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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빙그레 ‘바나나맛 우유’

단지의 노란 물결 빙그레 ‘바나나맛 우유’

출시 30, 가공우유 최초 1억원 돌파
배불뚝이 모양ㆍ바나나 맛 ‘최고’


노란색 빛깔이 단지에 출렁거린다.

기차, 고속버스 등을 탈 때 습관처럼 사게 되는 빙그레 ‘바나나우유’, 우리에게는 일명 ‘단지 우유’로 통한다. 1974년에 첫 선을 보인 바나나우유는 출시 30년 만에 가공유부문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대형브랜드로 성장했다.

바나나우유시장에서 80%의 시장점유율과 가공우유 사상 최초로 1천억을 돌파한 빙그레 바나나우유.

70년대 초 먹거리가 부족하고 국민의 영양결핍이 중대한 사회문제로 대
두되면서 국민건강증진 차원에서 당시 정부는 우유소비 촉진을 중점 추진했다. 그러나 우리 국민들은 체질상 일반 흰 우유를 소화시키는 효소가 부족한 문제가 있었다.

이에 대안으로 등장한 것이 가공우유였다. 이에 빙그레는 당시 고급과일의 대명사였고 어린이에게 선망의 대상이었던 바나나를 소재로 활용한다면 충분한 승산이 있다는 판단에서 바나나맛 우유를 만들었다. 결과는 대성공.

100원이라는 싸지 않은 가격에 출시되었지만 출시부터 바나나맛 우유는 어린이는 물론 어른들에게도 선풍적인 인기를 끌게 되었고 특별한 날에 먹는 고급우유로 자리매김하게 됐다.


용기와 맛이 으뜸

바나나맛 우유 성공은 용기와 맛을 중심으로 한결같은 이미지 유지와 위기 때마다 적절히 대응한 마케팅 전략에 있다.

통통하고 넉넉한 배불뚝이의 독특한 형태 때문에 출시당시 월남전 파병용사를 중심으로 한 때 수류탄 우유로 불리기 시작하다 대중화되기 시작하면서부터 어머니의 손때가 묻은 장독대의 항아리를 닮았다고 하여 항아리 우유, 단지 우유로 불려지고 있다.

이러한 이미지 이외에도 빙그레 바나나맛 우유의 용기는 당시 생산 기술면에서 파격이었다. 우유용기의 주류를 이루고 있던 유리병과 비닐 팩을 탈피하고 80년대 후반에 와서야 일반화된 폴리스틸렌(PS)용기를 사용하여 포장부문의 혁신을 이루었다.

또한 마시는 중에 부주의로 용기가 약간 기울더라도 내용물이 흘러나오지 않도록 목 부분에 턱을 만들었고 바나나의 노란색을 최대한 살리기 위해 반투명 용기를 활용했다. 즉, 은은한 색감이 식감으로 연결되게 하기 위한 마케팅 비결이 숨겨져 있는 것이다.


▲ '바나나맛 우유' 변천사

시련 속에서도 끄떡없는 단지우유

하지만 90년대로 접어들면서 용기의 장점이 시련으로 다가왔다. 올림픽을 겪으면서 유업계는 커다란 변화를 맞게 된다. 본격적으로 폴리에틸렌(PE)용기가 선보이기 시작했고 유리병 중심의 원통형을 탈피, 4각형 패키지가 주종으로 등장하는 등 각양각색의 패션용기가 나타났다.

새로운 변화 앞에 빙그레 바나나맛 우유도 갈림길에 섰다. 기존 브랜드를 동일하게 유지하느냐 획기적으로 개선하느냐의 갈림길에서 빙그레는 일단 소비자의 선택에 맡기기로 하고 기존 용기와 PE용기를 사용한 제품 두 가지를 시장에 내놓았다. 소비자들 선택은 단지 우유에 압도적이었다. 빙그레는 단지용기에 확신을 갖고 PE용기를 철수 시켰다.

IMF시대가 도래하면서 바나나우유는 또 다른 시련에 직면하게 된다. 주 소비 계층인 청소년과 20대의 생활패턴이 획기적으로 변화한 것.

개성과 자유 추구, 사이버 중심의 생활구조를 특징으로 하는 이들은 기성세대의 문화에 대해 반감을 표출했고 기성세대로부터 내려온 바나나맛 우유의 이미지가 이들에게 진부하게 인식됐다.

이에 빙그레는 이들과의 적극적인 커뮤니케이션에 나섰다. 연인들의 대표적 데이트 코스인 극장을 타깃으로 ‘사랑과 우정의 메신저’로서의 이미지를 담은 광고를 제작 방영하고 많은 영화와 드라마에 PPL을 실시했으며 젊은 층의 생활패턴 속에서 묻어나는 바나나맛 우유를 표현한 TV광고를 제작, 적극적인 광고전략도 전개했다.

또한 실속위주의 구매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4개들이 묶음 형태로 출시하는 등 유통면에서도 변화를 선도해 커다란 매출신장을 이루어 냈다.

시장상황에 대한 면밀한 분석과 위기상황에서의 적극적인 대처는 매출실적으로 나타나 98년 300억대의 매출에서 지난 2001년 600억대의 매출로 두 배 이상 증가했고 2002에는 850억원, 2003년에는 930억원을 기록하는 등 매년 두자리 수 이상의 신장률을 기록하고 있으며 지난해에도 20%에 육박하는 신장률을 보여 가공우유사상 최초로 매출 1천억을 돌파했다.

배민경 기자/jin@fe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