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5) 농심 辛라면

한국 라면의 대명사 ‘辛라면’

세계인을 울리는 매운 맛

새로운 라면 1개가 탄생하는데 평균 1년이라는 시간이 소요된다. 전 생간과정을 축소해 놓은 미니공장에서 연구원들은 면발, 스프, 국물 맛의 최고치를 찾기 위해 하루 평균 3봉지 정도의 라면을 먹는다. 단순히 먹는 것이 아니라 초시계와 비이커로 정확히 계산하면서 먹어야한다. 물의 양과 온도, 끓이는 시간에 따라 국물의 맛이 완전히 달라지기 때문이다.

이런 과정을 거쳐 탄생한 라면이 만인의 사랑을 받기란 쉽지 않다. 특히 라면 세계에서 2위란 의미가 없다. 그 이유는 라면 맛의 원조를 기억하는 소비자들의 마음을 돌리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1986년 10월에 탄생한 ‘辛라면’. 얼큰하고 매콤한 맛을 선호하는 한국인의 기호를 그대로 재현, 라면시장에 매운맛 선풍을 불러일으킨 주역이다.

또한 현재 1백60여종의 제품이 각축전을 벌이고 있는 라면 시장에서 단일 품목으로 23%정도의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는 라면의 대명사로 불리고 있다.


고정관념을 깬 매운 맛, 원형 면발

이상윤 대표
라면은 싸고 영양가도 별로 없는 식품이라는 기존의 고정관념을 무너뜨린 ‘辛라면’.

안성탕면, 너구리, 짜파게티, 사발면 등의 인기를 추진력으로 하여 1985년 라면업계 1위에 올라선 농심은 확고부동한 1위의 자리를 다질 필요가 있음은 물론, 새로운 수요를 창출해 라면시장의 성장 가속도를 더하는 전략도 동시에 필요했다.

▶ 첫 번째 해답 - 품질의 차별화

당시의 라면은 대부분 순한 맛 위주였으나 辛라면은 붉은 고추와 쇠고기가 잘 조화돼 매콤하고 개운한 쇠고기 국물 맛을 개발, 매운 맛을 강조했다.
또한 고급 소맥분을 사용하여 면발을 매끄럽고 부드럽게 하였으며 표고버섯·건파·마늘 등으로 만든 별첨 스프도 첨가, 독특한 향미와 매콤한 맛을 내도록 개발했다. 신라면 개발에 참여했던 최호덕 차장(농심 개발본부)은 “辛라면 전까지는 간장과 된장 같은 전통적 장맛이 국물의 근간을 이루었는데, 기름에 튀긴 면 맛을 깔끔하게 할 수 없을까 고민하다 소고기 국물을 바탕으로 한 매운 맛을 연구하기 시작했다”라며 그때를 회상했다.

특히 辛라면은 특유의 매콤하고 얼큰한 맛을 만들기 위해 1년이 넘게 많은 연구원들이 고추재료 개발에 매달렸다. 하루에도 수십 번씩 원료를 분석하고 재 배합하면서 라면 국물을 마셨다. 200여 차례가 넘는 실험 과정을 통해 면발도 기존의 각형(角形)이 아닌 원형(圓形)을 택했다. 이 결과 쫄깃쫄깃하면서도 부드럽게 넘어가는 면발이 매운 국물맛과 오묘한 조화를 이루었다.

▶ 두 번째 해답 - 차별화된 컨셉 창출

1986년 당시 라면 브랜드들은 대부분 소재나 회사명을 중심으로 한 삼양라면, 소고기라면, 김치라면 등이 주를 이루었다. 농심은 이러한 고정관념을 탈피, 어떤 맛의 제품인가를 명확히 전달하고자 발음이 편리하고 소비자가 쉽게 주목할 수 있는 브랜드 ‘辛라면’을 만들었다.

또한 전체적인 이미지도 붉은색과 검정색으로 채택하여 매운 라면이라는 제품의 본질적 속성이 그대로 전달될 수 있도록 했으며, 매장 내에 진열 했을 때 주목 효과가 극대화 되는 장점도 고려했다.

매울 辛자를 붓글씨체로 강조하여 브랜드가 명확히 노출 될 수 있게 하는 한편 고급스러운 이미지가 전달될 수 있게 했다. 이와 더불어 직접 옥편을 삽입하여 제품 컨셉을 더욱 명확하게 하고 한자브랜드에서 오는 거부감을 줄였다.

