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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그때 다른 커피값의 허실

호텔커피 만원 패스트푸드 천원 자판기는 삼백원
아라비카(원두)·로브스타(인스턴트) 품질 달라
같은 재료 맛 차이 '미미' 가격차는 부대비용 탓




커피는 언제 어디서나 즐길 수 있는 대중적인 음료다. 잠시 휴식을 취할 때, 사람들과 대화할 때 무료함을 달래주는 도구로 커피만 한 게 있을까? 그런데 커피 가격은 그야말로 천양지차다. 왜 이렇게 다른 걸까?

일반 원두커피를 기준으로, 호텔커피값은 롯데호텔이 세금과 봉사비를 포함해 1만2100원, 신라호텔이 8470원, 힐튼호텔이 8770원으로 만원 안팎이다. 테이크아웃 커피값은 2500원 전후, 패스트푸드점의 커피값은 1000~2000원, 자판기커피와 캔커피는 300~600원 정도다.

커피값에 차이가 나는 이유는 무엇이며 고급 커피점에서의 커피와 자판기커피가 어떻게 다른 것일까? 본지에서는 호텔 커피, 테이크아웃 커피, 패스트푸드점 커피, 캔커피, 자판기 커피의 공정과정과 재료, 맛의 차이에 대해 조사해 봤다.

공정과정을 보면, 원두커피는 생두를 수입하여 커피공장에서 볶은 후 포장해서 출하한다. 인스턴트커피도 생두를 수입하여 볶는 방법은 같다. 그런데 인스턴트커피는 볶은 후 증기압을 이용하여 커피농축액을 뽑는다. 맥스웰커피의 경우 열풍건조로, 맥심은 냉동건조 후 포장하여 판매한다.

재료에 있어서는 커피종의 차이가 커피의 질을 결정한다. 즉 아라비카종(원두커피)을 사용했는지, 로브스타종(인스턴트커피)을 사용했는지가 관건이다. 일반적으로 캔커피, 자판기커피 등은 로브스타종을 주원료로 사용한다. 로브스타종은 아라비카종에 비해 쓴 맛이 강하고 향기가 떨어지는 단점이 있지만 아라비카종에 비해 원료가격이 많이 싼 편이다. 캔커피와 자판기커피의 가격이 저렴한 이유가 이것이다.

호텔, 테이크아웃, 패스트푸드점은 아라비카종을 쓴다. 커피 전문가 전광수씨는 “호텔은 완제품 수입커피(공정과정을 거친 것)를 쓰기도 하는데, 국내 커피보다 외국커피가 만드는 기술이 뛰어날지 모르나 제조한 후 배를 통해 오는 과정에서 커피의 생명인 신선도는 떨어지게 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신라호텔측은 “질소 진공포장을 했기 때문에 자체적으로 신선도를 유지한다”고 전했고, 롯데호텔측도 “신선도는 공기에 접촉했을 때부터 파괴되는 것”이라며 볶은 후 바로 쓰는 커피와는 차이가 있으나 염려할 만큼 신선도가 떨어지는 것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전광수씨는 “포장기술로 커버할 수 있는 건 한계가 있고, 커피는 볶는 순간부터 신선도가 파괴되므로 볶은 후 바로 마시는 커피가 가장 좋다”고 말했다.

호텔커피라고 다 좋다는 말은 아닌 셈이 된다. 이는 테이크아웃, 패스트푸드점도 마찬가지다.

그렇다면 맛의 차이는 어떨까? 물론 생두의 질은 일차적인 차이를 만든다. 그러나 여기에 커피 볶는 사람의 기술과 추구하는 맛에 따른 차이, 볶는 포인트별 차이, 커피추출 기구, 유통기한의 차이 등도 커피 맛에 영향을 미친다. 요즘은 직접 생두를 사다 볶거나 볶는 사람을 보고 선택하기도 한다고 한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캔커피와 자판기커피는 재료 자체가 싼 로브스타종을 쓰니 가격이 저렴한 것이고, 호텔, 테이크아웃, 패스트푸드점은 아라비카종을 쓰지만, 직접 볶는 경우를 제외하곤 수입과정에서 품질은 떨어진다고 할 수 있다. 커피 한 잔 값은 인건비, 매장 유지비를 제하곤 별반 차이가 없다는 말이 된다.

이젠 커피값도 구조조정에 들어가야 하는 것 아닌가?

전명희 기자/1004@fe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