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드투데이 = 황인선기자] 소비자 혜택은 커녕 생산기반을 위축시키고 유통업체만 배불린다는 지적에도 정부가 설 물가 안정을 위해 할당관세 확대 적용을 또 다시 내세우자 담합과사재기같은 불공정거래에 대한 감시가 우선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송옥주 의원(화성갑)은 기획재정부와 관세청, 농림축산식품부 자료를 분석한 결과, 윤석열 정부가 2022년부터 외국산 먹거리에 대한 관세를 없앤 할당관세 적용 품목을 크게 늘렸지만 2조원 넘는 정부 세수만 축나고 실제 수입 가격 인하 혜택은 소비자들이 나눠갖지 못했다고 20일 밝혔다.
송 의원에 따르면 농식품에 대한 할당관세 적용 혜택은 ▲2021년 31개 농식품 2,367억원이었으나 윤석열 정부들어 ▲2022년 67개 농식품 8,774억원 ▲2023년 83개 농식품 6,250억원에 이어 지난해에는 103개 농식품에 걸쳐 7,000억원에 이르러 최근 3년동안 농식품만 약 2조2,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이렇듯 윤석열 정부는 최근 3년간 2조2,000억원을 세수를 포기하면서 먹거리 물가를 낮추기 위해 애썼지만 2021년보다 지난해 소비자가격 내린 품목은 쇠고기, 돼지고기, 닭고기, 계란, 오렌지, 파인애플, 바나나, 망고, 감자, 양파, 대파 등 17가지 농축산물 민감품목중에서 양파와 대파 두가지 밖에 없었다.
송 의원이 2022년부터 지난해까지 1년이상 할당관세를 적용한 17개 품목을 대상으로 수입가격 인하율대비 소비자가격 변동율을 비교 분석한 결과, 윤석열 정부가 할당관세를 크게 확대했지만, 오히려 농축산물 소비자 가격은 전반적으로 강보합세를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산 냉장 소갈비는 2022년 7월 할당관세를 적용해 수입가격을 23% 낮췄지만 소비자가격은 2021년보다 45% 상승했다. 2023년과 지난해에도 값이 올랐다. 2022년과 2023년 할당관세 적용으로 삼겹살 수입가격 인하 효과는 18%~20%에 달했지만, 소비자가격은 2022년과 2023년 전년보다 12%와 2% 더 높아졌다. 2022년부터 2024년까지 줄곧 할당관세를 적용해 닭고기 수입가격은 해마다 17%~21% 하락 요인이 발생했지만, 실제 소비자가격은 3년간 6% 치솟았다.
지난해 할당관세 적용으로 계란 수입가격을 21%~23% 낮출 수 있었으나 소비자가격은 전년보다 11% 뛰었다. 지난해 오렌지 할당관세 적용으로 수입가격 인하효과가 27%에 이르렀지만, 소비자가격은 오히려 전년보다 4.6% 올랐다. 파인애플, 바나나, 망고에 대해 할당관세를 적용하기 시작한 2023년에는 23%~27%에 이르는 수입가격인하 효과에도 불구, 오히려 소비자가격이 올랐다.
이들 품목의 경우 2024년 들어서야 비로소 전년보다 소비자가격이 하락했다.
무·배추의 경우 지난해 할당관세 적용으로 21%의 수입가격 인하 효과가 발생했지만, 소비자가격은 오히려 전년보다 각각 17%와 24% 상승했다. 딸기, 체리, 아보카도는 지난해 할당관세가 적용돼 23%~28%에 달하는 수입가격 인하 여력을 지니게 됐지만, 소비자가격은 8%~11% 치솟았다.