▶ ‘사나이 울리는 辛라면’

辛라면은 고급 매운맛 라면이라는 컨셉으로 시장에 선을 보이게 된다. 1996년 출시 당시 안성탕면이 120원, 삼양라면이 100원이었는데 辛라면은 200원으로 출시됐다.

농심은 초기부터 톱브랜드를 육성한다는 목표로 영업력을 집중했다. 광고도 제품의 속성인 매운맛을 제대로 표현하기 위해 ‘사나이 울리는 辛라면’에 초점을 맞춰 제작하여 크게 성공을 거뒀다.

이어 辛라면의 범용성 및 세계성을 강조하여 톱브랜드로서의 위상 강화를 위해 ‘辛라면 맛 세상이 다 압니다’라는 슬로건아래 광고를 펼쳤으며 2000년대 들어 제품 중심에서 이미지 중심으로 광고방향을 전환했다.

2004년 상반기까지 실시된 신라면 광고는 ‘사나이 울리는 辛라면’이란 기존 컨셉을 더욱 재치 있게 표현했다.
구성은 장난감을 가지고 노는 어린 여자 아이, 그리고 옆에서 辛라면을 먹고 있는 아빠. 매운 라면을 먹으며 땀도 뻘뻘 나고 눈물 흘리는 아빠를 보면서 의아해하고 있는 딸의 모습을 아주 정감 있게 구성했다.

제품이 출시되자마자 얼큰한 맛을 유난히 좋아하는 소비자들 사이에 辛라면의 인기는 가히 폭발적이었다. 출시 첫해 3개월 동안 29억원 어치가 팔린 데 이어 1987년에는 186억원의 매출을 기록하는 등 해마다 판매량과 매출액이 급증, 단기간에 국내 라면시장을 평정하는 데 성공했다.

1986년 10월 판매된 이후 2003년 말까지 ‘辛라면’의 누적 판매량은 129억 봉지로 이것을 일렬로 늘어놓으면 에베레스트산(8,848m) 291,591여 개의 높이와 같고, 경부고속도로(428km) 6,028개의 거리와 같으며, 지구 둘레(40,075km)를 약 64바퀴 돌 수 있을 정도로 엄청난 양이다.

이러한 인기에 힘입어 辛라면은 1997년에 컵과 큰사발 형태의 용기면을 개발하여 소비자들이 언제 어디서나 간편하게 辛라면의 맛을 만끽할 수 있게 했다.

농심은 辛라면의 브랜드력 제고를 위해 1998프랑스 월드컵 공식 상품 지정, 축구 국가대표팀 공식 후원을 했고, 농심 辛라면배 세계바둑최강전 등 다양한 프로모션을 전개하고 있다. 辛라면의 이 같은 폭발적인 인기로 농심은 라면시장에서 부동의 1위 자리를 굳힐 수 있었다. 辛라면은 가공식품의 제품수명이 갈수록 짧아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2003년에는 3천억원의 매출을 올리는 등 소비자들의 구매 열기가 식을 줄을 모르고 있다.

▶ “辛라면 없으면 장사하기 어려워"

남녀노소 구분 없이 폭넓은 수요층을 확보하고 있는 辛라면은 분식점 메뉴판에 ‘辛라면’이라는 제품명이 음식으로 따로 설정되어 있을 정도로 라면의 대명사로 여겨지고 있다.

辛라면이 품귀현상을 일으킬 정도로 매출이 높았던 시기에는 공장에서 공급물량이 모자라 공장에서 출시된 제품이 채 온기도 식기 전 따끈따끈한 상태로 공장 부근의 소매점에서 판매된 경우도 있었다.

소매점에서는 “辛라면이 없으면 장사하기 어렵다”라는 말이 떠돌 정도로 라면의 대표적인 제품으로 존재하고 있다. 이 뿐만 아니라 해외여행이나 외국으로 유학을 가는 학생들 사이에는 필수품목으로 통하고 있다. 과거에는 우리나라에 관광을 오는 일본인들 사이에 최고 인기 품목이 ‘김’이었으나 현재에는 ‘辛라면’으로 변화될 정도로 일본인들에게 辛라면은 인기품목이다.


▲ 신라면 광고로 랩핑한 버스가 상해 시내를 지나다니고 있다.

세계가 알아주는 辛라면의 매운 맛


라면의 본고장 일본 역습

辛라면 현재 미국, 일본, 중국, 홍콩 등 전 세계 70여개국에 수출 및 현지 생산되어 인기리에 판매되고 있으며, 한국의 맛을 세계화시키는 데 크게 기여하고 있다.

