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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한식 기초재료 할랄화 서두르자

노장서 한국할랄산업연구원 사무총장

한류가 거센 동남아시아를 중심으로 한식 소비시장이 커지면서 가래떡, 당면, 고추장, 된장, 간장과 같은 한식 기초재료에 대한 할랄화가 시급한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할랄'이란 무슬림들에게 허용된 것을 의미하며 돼지고기나 알코올의 사용을 피하는 것이 중요하다.


태국의 수도 방콕의 번화가인 씰롬가의 한 유명백화점에는 즉석떡볶이 전문점이 성업 중이고 한국식 치킨점도 인기를 모으고 있다. 슈퍼마켓에서는 라면, 김 등이 엄청난 인기를 모으고 있는데 ‘해물라면’과 같이 포장에 한글을 표기한 현지 라면도 등장하고 있다. 많은 슈퍼마켓에서는 한국식품에 태극기를 표시하여 소비자들의 이목을 끌고 있다.


2014년 외교부 조사에서 한국을 가장 사랑하는 나라로 꼽힌 말레이시아의 경우 한식에 대한 관심은 폭발적이다. 명동에서 흔히 목격되는 히잡(무슬림 여성들의 머리쓰개) 쓴 여성들의 많은 수가 말레이시아로부터 온 관광객들이다. 필자가 만난 말레이시아의 젊은이들은 한국의 거리식품에 큰 관심을 보인다. 이들이 즐겨 찾는 이태원의 한 한식당은 최근 말레이시아에 분점을 내서 진출했다. 필자는 얼마 전 쿠알라룸푸르 도심의 한 대형 슈퍼마켓에서 한국의 모 라면을 피라미드처럼 쌓아놓은 모습을 목격하기도 했다.


한식당 체인사업의 확대도 눈에 띠는데 “두부요(Dubuyo)”라는 말레이시아의 한식 레스토랑은 말레이시아의 수도권 일대에 10개의 지점을 운영하고 있다. 말레이시아인이 직접 운영하고 있는 이 한식당 사업체는 현지인의 입맛이 아닌 정통 한국의 맛을 추구한다.


따라서 대부분의 식자재를 한국산을 사용한다. 두부요 대표의 말을 빌리면 한국 식품을 원하는 '거대한 시장'이 등장하고 있다. 이것이 바로 그가 한식사업에 뛰어든 이유이다. 그런데 이 거대한 시장을 잡기 위해서는 한 가지 조건이 있다.


몇 주 전 말레이시아 출장길에서 그를 만났다. 2014년 하순 우리나라 평창에서 만난 지 2년만의 해후였다. 그는 필자를 만나 할랄인증 받은 한식 재료를 찾는다고 했다. 말레이시아는 인구의 60% 이상이 무슬림이기 때문에 사업을 확대하기 위해서는 식당에 대한 할랄인증이 필요한데, 식자재의 할랄인증이 선행되어야 한다. 말레이시아의 스타벅스커피, 맥도날드햄버거, KFC 등은 모두 할랄인증을 받은 점포를 운영한다. 그에 의하면 고추장 등 핵심재료에 대한 할랄인증이 부족하다보니 자신의 한식당이 할랄인증 받기가 어렵다는 것. 만일 고추장과 같은 한식 핵심재료에 대한 할랄인증이 확보되면 그는 말레이시아 전역에 그의 지점망을 구축할 수 있을 것으로 확신한다.


해외에서 활발하게 전개되고 있는 한식 체인사업의 확대는 국산 한식 식자재 수출기회를 넓힐 것이다. 스타벅스커피나 맥도날드햄버거의 매장이 미국문화를 전달하고 있듯이 한식체인은 한국 문화의 전파자 역할도 하게 된다. 한국할랄산업연구원이 실시한 외국인 무슬림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외국인 무슬림들은 떡볶이와 같은 떡류와 고추장과 같은 장류의 수출가능성을 높게 평가하고 있다. 떡볶이 같은 음식은 한국 식문화의 정체성을 잘 나타내 주는 음식으로서 해외에서도 체인화가 용이할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떡류나 장류와 같은 식자재는 국내 소규모 농식품 제조업체의 수출기회를 늘릴 수 있다.


말레이시아와 인도네시아 이외에 아랍권에서도 뜨거운 한국 바라기가 진행 중이다. KBS월드라디오가 실시한 아랍어권 청취자 대상 조사에 따르면 아랍어를 사용하는 무슬림들의 90% 이상이 한국에 대한 큰 관심을 나타내고 있고 한국식 양념치킨, 떡볶이, 김치 등을 먹고 싶은 한국음식으로 꼽고 있다.


바야흐로 한국의 문화와 음식을 소비하려고 하는 인구 18억 명의 거대한 무슬림 소비자가 밀려오고 있다. 우리는 그동안 전 세계 인구의 1/4에 가까운 이 시장을 도외시해왔다. 한식 기초재료의 할랄화는 전 세계의 무슬림 소비자들이 한식의 향연을 마음껏 즐기도록 하는 열쇠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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