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드투데이 = 조성윤기자] [편집자주]사람의 '입 맛'처럼 까다롭고 보수적인 것이 있을까? '먹을 것'을 파는 식품기업들은 소비자의 눈과 혀를 사로잡기 위해 광고를 제작할 때 그 당시 가장 친근하고 인지도가 높은 연예인을 선정한다. 신제품일수록 제품의 얼굴인 모델을 신중하게 선정하는 것은 당연지사이며, 롱런하는 식품에는 함께 오랜시간을 보내는 모델도 있다. 제품과 수 년간 공생공사하며, 서로의 이미지를 구축한 제품은 무엇이고, 스타는 누구일까.
삼성 창업주인 고(故) 이병철 회장은 “세상에서 내 마음대로 안 되는 것이 세 가지가 있는데 첫 번째가 자식이고 두 번째가 골프요 세 번째가 미원”이라는 말을 남겼을까. 하지만 미원의 왕좌를 갈아치우는 일이 생겼다.
미원은 다시다가 출시 되기 전인 70년대 중반까지 조미료 시장의 강자였다. 제일제당은 63년 미원과 이름이 비슷한 '미풍'이라는 조미료를 내놨지만 결과는 참담했다. '미풍'의 실패 원인을 찾던 제일제당은 조미료에 대한 생각의 전환을 하기로 했다. 화학조미료가 아닌 쇠고기와 생선 등 천연 원료를 섞어 이상적인 혼합비를 찾아야 겠다는 결론을 찾았다.
그리고 ‘입맛을 다시다’는 말에서 따온 순우리말인 '다시다'로 제품명을 지었다. 그리고 온 국민의 사랑을 받던 드라마 '전원일기'를 통해 따뜻하고 자상한 어머니를 연기한 탤런트 김혜자를 다시다의 얼굴로 내세웠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등장하자마자 간편하게 소고기 국물맛을 낼 수 있다는 조미료에 주부들은 열광했다. 1975년 다시다는 시판 첫해에 2억 8천만원이라는 괄목할 만한 매출을 올린다. 제일제당과 김혜자는 이 광고를 통해 '그래, 이맛이야'등 유행어를 만들어내며 방송광고의 가장 큰 영예인 한국방송광고 대상을 두 차례나 거머쥔다.
다시다의 광고는 육류섭취가 힘들었던 70년대는 소고기 맛이 난다는 점을 강조했다. 또, 88년 서울 올림픽을 성공적으로 개최하고 경제발전이 이뤄진 80년대 후반에는 ‘고향의 맛’이라는 이미지를 더했다. 이 광고 캠페인은 90년까지 이어졌다. 다시다는 자상한 어머니상인 김혜자라는 배우와 고향의 손맛을 느낄 수 있다는 제품의 특징을 강조하며 성공가도를 달렸다.
27년간 다시다의 모델로 활동한 김혜자는 한국 최장수 광고모델로 기네스북에 오르기도 했다. 김혜자는 다시다 모델을 할 당시 후발주자 브랜드에서 훨씬 많은 금액의 모델료를 제시받기도 했지만 "아무리 돈을 받고 하는 모델이라도 이 회사 모델을 했다 다음해에 경쟁사의 모델을 하는 건 소비자들을 기만하는 일"이라며 거절한 일화도 유명하다.
다시다는 조미료 시장에서 40년이 넘는 세월 동안 경쟁 제품의 치열한 공세 속에서도 부동의 1위를 지키며 80%가 넘는 시장 점유율을 기록하고 있다. CJ제일제당은 다시다 단일 브랜드로 한 해 3000억원이 넘게 매출을 올리고 있다.
황장선 중앙대 광고홍보학 교수는 “김혜자 씨는 여러 광고에 무분별하게 얼굴을 내밀지 않고, 자신의 이미지에 맞는 한 브랜드의 광고에 일관되게 등장함으로써 제품=김혜자라는 공식을 세웠다"면서 "다시다 광고모델로 30년 가까이 활동해 ‘김혜자’ 하면 ‘다시다’가 떠오르는 반면, 여러광고에 무분별하게 내미는 연예인들의 경우 대표제품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황 교수는 "기업은 제품의 이미지를 위해 인기 연예인을 발탁하지만 롱런하는 제품일수록 한 번 인연을 맺은 모델과 정을 쌓으며 세월을 함께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