 불합리한 면이 많다. 제조업체는 상대적으로 힘 있는 할인점에서 제시하는 가격에 맞춰야 하고, 할인점에서 판촉행사 등을 종용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그는 한편 “할인행사나 끼워 팔기를 해도 적지만 이윤이 나는 게 사실”이라고 귀띔했다.

소비자시민모임의 황선옥씨는 “업계에서 영업이익을 내기 위한 부당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무리한 행사로 손해를 보게 되면 회사는 당연히 제품값을 올려 이를 환원 받으려 하는데, 그 몫은 고스란히 소비자가 부담하게 된다.”고 밝혔다.

공정거래위원회 유통거래과 김원태사무관은 “시장을 확대하기 위해서 판촉행사를 하기도 한다. 이런 것들이 자율시장경제체제에서 위배되는 건 아니나, 어느 정도 정점에 와 있는 게 사실”이라며 “추후 가격 인상의 원인이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식품 전문가는 “할인된 가격은 소비자들에게 일시적 만족을 주지만, 할인점이 아닌 곳에서 정상가격을 주고 사는 사람들은 상대적으로 손해를 보게 된다”며 “업체들은 싸게 파는 것처럼 생색내고 있지만, 원래 가격이 부풀려진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대기업은 자본력으로 물량공세를 펼쳐 박리다매를 취하고 있어 상대적으로 열악한 여타 식품업체들은 경쟁력을 잃게 됐다”며 “이는 결국 시장의 획일화를 가져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전명희 기자/1004@fe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