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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내 영양사 의지가 우량식단 만든다

`봄 향기 쑥국', `옹심이(감자가루) 만두국', `새싹 비빔밥', `돼지 냉이 불고기', `무농약 오렌지', `전통 된장찌개'.

언뜻 듣기에는 일반 식당의 메뉴 같지만 경남 진주여자중학교 영양사 배대순(40.여)씨가 학생들에게 배부한 음식명칭이다.

학생들에게 음식조리에 사용된 재료를 표시해 미래의 주부들에게 우리 토속음식에 대한 음식궁합, 맛 ,색깔 등 정보를 알려주기 위한 것이라는 게 배 영양사의 설명이다.

실제로 이 학교 식당에서 제공되는 식단 대부분이 토속음식이다.

음식에 들어가는 재료는 국내서 가장 싱싱하고 농약을 사용하지 않은 것들로 엄선한뒤 전국 생산지에서 직접 구입, 택배로 받는다.

강원도에서 감자를, 전라도에서 해산물과 김을, 경남에서 취나물, 고사리, 토란대, 경남 산간지역에서 고랭지채소인 배추 등을 각각 사 들인다.

이때문인지 이 학교에서 제공되는 점심은 영양과 맛, 량 등을 모두 갖춘 모범식단이란 소문이 진주시내에 자자하다.

최윤희(2년) 학생은 "같은 음식인데도 푸짐하고 군침이 돌게 보이는데다 맛도 훨씬 좋아 점심식사 시간이 기다려진다"고 입맛을 다졌다.

또 이 학교 교사들도 "지난해의 경우 음식이 부실해 교사들 대부분이 교내 식당을 이용하지 않고 학교 인근에 있는 식당을 이용했으나 올해부터는 바깥식당을 이용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전국 상당수 학교들이 부실식단 문제로 떠들썩했던 점을 상기하면 이와는 확연히 비교될 정도로 진주여중의 식단은 우량이다.

"음식이 성장기인 학생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까라는 생각을 했으며 성장발육을 위해 5대 영양소가 포함되면서도 궁합이 맞는 음식을 만들어야겠다고 마음 먹었습니다".

음식을 만드는 마음을 설명한 배씨는 무엇보다 "우리 아이들에게 먹일 음식을 만든다는 마음"이라며 "그러나 배정된 식품비로는 매달 적자를 면치 못한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이 학교 학생 한사람당 책정된 한끼 식품비는 1천400원에 불과하며 이같은 식단을 짜기에는 턱 없이 부족하다.

배씨는 완제품을 사들이는 것이 아니라 배추를 사들여 김치를 담고 돈가스재료를 직접 만드는 등의 방법으로 재료비를 절감해 적자부분을 채워나가고 있다.

모든 학교에 배정되는 식품비는 비슷하지만 주어진 예산으로 다른 학교보다 월등하고 학생이나 교사들이 기다려지는 점심식사를 만들어 내는 것은 영양사의 의지와 창의적인 생각일 것이다.

진주여중에는 우량식단을 보기 위해 매일 몇명씩의 방문객들이 찾고 있다. 점심시간 이 학교 식당을 찾으면 분명 가장 모범적인 식단을 보고 먹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