辛라면은 라면의 종주국인 일본에서 외국산 라면의 90% 이상을 차지하고 있으며 일본인 대부분은 ‘한국라면은 辛라면’, ‘농심하면 辛라면’으로 알고 있을 정도로 인지도가 높다.

88올림픽을 전후해 일본의 백화점과 슈퍼체인 등에서 한국물산전을 개최하였는데 농심 라면이 주종상품으로 취급됐다. 특히 일본 제일의 백화점 미쓰코시 백화점에서 한국물산전을 개최한 결과 미쓰코시 본점을 비롯한 긴자점, 신주쿠점 등에서 농심 제품이 박스단위로 판매되는 등 인기를 얻었다.

당시 일본백화점에서는 통상적으로 라면을 판매하지 않는데도 불구하고 임대료가 가장 비싼 매장에서 농심 라면이 인기상품으로 판매되어 현지에서 상당한 화제 거리가 되기도 했다.

1997년부터 일본 최대의 편의점업체인 세븐일레븐에 辛라면이 인기리에 판매되고 있고, 다른 편의점업체들에까지 농심 제품이 팔리고 있어, 일본으로의 라면 수출이 계속 증가하고 있다. 또 일본 다이에이, 자스코 등의 대형슈퍼마켓에서는 일본라면보다 辛라면이 가격이 비쌈에도 불구하고 지속적으로 잘 팔리고 있다.

면(麵)류를 선호하는 중국에 매운 맛 바람


중국은 1990년부터 본격적인 라면류의 시장이 형성되기 시작하여 불과 10여년 만에 라면소비가 연간 192억 개에 이르는 세계 최대의 라면시장이다.

이에 농심은 1996년에 중국 상해를 시작으로 청도, 심양에 라면, 스낵, 스프 공장을 완공하는 등 제품의 일관생산체제를 갖추고, 급성장하고 있는 중국시장에서 한국의 맛을 전파하는 데 커다란 역할을 하고 있다.

중국에서 신라면 매출이 2000년에는 1300만 달러, 2001년 2140만 달러를 달성했으며, 2002년에는 4천만 달러를 달성했다. 또한 중국 상해의 ‘까르푸 구베이’ 매장에서는 라면부문에서 단일품목으로는 농심 辛라면이 여타의 제품을 물리치고 매출 1위를 차지하고 있다.

현재 중국 라면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업체들의 제품들은 모두 중국인의 입맛에 맞추고 있지만, 농심의 제품은 고유의 매운맛을 고집하고 있다. 타킷도 대도시 중산층 이상을 대상으로 삼고 가격도 시장 최고 수준으로 잡아서 밀고 나가는 정책을 펴고 있다.

이와 더불어 광고 내용도 ‘매운 걸 못 먹으면 사나이 대장부가 아니다’는 것을 강조했다. 특히 농심은 辛라면이라는 브랜드를 알리기 위해 TV광고와 주요도시에 버스광고를 실시하고 있으며, 주요 백화점, 역 등에서 특판 행사와 시식회 등의 적극적인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농심은 이를 발판으로 삼아 중국 내 매출이 어느 정도 궤도에 오르면 대륙 전체로 생산거점을 확대할 계획이다.

교민에서 미국인으로 소비층 확대

1971년 최초로 미국 LA지역으로 소고기라면을 수출한 농심은 1980년대초 미국 로스엔젤레스를 중심으로 교포시장이 형성되면서 해를 거듭할수록 품목 및 매출면에서 큰 폭의 성장세를 지속하고 있다. 이렇게 북미지역에서 라면에 대한 수요가 증가함에 따라 농심은 2004년에 미국에 라면공장을 설립하고 있다.

농심의 네번째 해외공장이 될 미국공장은 미국 LA근교에 세워질 계획이며, 미화 5000만 달러가 투자될 예정이다. 미국에 라면공장을 설립하기로 한 것은 수출물량 증가에 따른 현지생산의 필요성이 대두되었기 때문이다.

북미지역은 주 소비층이 초기에는 교포위주였으나 아시아계민족, 중남미계 등으로 소비층이 확대되고 미국인들의 소비도 점차 증가하고 있다. 지역별로는 LA, 뉴욕 및 시카고 지역을 주 거점으로 하여 북서부, 중서부, 중남부 및 남동부 등 미국 내 전지역, 캐나다 전 지역으로 판매가 점차 증가하고 있다.

배민경 기자/jin@fe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