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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밥 보고서①] 쌀의 억울한 누명...쌀밥은 다이어트의 적이다?

 

[푸드투데이 = 황인선기자] 오랫동안 한국인의 밥상을 책임져온 쌀. 쌀을 주식으로 했던 우리 민족에게는 밥심으로 어려움을 극복했다고 할 정도로 귀중한 가치를 지니고 있다. 그러나 오늘날 잘못된 오해로 쌀밥이 홀대 받고 있다. 이에 푸드투데이는 전문가들을 통해 쌀밥의 오해와 진실을 알아보고, 가정 내 달라진 쌀 소비 패턴에 대해 2편에 걸쳐 살펴본다.<편집자주>


#직장인 A씨(35.여)는 출근 전 간단한 샐러드나 과일, 삶은 계란 등 간편한 음식으로 아침을 해결한다. 점심은 사내 구내식당을 이용하고, 저녁은 대부분 간편가정식, 배달음식에 의존한다. 그녀는 "집에서 밥을 직접 짓는 일은 거의 없다. 흰쌀밥은 거의 먹지 않는다"고 했다. 다이어트 중이라는 그녀는 탄수화물 섭취를 제한하고 있다고 했다. 그녀는 "단백질 위주 식사를 하고 있다. 혈당 스파이크 음식은 멀리하는데 그 중에 쌀밥도 마찬가지다"라고 말했다.


이처럼 쌀밥이 다이어트에 좋지 않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갓 지은 하얀 쌀밥에 국과 김치, 다양한 반찬이 오른 한상차림을 먹어야 제대로 된 한 끼를 먹었다고 말하는 것은 이제 과거가 됐다. 


식습관의 변화와 1인 가구 증가, 저탄수화물 트렌드 등으로 국내 쌀 소비량은 매년 감소하고 있다. 실제 통계청에 따르면 작년 우리 국민의 1인당 연간 쌀 소비량은 56.4㎏로, 1993년 110.2kg에서 48.82%가 줄었다. 산지 쌀값 하락세도 계속되고 있다. 지난달 25일 기준 산지 쌀값은 4만5725원으로, 1년 전(20㎏에 5만1142원)과 비교하면 10.6% 내렸다. 80㎏ 기준 쌀값은 18만2900원으로 2018년 이후 최저를 기록했다.


과연 쌀은 다이어트의 적일까?


쌀밥이 다이어트에 좋은지, 나쁜지는 어떻게 먹느냐와 어떤 쌀을 사용하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쌀밥 자체가 다이어트에 반드시 나쁜 것은 아니다. 


최근 쌀밥이 비만과 당뇨, 고혈압 등 대사성 질환의 주범이라는 잘못된 인식과 오해가 확산되는 것에 대해 의학계 등이 우려를 표하고 있다.

 


강재헌 교수 "밥 중심 전통 한국식, 열량 과잉 섭취 막아 비만 예방"


지난 2004년부터 한식과 쌀밥의 건강 기능성과 관련한 연구를 이어왔던 강재헌 성균관의대 강북삼성병원 교수는 최근 서울 중구 농협중앙회 본관에서 열린 '쌀의 가치 재발견 심포지엄'에서 한식이 혈당을 높이는 식단, 살찌기 쉬운 식단이라는 오해를 바로잡았다.


강 교수는 "밥 중심 식사는 지방의 섭취가 적고 식이섬유소, 비타민, 무기질이 풍부히 함유돼 있으며 단백질이 적당히 조화를 이룬다"며 "밥의 전분은 체내에서 서서히 소화, 흡수되며 밥과 반찬을 번갈아 먹게 되므로 혈당 상승이 느리고 포만감을 느끼게 되며 식사 섭취량을 줄일 수 있어 열량 과잉 섭취를 막아 비만을 예방한다"고 강조했다.


강 교수는 호주 시드니대병원 연구진과 함게 수행한 연구 결과를 발표, 쌀밥 식단의 건강 기능성에 대해 소개했다.


이 연구는 호주 시드니 거주 주민 70명을 대상으로 12주 동안 쌀밥 식단의 비만 등 건강지표 영향을 분석했다. 이들은 모두 체질량지수(BMI) 25~60 수준의 비만병 환자였으며 절반씩 2개 집단으로 나눠 한식군은 1일 2끼 한식도시락을, 양식군은 1일 2끼씩 양식을 섭취하도록 했다. 한식군에게 제공된 도시락은 쌀밥과 현미밥, 흑미밥과 다양한 반찬이 포함됐다.


이 결과, 한식군의 허리둘레는 5.1cm(5.3%)가 감소됐고, 양식군의 허리둘레는 3.4cm(3.3%)가 감소돼 양식군에 비해 한식군에서 허리둘레가 더 많이 감소된 것으로 나타났다.


체지방률은 한식군은 2.6%가 감소되고 양식군은 3.2%가 감소돼 체지방률의 감소폭은 양식군이 더 컸는데도 불구하고, Android 부위의 체지방 감소율은 한식군 4.1%, 양식군 3.8%로 한식군이 더 큰 것으로 나타나 허리둘레 결과와 마찬가지로 한식군이 복부비만 감소에 더 효과적이라는 사실을 시사했다.


또한 한식군의 공복 혈당은 5.1mg/dl가 감소된 반면 양식군의 공복 혈당은 0.5mg/dl가 증가됐다. 인슐린 역시 한식군은 5.0mg/dl 감소됐으나 양식군은 1.3mg/dl이 감소됐다. 


일명 공복 호르몬이라고 불리는 그렐린 농도는 한식군은 74.9mg/ml 증가했으나 양식군은 145.0mg/ml 증가해 양식군에서 더 많이 증가했다.


그렐린은 주로 위에서 합성돼 분비되는 단백질 호르몬으로 배고픔에 반응하는 대표적인 식욕촉진 호르몬이다. 

 


강 교수는 "우리 전통 한국식은 쌀로 지은 밥을 주식으로 한 밥, 국, 김치, 반찬의 주부식이 분리된 구조로 탄수화물 식품에 단백질, 비타민, 무기질, 지방이 잘 조화된 균형잡힌 식단"이라며 "쌀과 잡곡을 혼식하거나 현미밥을 먹을 경우 더욱 많은 영양적 이득을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


정혜경 호서대학교 식품영양학과 명예교수도 비만뿐 아니라 고혈압이나 당노병 예방에도 쌀밥이 좋다고 밝혔다.


정 명예교수는 "우리 뇌는 에너지원을 탄수화물로만 사용하는데, 바로 단당류인 글루코스로부터만 얻는다. 이 글루코스를 늘 공급해 주기 위해서는 규칙적으로 밥을 먹어 공복에 빠지지 않도록 해 줘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밥을 규칙적으로 먹지 않으면 머리를 쓸 때 음식이 댕긴다던지 당을 공급해주는 혈당이 떨어지면 짜증이 나게 된다"며 "이럴 때 단 것을 섭취하게 되면 뇌에서 도파민이란 신경전달물질이 분비돼 기분을 좋게 만들어 준다. 이런 자극이 반복되다 보면 점점 더 강한 단맛의 탄수화물을 찾게 돼 나중엔 탄수화물을 안 먹으면 집중력이 떨어지거나 우울해지는 금단증상까지 일으킬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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