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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부, 재활용 가능 종이팩 쓰레기로 전락시켜"

아이쿱생협, 종이팩 재활용에 X표시 개정안에 X의견서 제출

 

[푸드투데이 = 황인선기자] 아이쿱소비자생활협동조합연합회(박인자 회장, 이하 아이쿱생협)의 전국 회원조합은 지난 24일 환경부가 행정예고한 ‘분리배출 표시에 관한 지침’ 일부 개정안에 반대하는 의견서를 16일 제출했다고 밝혔다. 재활용할 수 있는 유용한 자원인 멸균종이팩을 쓰레기로 전락시키는 ’퇴행적 개정안’이라는 입장이다.


개정안에 따르면 포장재에 타 재질이 혼합·첩합된 경우 기존 분리배출 표시에 재활용이 어려움을 의미하는 ‘엑스(X)’ 표시를 추가해야 한다. 일상에서 유제품, 음료 포장으로 자주 쓰이는 멸균 종이팩도 내부에 얇은 알루미늄이 도포됐다는 이유로 그 대상이 된다. 


이에 아이쿱생협은 “멸균 종이팩도 일반 우유팩과 함께 열심히 분리배출하고 재활용해 온 포장재다. 그간 잘 분리 배출해오던 종이팩을 그냥 버리라는 개정안은 시민들의 자원순환 노력을 물거품으로 만드는 처사”라며 “포장재별 분리배출 현황을 세심히 살피지 않고 단순히 알루미늄이 첩합되어 있다는 이유로 질 좋은 자원을 일회용 쓰레기로 만드는 것은 자원순환 정책의 역행”이라 비판했다.

 


전국 101개 회원조합, 30여 만 명의 소비자조합원으로 구성된 아이쿱생협은 전국 자연드림 매장을 거점으로 종이팩 분리배출을 실천해오고 있다. 참여자 확대를 위해 조합원이 멸균팩과 살균팩을 매장에 가져오면 종이팩을 재활용한 휴지를 증정하는 캠페인도 진행한다. 2019년과 2020년에는 각각 22톤, 24톤 수준의 종이팩이 수거됐고, 이중 90% 이상이 재활용됐다.  


조합원이 분리배출한 종이팩을 수거, 재활용해 화장지를 생산하는 협력업체 윤우성 상무(부림제지, 대표 허원숙)는 “멸균팩도 살균팩과 마찬가지로 동일하게 재활용 되고 있다”며 “소비자의 분리배출 참여에 따라 재활용되는 소재 확보 수준이 달라진다"고 말했다.

 
멸균 종이팩만 별도 재활용해 생산수율을 높이기 위해 노력하는 기업도 있다. 멸균팩 재활용 업체 삼영제지(대표 정연배)에서는 멸균 종이팩을 100% 재활용해 핸드타올을 만든다. 삼영제지 관계자에 따르면 “재활용 기술이 갖춰져 있는 상태에서 오히려 멸균 종이팩을 더 많이 모으는 게 중요하다” 며 “단체들과 협약을 통해서 멸균팩의 수거를 확대하고자 한다. 시민들이 분리배출 참여의지가 높은 상황 속에서 멸균팩을 일반쓰레기로 버리라는 정책에 동의할 수 없다”고 밝혔다. 


한편, 한국환경산업기술원과 뉴질랜드의 민간 연구기관<Thinkstep>의 발표에 따르면 종이팩은 플라스틱이나 유리 등 다른 소재보다 생산과 폐기에 발생되는 탄소배출량이 가장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소비자단체 (사)소비자기후행동 관계자에 따르면 “멸균 종이팩은 환경을 위한 대체 포장재로 각광받는 만큼 사용은 늘어날 전망인데 이런 소재를 재활용하지 않을 경우 오히려 쓰레기를 양산하는 꼴이 된다”며 우려했다. 


아이쿱생협 조합원에게 주스, 우유 등 음료류를 공급하는 해피푸르츠(대표이사 박동호)는 “실온에서 장기 보관할 수 있는 멸균팩을 대체할 수 있는 포장 소재는 현재로선 마땅히 없다”며 “국내는 아직 멸균팩보다 살균팩 사용량이 더 많지만 우리나라도 유럽처럼 멸균팩 사용량이 꾸준히 늘고 있다”고 말했다. ㈜해피푸르츠에서 연간 생산되는 멸균 종이팩 양은 2015년 1,500만개에서 2020년 6,000만개로 2015년 대비 300%로 사용량이 증가했다.


아이쿱생협은 상반기 내 포장재공재조합과 협약을 맺고 전국 자연드림 매장에 우유팩 수거함을 확대 설치해 멸균 종이팩 재활용률을 더욱 높여갈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