지난 3년간 정부의 할당관세 적용 확대가 장바구니 물가를 억제하는데 실패하고, 국내 농축산물 생산기반을 위축시킨 반면에 농축산물 수입업체와 도매시장법인, 식품기업 등의 경영실적은 나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주요 축산물 수입 유통업체 10곳의 매출총이익은 2021년 6,020억원에서 2022년 4,359억원으로 28% 줄었지만, 2023년 들어 6,041억원으로 회복했다. 바나나, 파인애플 등을 수입하는 돌 코리아는 2024년 영업이익이 308억8,000만원으로 전년보다 1,324% 증가했다.
최근 2년간 가락시장 6개 도매법인의 영업이익률은 국내 도매 및 상품 중개업의 평균 영업이익률 4%보다 훨씬 높은 22%~24%를 기록했다. 특히 지난해 10.8%와 6.4%를 기록한 10개 채소류와 10개 과일류 평균 도매가격상승률에 힘입어 6개 도매법인 거래금액은 2021년 4조1,414억원에서 지난해 5조1,000억원으로 23% 늘었다.
음식료품업계는 매출과 영업이익, 순이익이 고르게 늘었다. 한국거래소가 지난해 8월 발표한 709개 식품기업의 상반기 결산실적에 따르면 총 매출액은 783조3,875억원으로 전년보다 6.55% 늘었고 영업이익은 59조2,325억원으로 297%, 순이익은 67조5,596억원으로 48% 증가했다.
이런 와중에 정부는 설 물가 안정 차원에서 또 다시 할당관세를 내세우는 구태를 반복하고 있다. 정부는 2월부터 도입키로 했던 배추 할당관세 0%적용을 이달 중으로 앞당긴다. 이에 따라 27%의 관세가 적용되던 배추와 30%의 관세가 적용되던 무는 오는 4월까지 관세가 면제(0%)된다. 뿐만 아니라 정부는 오렌지, 바나나, 파인애플, 망고, 자몽, 아보카도, 만다린, 망고스틴, 두리안 등 과일류 10종에 대해서도 추가 할당관세를 적용한다. 이로써 바나나 20만t, 파인애플 4만6000t, 망고 2만5000t 등에 대한 30% 관세가 한시 철폐된다.
송 의원은 “지난 국정감사에서도 여러 차례에 걸쳐 윤석열 정부의 무분별한 할당관세 적용이 유통업체 배만 불리고, 소비자와 농민의 부담을 가중시킨 것으로 지적됐다”면서“농림축산식품부와 공정거래위원회가 담합이나 사재기 같은 부정 유통행위에 대한 감시를 게을리하면서 농축산물 수입가격을 낮춘다고 해서 장바구니 물가를 억제할 수 없다는 것은 이미 입증된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외국산 농축산물 소비자가격은 수입가격 변동과 무관하게 국내산 유사 품목의 가격보다 조금 낮은 선에서 형성되고 있는 만큼 시장개방 확대는 국내 생산기반을 위축시켜 농축산물 물가 불안을 장기화할 수 있다”며“쇠고기, 돼지고기, 닭고기, 계란, 낙농품, 바나나. 오렌지, 감자, 양파, 대파 등 민감품목에 무관세를 적용한 윤석열 정부가 WTO와 FTA보다 더 위협적”이라고 꼬집었다.
실제로 2000년이후 농산물 무역개방이 늘었지만 국제 가격·운송비, 환율, 과점적 시장구조, 기후, 국내 물류·유통 등으로 인해 소비자물가지수는 줄지 않았으며, 오히려 국내 농축산물 자급률이 물가와 역(-)의 관계를 보였다는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의 최근 연구 결과는 이런 지적을 뒷받침하고 있다.
국책연구기관의 이런 연구결과는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농산물 물가 안정을 위해서 수입개방 확대를 내세운 것과 배치되는 것이다.
한편, 트럼프가 차기 미국 대통령으로 자리하면서 농축산물 수입 확대 요구가 드세질 것이란 우려가 나오고 있는 가운데, 외국 농축산물에 대한 할당관세의 실효성 검증과 불공정거래행위 단속 강화의 필요성이 더 커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